“우리, 어떤 춤을 출 수 있을까?”

 
 
 
“우리, 어떤 춤을 출 수 있을까?”
 
 
 
진행 및 정리 :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서연 (물)
 
공감은 장애/여성의 관점에서 “재생산권”에 대해 이야기하기 위해 오랫동안 숨고르기를 해왔다. 공감은 장애와 질병의 가능성을 전제한 낙태에 대해 비판하지만, 한편 임신·출산과정에서 여성의 결정권이 존중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뚜렷한 하나의 입장을 내기 어려웠다.
2014년 작년 공감은 “재생산권” 에 대해 적극적 말하기를 시도하였다. 공감은 장애여성의 재생산경험을 기반으로 장애, 여성운동 안에서의 임신중절에 대한 논의 속에서 어떠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 결과 작년 말 우생학, 낙태, 모성권, 자기결정권 장애여성 재생산권 논의를 시작하며 라는 제목으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를 기반으로 올해는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논의를 좀 더 진전시키고자 한다.
그래서 2015년 첫 공감의 회원정기모임으로 여성의 임신중절을 다룬 영화인 “자, 이제 댄스타임”의 공동체상영과 회원들의 재생산경험 나눔을 진행하였다. 영화는 여성의 임신중절경험만이 아니라 여성의 전생애적인 측면에서 성교육, 피임여부등을 함께 다루고 있었다. 공감의 회원들의 경우 재가장애인, 시설에서 거주, 특수학급 등 다양한 삶의 과정을 거친 만큼 삶에서 다양한 재생산의 경험을 갖고 있었다.
 
우리가 받았던 성교육은
 
ㄱ : 영화에서도 나오는데 “순결캔디” 이런 이야기 나왔는데, 성교육이나 피임방법을 어떻게 접했고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눠보면 좋을 것 같아요.
ㅂ : 저는 (장애인 보호) 작업장에서 (성교육을) 세 번 정도 받았어요. 성교육 내용은 남자가 만지면 소리 지르고, 경찰신고하고… 편의점이나 이런데 들어가서 신고하고.
ㄷ : 저는 초등학교 때랑 중학교 때요. 초등학교 때는 월경. 중학교 때는 남자랑 성관계해서 임신 하는 거 배우고. 그런 것만 기억이 나요.
ㅅ : 성교육은 난자와 정자 만나서 이런 이야기 들은 게 기억나는데, 학교에서 가정선생님이 본인 낙태 경험을 이야기하면서 후회된다고 너희는 순결해야한다고 이런 이야기 한 게 기억나요.
ㅈ : 그런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 큰 용기를 내셨네요.
ㅁ : 저도, 순결캔디를 비슷하게 조사를 한 것 같아요. 장애인 특수학교 안에서 순결한지 안한지, 너는 순결하냐고 대놓고 물어봤어요. 그때 순결하다고 해야 될 것 같았어요. 애들이 보는 앞이니까.
ㅈ : 순결하지 않다고 손든 사람도 있었어요?
ㅁ : (순결하지 않다고 손든 애들도) 있었어요. 남자애들.
ㅊ : 저희 학교에선 플라스틱 같은 은장도를 순결교육을 하면서 나눠줬어요. 여학생들한테.
ㅂ : 학교에서 배웠어요. 담배피면 기형아 낳는다고. 고등학교 때 피임 그런거 나오는 비디오 다 보여주고.
ㄱ : 저도 순결캔디를 받았는데, 루머가 퍼져서 순결캔디에 남자 정액이 거기 들었다. 그래서 순결하지 않은 애들은 순결캔디를 먹으면 배가 아프다. “그래서 배가 아프다면, 애들이 너는 순결하지 않아서 배가 아픈거다” 이러고 그랬어요. 이걸 먹으면 순결서약을 한 거라고 하면서 줬었어요. 저는 원래 긴장해서 아침에 배가 아팠는데, 그날도 마침 배가 아파서. 난 순결하지 않은가 해서 움츠러들게 되더라구요.
ㅈ : 그런 식의 성교육을 받은 후엔 루머가 떠돈 기억이 나요. 누구는 순결하지 않다, 누구는 노는 애다. 저는 시골학교라 성교육을 임신출산은 말고 월경에 대한 것만 받았어요. 그래서 중학교 2-3학년 때까지 임신이 어떻게 되는지 구체적으로 몰랐고, 버스에서 남자가 앉았던 자리에 앉으면 임신이 된다고 해서 안 앉았어요.
ㅋ : 심지어 아빠가 오래 누웠던 자리 앉으면 애가 생기고 이런 줄 알았지. (웃음)
ㅍ : 저는 재가장애인이라서 성교육을 배운 적이 없어요. 집에 있는데 무슨 뭘 배워.(웃음) 커서 매체라든가 이런 걸 통해 (임신 등) 알게 된 거지.
 
대부분 성교육은 순결이데올로기에 집중되어 성(性)은 감춰지거나 지켜져야 하는 것으로 이야기 되었다. 성교육의 주된 내용은 임신, 성폭력 상황 시 대처방법에 집중되어 있어서, 구체적인 성관계시 유의점, 피임법, 임신이 삶에 미치는 영향, 가능한 선택지등 일상생활에서 필요한 내용은 배우기 어려웠다. 특히 정규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재가장애인의 경우 가정에서도 뚜렷한 성교육을 받지 못했고, 드라마나 매체등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정보들이 대부분이었다.
 
 
존중받기 어려웠던 병원이용의 경험
 
ㅌ : 병원침대에서 산부인과에서는 다리 벌려야하는데 (장애특성상) 그게 잘 안 됐어요. (그 뒤로) 산부인과 가본 적은 있어요. 억지로 했었어요.
ㅎ : 몸이 안 좋아서 산부인과를 여러 군데 다닌 적이 있었어요. 어떤 병원은 활보가 옆에 있는데 성경험이 있냐고 물어봐서 기분이 상했던 적이 있었어요. 뇌병변장애인들은 다리 장애가 있어서 다리를 잘 못 벌려서, 간호사들이 도와줘야하는데 활보한테 다리 좀 붙잡고 있으라고 시키고. 어떻게 거부할 수도 없고… 사실 그건 저의 사생활에 포함되기도 하고, 그게 활동보조의 업무가 아니고 의료적인 행위인데 그걸 왜 활동보조인한테 시키는지. 의료적인 행위로 의료인들이 하는 역할이지 왜 활동보조한테 시키냐고 문제제기 했어야하는데 못했어요.
ㅁ : 제일 모욕감 느낀 게 제왕절개하러 날짜잡고 수술방에 들어갔는데, 수술방 들어갈 때 옷을 다 벗겨요. 병동에서부터 옷을 벗고 누워서 가운 하나 덮어씌우고 끌고 가요. 가운이 벗겨지고 (수술방에서) 내 몸이 다 보이는 거예요. 남자의사들 계속 왔다갔다하고. 간호사가 옆에 오길래 가운으로 가슴 안보이게 가려달라고 하니까 간호사가 하는 얘기가 어차피 옷 벗고 수술할거라고. 동네병원은 말할 것도 없죠. 그거 때문에 애기를 안 낳을 거예요. 내 몸이 다 보이고. 아까 그 영화가 공감이 돼요. 나의 몸을 또 그렇게 노출하고 싶지 않으니까.
ㅈ : 산부인과에서 존중감을 느끼기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 진료행위나 과정이 새로운 방법이 개발되서 갑자기 바뀌진 않겠지만 어떤 의료인을 만나냐에 따라 경험자체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산부인과의 특성상 자신의 신체를 노출하거나 자신의 사적인 부분이 많이 드러나는 공간이라서, 정당한 권리를 요청하거나 문제제기를 하기 어렵고, 움츠러들기 쉽다. 장애여성은 비장애인중심의 의료시설, 소통과정에서의 배제, 신체 노출 등에서 자주 존중받지 못하곤 했다.
 
 
 
영화를 보고나서 성교육부터 병원이용 경험까지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의 큰 범위에서 다양한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최근 저출산으로 인하여 출산 및 양육에 관한 다양한 지원책들이 마련되고 있다. 특히 장애여성의 경우 “모성권 보호”라는 명목으로 다양한 서비스들이 제공되고 있다. “모성권 양육자”의 역할을 자주 부정당하는 장애여성의 입장에서 “모성권 보호”는 의미 있는 변화이다. 하지만 장애여성 모성권 관련 제도가 생기고 확대되는 과정에서 양육에 대한 여성의 성역할이 공고해질 수 있으며, 진정으로 장애여성의 양육자로서의 역할이 보장되기 위해서는 서비스제공을 넘어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 동안 공감은 장애여성의 재생산권과 관련된 이야기를 나눌 자리를 자주 마련하지 못했었다. 이날 모임에 참여한 회원분들도 친숙하게 자신의 재생산경험을 떠올리기 어려워했다. 앞으로 일상적으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해 이야기 하고 함께 나눌 수 있는 자리를 자주 마련해야 할 것 같다.
회원모임을 시작으로 공감은 임신·출산에 대해 고민하는 단체들과의 논의자리를 만들어보려고 한다. 논의내용을 바탕으로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담론을 지역으로 환류시키고, 지역에 따른 다양한 입장들을 들어 보려고 한다. 그리고 올 연말에는 전체 포럼을 통하여 장애여성의 재생산권에 대한 담론형성을 시도해보려 한다.
우리가 함께 본 영화의 제목은 “자, 이제 댄스타임”이었다. 공감은 장애여성의 관점에서 춤사위를 그려보고자 한다. 그리고 그때 장애여성과 우리는 어떤 춤을 출 수 있을까?
 
 
 
, 이제 댄스타임의 공동체 상영은 한국여성재단의 지원을 통해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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