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많이 얘기하고, 알리려는 삶의 동선

 
 
 
더 많이 얘기하고, 알리려는 삶의 동선
 
 
진행 및 기록: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활동가 서연(mu_ul)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의 간판인 춤추는허리(춤허리)의 팀장인 서지원회원님은 올해 대학 신입생이 되었다. 춤허리의 팀장, 공감의 회원, 두 아이의 엄마등 여러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서지원회원님은 올 해부터 대학생이라는 또 다른 역할을 수행하게 되었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기대감과 선택과정에 대한 궁금증으로 서지원회원님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였다.
 
 
Q. 서지원회원님, 우선 대학입학을 축하드려요. 문화교양학과에 입학하셨다고 들었어요. 새로운 도전, 대학입학을 결정하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 (대학입학을) 생각을 별로 안하고 있었는데, 서울시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장애이해교육을 작년에 집중해서 강의했어요. 그동안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별로 (내가) 주체라고 생각을 안 한 것 같아요. 그런데 작년에는 좀 주체가 되어서 했거든요.
그래서 맡아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내가) 지식이 없고 나만의 언어가 부족하더라구요. 그리고 또 강사로 계속 활동하려면 대학졸업증이 필요하겠더라구요. 그게 결정적이었어요. (대학졸업장이 있어야) 그래야 인정받겠구나. ‘졸업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가 인정해주질 않으니까. 그래서 입학하게 되었어요.
Q. 앞으로 전공하실 과가 문화교양학과라고 들었어요. 문화교양학과를 선택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 원래는 사회복지학과를 하려고 했거든요. 그런데 제 사실 학교졸업을 한지 오래돼서, 대학도 안 가봤고. 어떻게 할까 하다가 사이버 대학을 갈까 했어요. 그런데 (사이버 대학) 등록금이 엄청 비싸더라구요. 그래서 학점은행제를 가려고 하니까 공감 국장님이 많이 조언을 해준 게 있었어요. 자격증이 필요해서 대학을 가려고 하는 건지, 공부가 필요해서 가는 건지 생각하는 게 중요하다 하더라구요. 자격증이 필요하면 학점은행제가 좋은데 경험이 없잖아요. 그래서 공부와 병행할 수 있고, 연극을 같이 하니까 연극에 더 도움이 될 문화교양학과를 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Q. 찾아보니 문화교양학과가 교육과학대에 속해 있더라구요. 또 앞서 말하신 것처럼 서울시 교육청에서 진행하는 “장애이해교육”등 교육과 관련된 활동을 하시면서, 서지원회원님이 생각하는 교육연극이라는 것은 어떤 것인가요?
-> 아직은 확 잡힌 것은 없구요. 연극은 하면은 느낀 것은 저희는 그냥 연극이 아니고 장애여성이 인권을 연극으로 하는 거잖아요. 근데 그걸 10년 동안 하면서 느낀 게 그냥 이렇게 말로 얘기할 때는 (사람들이) 잘 듣지 않으려고 해요. 그런데 연극하면 그나마 (사람들이) 들으려고 해요.
‘장애여성을 알지 못했는데 저렇게 하고 있구나, 저렇게 할 수 있구나’ 라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것 같아요. 지금 사실 장애인극단이 많아지고 있고, 넘쳐나고 있구요.
저는 춤허리에 자부심이 있는 게 저희 얘기하는 거고, 장애여성의 삶을 이야기하는 거라서 다른 연극과 다르다고 생각해요. 다른 데는 연출과 대본 가져와서 그냥 하는데 춤허리는 그걸 추구하지 않아요.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래도 배우보다는 “장애인이 연극을 하는구나” 라고 하는 게 있어요. 크죠. 그걸 어떻게 또 바꿔보고 변화를 시켜볼까 고민이죠. 
Q. OT(입학 설명회)도 참석하셨다고 들었어요. 그때 참석한 장애인이 지원씨 혼자였다고 들었는데, 가보시니 어떠셨어요?
 
-> OT 재밌었어요. 엄청 두려웠거든요. 처음이고 대학교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사실 안 가려고 했는데, 교수님도 온다고 하고 학교 전체 일정을 알려준다고 해서 갔는데… 생각보다 좋았던 것 같아요.장애여성은 전체 저밖에 없었어요.
그런데 가끔 말거는 사람이 있었어요. 첫 번째 반응은 그냥 “학생같이 공부 열심히 하면 괜찮다”고 하는 반응과, 두 번째 반응은 “대단하다 어머! 이런 열정을 갖지 어려운데” 이런 사람들… 사실 대단하다는 의미가 이런 몸을 갖고 이렇게 공부 하는 게 참 동정이랑 비슷한 거잖아요. 저하고 자기가 이미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고 생각을 한 거죠. 아직까지.
 
Q. 방송통신대학의 특성상 교실에서 수업을 듣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육아와 부딪히는 지점이 생길 수 있을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수업을 수강하는 경우 아이와의 거리두기, 배우자와의 협조관계 등등. 실제로 이런 부분은 워킹맘(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여성), 학업중인 여성들의 삶과도 많이 닮은 부분일 것 같아요. 서지원회원님은 이런 부분에 대해 좀 고민하시는 것이 있나요? 그리고 서지원회원님과 닮은 여성들, 그리고 서지원회원님 자신에게 제안할 수 있는 대안이나 다른 방법 같은 것이 있다면?
 
-> 제가 학교만 다니는 게 아니고 공감도 해야 하고. 춤허리 안에서 팀장이라는 역할도 있고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고. 우선 애들한테 보여주기는 좋은 것 같아요. 엄마가 연극을 하고 장애가 있어도 열심히 하고 있고. 그런데 그건 좋은데 사실 같이 있는 시간에는 뭘 할 수가 없어요. 일하거나 강의 시청 등은 불가능하구요. 집에 있을 때는 엄마가 주부고, 밖에서는 일 해야 하고 하니까. 애들 잘 때부터 하는데, 사실 집에 있으면 저의 시간 없으니까.
사실 아빠들이 같은 부모의 입장인데 엄마한테만 요구해요. 가끔 그럴 때는 ‘좀 뭐지?’ 라는 생각이 들어요. 너무 이게 엄마한테만 요구되니까, 아빠도 책임이 있는데. 몸이 힘들 때는 ‘아빠들은 왜 안해?’ 라는 생각이 들어요. 아빠 얘기는 “애기가 엄마를 더 좋아해”서라고 하는데, 정말 더 좋아하는지… 핑계인 것 같아요. 같은 책임이 있는데 엄마만 더 많이 요구되고 그런 게 좀 문제죠. 이건 우리 집만 그런 게 아니고 다.
그래도 평소에는 제가 집에 없으니까 거의 활동보조분이나, 제가 늦게 가게 되면 아빠가 많이 하게끔 했어요. 내가 많은 부분을 하게 되었으니까 같이 도와야 하지 않겠어요.(웃음) 나는 돈을 버니까요.
 
 
Q. 춤허리활동이 이어지면서, 팀장직도 수행하시면서 전과 다른 고민이나 관점이 생겼을 것 같아요. 좀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사실 제가 눈치 엄청 보는 사람인데요. 해야 하는 얘기를 못 하니까 소통의 문제가 크더라구요. 그런 게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소통을 해야할 때는 해야 하고, 잘 해야 하고,
장애정도도 다르고, 각자의 개성이 있으니까. 풍부하니까 하나하나 맞추고 들어주고 했거든요. 옛날에는 그런 게 사실 도움이 크게 되지 않더라구요. 저도 공적인 자리니까 그걸 지키려고 해요. 옛날에는 굉장히 얘기도 들어주고 했다면 이제는 공과 사를 구분해서 해야지. 요즘에는 소통하는 것부터 공부하려고 해요. 배운 대로 많이많이 성장하는 것 같고, 
 
Q. 춤허리 연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춤허리 연극이 이것만은 놓고 가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 연극부분은 아까 말 한 것 같이 아직 복지가 엄청 좋아진 것 같지만 그 안을 보면 아직까지 사각지대가 놓인 장애인이 많거든요. 활동보조가 없어서 집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고. 그런 걸 알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복지사각지대를 더 많이 알리고 (사람들이) 거기에 더 집중을 하면 좋겠고. 옛날보다는 많이 그래도 혜택을 받으니까 그런 사각지대를 잘 못 보시는 것 같아요. 그게 저희가 할 역할이 그거라고 생각하거든요. 더 많이 얘기하고 더 많이 알리고 그런 게 춤허리가 존재하는 이유인 거 같아요. 
 
 
Q. 공감 회원인 지원씨! 공감 웹소식지를 보시는 분들에게 공감에 대해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공감과의 관계를, 혹은 공감을 한 줄로 표현하자면?
 
-> 어려운 거 같아요.(웃음) 공감은요… 되게 큰 솔직한 대답인데 무기인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가장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딱 자리잡고, 이렇게 되기까지 공감이 없었으면 아마 저는 잘 못 성장 했을 것 같아요. 공감이란 무기가 저를 되게 많이 보호해주고, 인정도 해주고 그래서 활동을 계속 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덕분에 집에서 인정을 받게 되니까 엄청 큰 변화죠. 공감은 나한테 큰 무기 같은 존재죠. 
 
 
Q. 최근 공감에는 지적장애여성의 수가 차츰 늘어나고 있습니다. 소통이나 관계 맺음에서 어려운점이나 고민이 있는지요? 언어장애가 있어서 소통 부분에서 특별히 더 어려운 점과 방안에 대한 의견이 있으신가요?
 
-> 춤허리도 지적장애인분이 하고 싶다고 한 적이 있었어요. 저도 그랬지만 서로가 갖고 있는 편견이 그런 게 있어요. 가까이 아주 먼 당신이라고 해야 하나.(웃음) 가까워지기 어려워요. 지적장애인분들도 지체장애인분들 안 좋아하고.(웃음) 잘 모르니까 그런 게 있는데… 사실 어렵죠. 특히 내용도 어렵고 하니까. 한편으론 지적장애인분들이 많은데 지체장애인분들은 많이 안 보이고. 좀 우려되는 부분이 있죠.
예전보다는 그래도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어요. 옛날에는 폭력적이고, 그런 생각을 했는데 요즘은 거부반응은 많이 없어진 것 같아요. 요즘은 회원분이 거의 지적장애인 분들이니까. 저는 개인적으로 말 발음을 좀 더 천천히 하려고 하구요. 또박또박. 좀 더 말하는 것부터 천천히 또박또박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Q. 맺는 말 부탁드려요!

 
-> 복지에 길들여지는 것이 다른 것을 못 보는 것 같더라구요. 옛날에는 이런 거 해야 한다고 이야기도 했는데 요즘은 많이 못 봐요. 좀 더 자기목소리가 갖고 복지에 길들여지지 말고, 자기주장, 자기욕구나 다른 장애인의 욕구를 좀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어요.
 
 
 
우리는 삶을 살아가는 과정에서 여러 관문을 거치기도 한다. 그 관문은 각각의 개인에 따라 모양과 색이 다르다. 다양한 모양과 색으로 이루어진 삶을 살아오고, 또 새롭게 하나의 과정에 두려움을 안고서 하나씩 시도해 보는 사람에게선 굳은 힘이 느껴진다. 서지원회원님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굳은 힘을 느낄 수 있었고, 힘을 받을 수 있었다. 서지원회원님은 공감이 무기라고 했지만, 공감이야 말로 서지원회원님이라는 무기를 얻어 계속 성장하고, 변화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앞으로도 기대할게요! 서지원회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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