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웹소식지>기획> [장애여성활동가연습 리뷰] 정상성의 기준에 함께 도전하며 질문해나갈 장애여성운동의 동료를 찾아서 

정상성의 기준에 함께 도전하며 질문해나갈 장애여성운동의 동료를 찾아서 

장애여성공감 독립생활센터[숨] 활동가 정주희

세상이 아주 견고하고 절대 바뀌지 않을 것처럼, 달걀로 내리 맞아도 꿈쩍 않는 바위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벽을 부수고 길을 만드는 장애여성공감의 활동을 지켜보며 무수히 많은 달걀엔 바위도 속절없이 닳는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조금 더디지만 계속 나아갈 수 있는 건 달걀이길 자처하는 사람들 덕입니다. 저도 몸서리치며 깨지는 달걀이 되고 싶습니다. “시대와 불화하는 불구의 정치로” 기꺼이 정상성에 균열을 내고 세계를 확장하는 데 동참하고 싶습니다. – 낙지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만드는 사회가 잘못된 것이라는 인식 개선 및 전환을 위한 장애인자립생활 운동을 함께 하고싶습니다. 장애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독립이 무엇인지,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숨]센터 구성원들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 이 사회가 장애여성에 대한 이해와 젠더적 관점을 가질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고 활동하고 싶습니다. – 롤라

장애여성운동을 함께할 동료를 만나기 위해 장애여성활동가연습을 시작했다. 비장애, 노동할 수 있다고 여겨지는 몸이 중심이 되는 사회에서 장애여성의 삶은 가려지고 드러나지 않는다. 공감은 장애, 성별, 성적지향, 인종, 국적 등 한 사람을 구성하는 다양한 정체성으로 삶과 일상을 보아야 한다고 말해왔다. 노동의 기회가 한정적이고 영역도 협소한 장애여성과 활동을 함께 하고자 기획한 활동가연습이었으나, 장애여성 동료를 만나지 못했다. 그러나 정상이라고 말해지는 기준을 벗어난 장애여성의 삶은 ‘일탈된’ 존재인 또다른 소수자들의 삶과 이어진다는 점 역시 중요하다. 그렇기에 두 달간의 활동가 ‘연습’을 통해 비장애여성들과 복잡한 층으로 교차하는 삶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서로 주체적이며 평등한 관계맺기를 해나갈 수 있을지 경험해보고 이후의 활동 전망도 같이 생각해보고자 했다. 

활동가 연습이 시작된 봄은 매일 매일이 바쁜 나날이었다. 여가부 폐지를 공언한 이가 대통령이 되었고, 낙태죄가 폐지된 이후에도 재생산권 권리보장을 위한 정치의 역할은 부재했다. 장애인권운동을 하는 이들을 시민들과 분리하여 차별하려는 여당대표가 있고, 탈시설 독립 이동권투쟁을 위한 일상이 있었으며,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해 국회 앞 농성이 계속 이어졌다. 그 현장들을 찾아다니며 운동의 쟁점과 고민들을 같이 느끼고 토론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한 활동들에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담아 카드뉴스를 만들었다. 

장애인의 비율이 높은 집회에 가본 적이 없을뿐더러, 그렇게 많은 장애인과 한 장소에 있었던 것도 처음이었다. 각자의 속도, 시간, 방식을 인정하는 진행이 좋았다. 내가 이제껏 알고 있는 언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생경한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활동가 연습을 이어가며 그 답을 찾아보려 한다. – 낙지 

긴장감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머리로는 언뜻 알것만 같지만 난 그래도 아직 받아들이기 어렵다. 장애여성중심 사회가 무엇인지 공감을 통해 조금씩 배우게 되는 것 같다. – 롤라

워크숍을 진행하며 장애여성 활동가들과 만나 서로의 삶을 듣고 나누고 기록하고 토론했다. 사회적으로 장애는 취약하고 의존적인 것이라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장애여성의 다양한 삶의 맥락과 자신을 생각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알려하지 않고, ‘적합하지 않은 몸’, ‘장애인’이라는 틀 안에 쉽게 끼워 맞추려한다. 장애여성들의 삶은 돌봄을 받는 때에도 돌봄을 주는 이와 어떻게 소통할지, 관계 맺을지, 나의 몸을 어떻게 생각하고 알아가고 이를 얘기해나갈지 나를 살피고 상대를 살피는 매번 고심하는 과정들이었다. 그리고 의존적인 존재라는 낙인에서 우리는 의존은 모든 이들에게 필요하고 이뤄지는 것이 아닌지, 권리가 능력과 자격으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는 지금의 장애계 이슈들 이동권, 탈시설, 활동지원과 모두 이어졌고, 우리는 생각의 뿌리를 더듬어 찾아내려가, 생각을 깨며 함께 할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해 고민했다.

‘장애’를 개인의 문제로 만드는 사회에서 장애에 대해 어떻게 인식할 수 있을까? 장애여성 관점에서 독립은 무엇이고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까? 기회를 박탈하는 사회에서 장애여성의 실패할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을까? 우리의 경험은 어떻게 이어지며 장애여성운동에서 함께 살아가는 이 사회에서 우리는 공존하며 연대할 수 있을까? 계속해서 묻고 토론하며 다양한 삶을 복잡하게 생각하는 연습은 내가 정상이라고 생각하는 기준과 그 기준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이 변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혐오에 맞서는 방법이 연민과 동정이 아니라 연대와 동료의식이라는 것을 느꼈고,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교류하면서 고르며 어떻게 소통할지를 고민했다. 두려워도 시도해보고 실패했다. 맺고 싶은 관계들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실패할 수밖에 없고 실패가 좌절이 아닌 나를 다시 만든다는 믿음으로 기꺼이 깨졌고, 우리의 세계가 확장되고 단단해진다는 것을 느꼈다.

활동가 연습은 일상의 관계들로도 이어졌고, 사람과 이어지는 것에 대한 고민을 깊고 넓게 했다. 조금 더 확장되고 단단해진 서로가 각자의 삶에서 주변을 물들일 불구의 정치들을 기대한다. 동료되기 위해 노력한 만큼 활동에 대한 연대는 이어질 것이고, 활동가연습을 마친 지금 이후로도 각자의 현장에서, 그리고 우리의 공간에서 동료로 다시 만날 것이다.

잃어버린 목소리들이 되찾아지고 그 목소리에 힘이 실리도록 함께할 것이라는 다짐을 매번 해왔었습니다. 근데 아닙니다. 목소리는 누구나 있는데, 듣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만 있을뿐. “목소리가 없는 사람의 대변인이 되자” 라고 생각해왔는데 장애여성공감에 와서 이 다짐이 깨져버렸습니다. – 목소리는 누구나 있는데 듣지 않는 자들만 있을뿐. 저는 누구에게나 있는 목소리에 확장기를 대며 듣는 자가 많아지도록 함께 하겠습니다. 그들이 들을때까지 투쟁할 것입니다. – 롤라

<짐을 끄는 짐승들>에 이런 대목이 있어요. 장애운동 활동가들은 장애인이 장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게 아니라 “장애가 아우르는 체현, 인지, 경험의 다양성 자체가 가치 있는 것”이라 말한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가치 있다는 것. 언젠가 이걸 글로 배우지 않아도 알게 되는 날이 오길 바랐는데요. 덕분에 그럴 수 있었습니다. 한 분 한 분 면면이 너무 소중했어요. 여러분이 써내려가는 고유한 삶의 서사를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어서, 그 이야기에 작은 흔적을 남길 수 있어서 혹은 주고받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제 내면이 깨어지고 부서질 때마다 고통스럽기도 했습니다. 그간의 제 사고방식을 뿌리 끝까지 되돌아보게 되었으니까요. 그러나, 아니 그래서, 제 세계가 더 넓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완벽하지 않은 우리가 만나 서로의 ‘빈 공간’을 마주하고-부족한 부분을 채워주지 않더라도-그 상태 그대로 연대하는 경험이었습니다. – 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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