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무엇이 문제인가

미경(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 활동가)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돈은 얼마나 될까.

 
자고, 먹고, 입고, 이동하고, 무언가를 배우고, 누군가를 만나고어쩌면 무언가를 보고, 듣고, 말하고, 느끼는 것조차도 모두 이라는 매개를 소비해야지만 획득할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린 현대사회에서, 우리는 돈 없이는 단 하루도 살아갈 수 없게 되었다. 그러나 문제는 돈 없이 살 수 없는 이러한 세상에 돈이 없어서 살기 힘든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한국의 경우 빈곤으로 인하여 살아가기 힘든 이들이 기본적인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1999년에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이라는 것이 제정되었다. 시혜적인 요소가 강했던 생활보호법기초법으로 전환되면서, 국민이 국가로부터 소득을 보장 받는 것은 권리임을 강조하게 되었다. 기초법은 연령, 성별, 노동유무에 관계없이 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이면 누구나 이러한 복지의 권리를 누릴 수 있음을 명시하며 공공부조 중에서는 유일한 소득보장제도로서 현재 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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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기초법이 시행된 지 약 10여년의 시간이 지난 지금, 당초 목적과 달리 빈곤층임에도 불구하고 기초생활 수급권자가 되지 못한 채 생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 410만 명에 이르고, 이는 전체 인구의 약 8.4%를 차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도대체 이들은 왜 수급권자가 될 수 없는 것일까? 기초법에서 규정하는 대상자 조건과 선정 기준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체 행정 편의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라 할 수 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최저생계비 기준을 들 수 있다. 최저생계비는 국민이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요되는 최소한의 비용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현실을 고려하지 않고 턱없이 낮게 책정된 금액이라서 아주 최소한의 생활을 유지하기도 힘들다. 2011년 최저생계비 기준을 살펴보면 1인가구일 경우 약 53만원인데, 그나마도 현금으로 지급받는 것은 43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1> 2011년 최저생계비 결정금액 (단위 : )

 

 
1인 가구
2인 가구
3인 가구
4인 가구
5인 가구
6인 가구
최저생계비
532,583
906,830
1,173,121
1,439,413
1,705,704
1,971,995
현금급여기준
436,044
742,453
96475(?)
1,178,496
1,396,518
1,614,540
 
이는 평균소득의 30%에 밖에 안 되는 것으로, 기초법 제정 당시 평균소득의 40% 수준이던 것을 생각한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급여수준이 올라간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하락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이런 최저생계비의 기준은 기초법 대상자를 선정할 때 개별 소득을 기준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가구소득을 기준으로 하고 있고, 이는 고스란히 수급급여 기준이되기도 한다. 이런 기준은 보육료지원, 의료급여, 장애수당 등과 같은 사회복지 서비스 대상자를 선정하는 데 기초적인 기준이 되고 있어서 더욱 문제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기초법 개정운동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문제가 바로 부양의무제 폐지이다. 기초법에 명시되어 있는 부양의무자는 본인의 배우자, 본인의 1촌직계혈족과 그 직계혈족의 배우자, 기초법 대상자가 되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부양의무자의 소득이 최저생계비 130%이하이어야 된다. 이러한 조항 때문에 실제적으로 가족으로부터 아무런 지원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하더라도 단지 부모나 자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수급권자가 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이런 상황은 근본적으로는 빈곤과 같은 사회문제를 국가의 책임이 아닌 가족이나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처사라 할 수 있다. 2009년에 실시된 기초생활보장 수급가구 실태조사결과에 따르면 부양의무제 때문에 기초법 대상자 선정에서 탈락된 사례가 43%로 가장 많이 나타났는데, 이것만 보더라도 수급권자 선정에 있어서 부양의무제가 얼마나 큰 걸림돌이 되는지를 알 수 있다.
 

대다수의 장애여성이 독립을 하는데 가장 큰 어려움으로 소득이 없음을 이야기한다. 노동시장에서 배제된 장애여성은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소득활동하기 어렵기 때문에 기초법 수급권자가 되는 것은 유일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부양의무제는 장애여성을 시설이나 가족으로부터 독립할 수 기회조차 가지기 어렵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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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및 장애아동복지지원법 제정을 요구를 위해 장애계와 사회운동단체가 분주하다. 6월 1일 전국적으로 기자회견이 열렸고 이를 시작으로 각 지역의 당사와 구의원 사무실 앞에서 2일부터 10일까지 1인 시위가 진행되었다.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를 담은 기초법 개정안은 지난해 한나라당의 예산안 날치기 통과와 4월 임시국회에서 복지부의 반대 등으로 본격적인 논의를 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더구나 6월 임시국회가 끝나면 내년 4월에 있을 총선 때문에 의원들의 선거준비로 법통과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지금이 매우 중요한 시기라 할 수 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명칭처럼 국민이 이 사회에서 기본적인 생활을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이다. 이러한 제도가 실제적인 지원제도가 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필요할 때이다.
*참고자료: 기초법개정공동행동 <기초생활권리 확보를 위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조 상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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