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성범죄 친고죄조항 연내 폐지 촉구한다

[형법 및 성폭력처벌에관한특례법상 친고죄 폐지안 국회 성폭력 특위 통과 환영]
 
성범죄 친고죄 조항 연내 폐지를 촉구하는 여성단체 논평

이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의 결단만 남았다
성범죄 친고죄 조항은 연내 폐지되어야한다

 
오늘 국회 특별위원회에서 성폭력 관련법상 친고죄 전면 폐지안이 통과되었다. 「형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상의 모든 친고죄 조항,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상의 반의사불벌죄를 폐지하는 법률 개정안이 국회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에서 통과된 것이다. 우리 여성단체들은 성폭력특별법 제정 당시부터 숙원과제였던 모든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를 실질적으로 앞당긴 국회 성폭력 특위의 결정을 진심으로 환영하는 바이다.
 
친고죄 조항이 강화시킨 ‘성폭력은 사적인 문제’라는 사회적 편견은
성폭력 피해자들의 고통을 증대시켜왔다

 
지난 20년간 성폭력피해자들은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으로 인해 수많은 고통을 겪어야 했다. 성범죄자 처벌과 이를 통한 재범 방지는 형사사법시스템의 역할이자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피해자의 프라이버시’ 보호를 구실로 성폭력범죄에 대한 친고죄 규정을 존속시킴으로써 가해자 처벌의 책임과 부담을 피해자 개인이 떠맡는 안타까운 상황이 지속되어왔다.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존치는 성폭력피해자 및 가해자 모두에게 성폭력은 개인 간의 합의로 해결될 수 있는 사적인 문제라는 잘못된 인식을 확산시켰다. 친고죄 조항은 성폭력피해자의 고소 결정에 관한 중압감, 가해자 측의 끈질긴 합의 요구, 수사재판기관의 고소 취하를 염두에 둔 소극적 수사, 고소기간 제한으로 인한 피해자의 갈등과 같은 문제들을 만들어왔다. 이러한 2차 피해는 수많은 성폭력피해자들에게 사건 해결 과정에서 더 큰 상처를 입히거나 고소를 포기하도록 하는 주요 요인이었다.
 
또한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이 친고죄 조항으로 인하여 가해자로부터 고소취하 협박을 받거나 ‘참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을 걸고넘어진다’는 식의 비난을 받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 성폭력 범죄가 5대 강력범죄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성폭력피해당사자들은 ‘성폭력은 범죄’라는 인식이 확고하게 자리 잡지 못한 사회의 벽을 마주하고 좌절해야 했다.
 
성폭력 피해자에게 고통을 주고 책임을 전가하는 친고죄 조항은
즉각 폐지되어야한다.

 
성범죄의 친고죄 조항 폐지는 한국의 성폭력피해자 인권실태를 우려하는 국제사회의 염원이기도 하였다. 유엔(UN)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07년에 이어 2011년 한국정부 보고서에 대한 심의에서 친고죄 조항과 이로 인한 낮은 기소율과 유죄 선고율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친고죄 조항을 삭제하기 위한 형법과 관련 법률을 검토 개정’을 재차 촉구한 바 있다. 지난 2008년 유엔(UN) 국가별 정례인권검토(UPR)에서도 한국정부는 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를 권고 받았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월 25일에는 국가인권위원회도 정부의 성범죄에 대한 친고죄 조항 존치 근거를 비판하며 피해자에게 형사소추를 저지하는 권한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성폭력 피해자의 명예와 사생활보호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표명한 바 있다.
 
따라서 이번 19대 국회에서 여·야 합의하에 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가 적극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성폭력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국회의 진일보한 움직임일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국제 인권기준에 부합한 법과 정책을 만들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의미 있는 과정이다.
 
이에 성범죄 친고죄 조항 전면 폐지는 성폭력범죄의 신고율 및 기소율을 높이는 큰 전환점이 될 것이다. 반성폭력운동사와 여성인권사의 감동적인 한 걸음을 내디딘 국회 아동·여성 대상 성폭력대책특별위원회의 결정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환영한다. 이제 남은 것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국회 본회의에서 성범죄 친고죄 조항 폐지안을 연내 통과시키고 사후 성폭력피해생존자들을 위한 제도적 보완책을 시민사회와 정부가 함께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마지막까지 국회의 책임 있는 결정을 기대한다.
아울러 11월 19일에 특위에서 심사된 성폭력 관련 법 개정안은 친고죄 폐지를 비롯하여 무려 63건에 이른다. 성범죄 친고죄 조항이 20년 가까이 존치하면서 성폭력피해자들에게 많은 고통을 안겨준 바, 이번 대규모 법 개정 과정에서 이와 같은 과오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에 우리 단체들은 통과된 개정안들에 대한 면밀한 검토와 논의를 통해 국회와 시민사회에 반성폭력 법정책 방향을 제시할 계획이다.
 

 
 
2012년 11월 19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한국여성단체연합, 장애여성공감,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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