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육우당 추모제 리뷰

 
 
 
 
故육우당 추모제 리뷰
 
정리 : 사무국 조직교육팀 케이리오
 
4월 25일 광화문에서 “청소년 성소수자 故육우당 12주기 추모제”가 진행되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도 함께 연대하였습니다.
추모기도회와 인권캠페인에 이은 마지막 순서였던 “혐오와 차별에 희생된 이들을 기억하는 이상한(恨) 연대문화제”가 노들야학과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의 공동사회로 시작되었습니다. 문화제는 “한(恨) : 혐오와 차별에 한 맺히다”, “이상(異常) : 보통과는 다른? 달라서 아름답다”, “이상(理想) : 차별과 혐오 없는 세상을 향한 꿈”이라는 주제로 다양한 발언들과 신명난 공연들로 채워졌습니다.
첫 순서였던 공감의 <일곱빛깔무지개>는 “그런 세상”과 “우리가 함께라면”을 힘찬 율동과 멋진 노랫소리로 선보이며 참여자들의 호응과 박수를 이끌어냈습니다. 노들야학 댄스팀 <노세노세>와 행성인의 합동댄스는 현장의 열기를 더욱 뜨겁게 달구었고, <야마가타 트윅스터>의 혐오와 차별을 물리치는 이단 옆차기는 문화제의 주제였던 ‘이상함’과 연결되며 묘한 카타르시스를 주는 환상적인 무대였습니다.
“이상한(恨) 연대문화제”는 성소수자 운동과 장애 운동이 만나 함께 연대하여 만든 자리라 더욱 의미가 빛났습니다. 문화제의 두 번째 주제, “이상(異常) : 보통과는 다른? 달라서 아름답다”에서 공감의 이진희 사무국장의 발언은 차별받는 삶을 살아오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함께 저항해 나가고자 이 자리에 모인 모든 이들에게 깊은 감동과 뜨거운 연대감을 주기에 충분하였습니다. 아래는 그 날 이진희 사무국장의 발언 전문입니다.
 
 
이상異常, 보통과는 다른? 달라서 아름답다.
 
포괄적으로 혐오와 낙인으로 이상한 사람이 된 우리 모두의 이야기를 준비해봤습니다.
 
참 이상합니다.
오늘 여기 모인 우리는 전혀 이상하지 않아 보이는데, 왜 세상은 우리를 이상하다고 할까요? 도대체 보통의 기준이 뭘까요?
 
정말 이상합니다.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고, 폭력과 죽음으로 내몰며 위협해온 사람들이 사과와 반성은 커녕 탈동성애, 중독치유, 동성애탈출을 내세우며 위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저에게 ‘탈’개념은 장애인 운동에서의 ‘탈시설운동’으로 의미있고 중요하게 다가오는데요. 오랜기간 장애를 이유로 사회와 분리되어 대규모 생활시설에서 살아가야 했던 장애인들이 시설밖으로 나와 이전과 다른 삶을 선택하고 살아갈 권리, 사회 전체가 장애인을 배재하고 분리했던 거대한 시설이었음을 폭로하고 변화시키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저들의 ‘탈’은 대체 무엇으로부터 벗어나고 치료받으란 이야기일까요? 간섭받지 말고, 존중받아야할 나의 정체성에서 벗어나라니 이건 강요와 폭력이 아닙니까? 사실은 이상하니 보고 싶지 않고 밀어내고 싶다 라는 말이 아닐까요?
 
그래서 지금 당장 숨줄을 이어가기 위해 필요한 한 모금의 공기처럼,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인권은 생명과 같은 절실한 것입니다. 그러니 제발 여기에 있는 이상한 우리를 위해주지 말고 존중해 줄래? 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럼 정말 본격적으로 이상하게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해볼까요?
보통과 다르다고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으며, 치료와 보호, 관리와 통제의 대상으로 손쉽게 놓여지는 이상하고 위험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 말입니다.
스물여덟에 처음 집밖 세상을 만난 장애여성, 동성애자의 인권을 요구하며 스스로 죽음을 맞이하는 고육우당님, 서른 다섯에 처음 내 방을 가져본 장애인, 시설에서 나와 자유로운 삶을 다 누릴 세도 없이 활동지원을 받지 못해 화마로 떠난 고 송국현님, 폭력에 저항하며 인권을 외친다고 종북으로 몰리는 사람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때마다 위험한 사람취급받는 발달장애인, 노동처별을 하지 말라고 싸우는 사람들, 세월호의 진실을 규명하라고 외치는 유가족들, 뇌병변장애로 말할 때 마다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지는 장애인, ……. 바로 여기 모인 우리들, 이상한 사람들입니다.
 
다른 몸과 경험, 다른 정체성과 지향을 가지고, 다른 일상과 삶을 꿈꾼다고 그것을 보통이 아닌 이상이라고 규정한다면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이상하다는 사회적인 규정을 우리가 새롭게 정의해 봅시다. 이상해서 세상을 바꾸는 사람. 폭력적인 운명에 맞서 살아가기 위해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로 말입니다.
아, 그래도 우리 너무 심각해지지는 말아요. 우리들의 차이를 너무 멀다고 생각하거나 그 무게에 짓눌려 친해질 수 있는 시간들을 놓치지 말아요.
 
그리고 즐겁게 정상이라는 사회적 규범의 견고함에 이상한 틈을 더 많이 냅시다. 그래서 더 다양한 이상한 사람들이 등장할 수 있도록 싸움과 축제를 벌입시다. 틈을 내고 또 내어 더 많은 이상한 사람들이 튀어나와 우리의 힘을 보여줍시다. 저는 기독교인도 아니고 성경도 잘 모르지만 아마도 그 모습을 보시면 하나님도 ‘보시기에 좋더라. 다르니 더욱 아름답구나’ 하실 겁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는 수사보다, 분노와 슬픔이 더 가득찬 우리들의 4월을 이상한 사람들의 아름다운 연대로 모아내고, 세상을 변화시켜나갈 나갑시다.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삶에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달라서 이상한 모든 사람을 지지합니다!
 
 
낙원가
– 육우당
 
어서오라 어서오라 / 평화로운 세상이여
어두컴컴 암흑세계 / 잡아먹고 어서오라
은하수가 흐르듯이 / 꽃잎타고 흘러오라
평등 평화 아름다운 / 세상이여 어서오라
동성애자 보호받고 / 장애인도 존중받고
흑인또한 사람대접 / 받는세상 낙원이여
그런날이 온다면은 / 모든이가 밤낮없이
덩실덩실 춤을 추며 / 기뻐할 것이다.
 
이상하다고 규정한다면, 기꺼이 이상한 사람이 되겠다는 이진희 사무국장의 발언은 그동안 장애여성의 인권을 위해 쉴새없이 고군분투해온 우리 공감이 앞으로도 계속 힘찬 발걸음을 옮길 수 있는 확신과 에너지를 주는 것 같습니다. 우리 이 길, 변함없이 함께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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