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연재 “섹슈얼베글라이퉁(Sexualbegleitung)에 대한 탐구”

2010년 6월 15일, 트래벨에서의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곳은 울창한 숲이 우거진 목가적인 동네입니다. ISBB의 대표인 스탠포드씨의 가족이 운영하는 호스텔에 묶으면서 일주일간의 일정을 진행하게 됩니다. 이곳 호스텔은 장애인 고객을 중심으로 설계되었다는 인상을 받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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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의 아담한 집에 설치된 리프트, 높이 조절이 가능한 침대, 다양한 보조기가 설치된 화장실을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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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아침, 스탠포드씨와 트래벨의 일정을 조율하고 오후에는 베벨 미클러씨와의 간담회가 진행했습니다.

"단순한 성욕구 해소가 아니라 성에 대한 인식변화가 중요"

바벨 미클러는 시각장애를 가진 여성으로 사회심리학자이며, 바이버네츠의 창립멤버이며 자립생활운동에 참여했다가 90년대부터 장애인의 성 상담을 하고 있습니다. 직접 상담과 온라인을 통한 자료 배포, 다양한 세미나 등을 개최하고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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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미클러는 장애인 성폭력 상담이 불모지였던 시기에 함부르크에서 유일하게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이었습니다. 독립생활센터에 상담소를 별도로 두고, 시설 장애인들이 외부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성폭력과 자립생활에 대한 교육을 국가에서 사회건강보험비용으로 지불하도록 요구했고 힘들었지만 법제화에 성공했다고 합니다.

독일에서도 지적장애인을 위한 성교육과 성폭력 상담이 가장 어렵고 고민해야 하는 주제라고 합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 성폭력 사건이 발생해도 증거능력의 부족으로 기각된 사건이 많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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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벨 미클러씨는 성교육의 과정에서 접촉, 주로 마사지를 활용하면서 좋고 싫은 개념을 배우도록 교육한다고 합니다.

한편 지적장애인을 위한 성교육 과정에서 실제 자위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는 해결해주지 않는다고 합니다. 성에 대한 개념 자체를 금기에서 권리로 인식하고 자위와 파트너와의 관계 모두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합니다.

또한 장애인 성서비스에 대한 질문에 대해, 대다수 장애인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 이유는 대다수의 장애인들이 섹스가 아닌 친밀감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17일에는 ISBB를 경험하는 장애인의 목소리를 주로 듣는 시간입니다. ISBB에서는 섹슈얼베글라이퉁(Sexualbegleitung)을 개념으로 하여 장애인의 성에 대한 상담과 치유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듣는 독일어 용어이므로 번역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겠습니다. 영어로 번역하면 companion에 가깝다고 하니 동반자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이러한 일을 하는 사람을 남성인 경우 베글라이터(beglieiter)나 여성인 경우 베글라이터린(begleiterin)이라고 합니다.

"섹슈얼베글라이터린을 통해서 자신의 몸과 성에 대해 긍정적으로 사고하게 되었다"

오전에는 도나트와의 간담회를 진행했습니다. 그녀는 현재 ISBB에서 장애인 성에 대한 동료상담을 자원활동으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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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트는 신경이 근육으로 연결되는 부분에 문제가 있는데 점점 악화되고 있고, 태어났을때 의사는 32살 까지 밖에 살 수 없을거라고 했지만 현재 42살이며, 40세에 ISBB를 알게되었다고 했습니다.

3년전 베를린에서 처음으로 탄트라마사지 업소에 가서 "섹슈얼 베글라이터린(Sexualbegleiter/in)"를 만났고, 그때 좋은 경험을 했기 때문에 동일한 사람에게 지금까지도 정기적인 마사지를 받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 분은 여성이며 한 사람에게 계속 받고 있는 이유는 새로운 사람에게 매번 자신의 몸과 욕구를 설명해야 하는 수고를 생략할 수 있고 그간에 쌓인 신뢰관계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또한 남성이 자신의 몸에 다가오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간 가족관계에서 성은 금기시되어왔는데 탄트라 마사지를 통해서 성은 내 몸과 정신에 좋은 것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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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나트는 섹스베글라이터는 주로 상담과 사진/바디페인팅 세라피, 탄트라마사지를 통한 행동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설명하였으며 탄트라 마사지의 경우 정해진 규칙에 따라서 한다기 보다는 섹슈얼베글라이터/린과 이용자가 계속 소통해나가면서 그날 그날의 범위를 정해나간다고 합니다. 자위를 원할 경우에도 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들은 대부분의 베글라이퉁을 수행하는 사람이 여성인데 대부분의 남성과 여성 이용자 모두 베글라이터린을 원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질문하자, 도나트씨는 대부분의 여성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안전함을 느끼기 때문이며 남성 베글라이터와 함께 있을때 남성의 성적 욕구나 태도로 인해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여성을 더욱 편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이러한 답변을 통해서 섹슈얼 베글라이터/린과 관계맺는 장애남성과 장애여성이 가진 시각의 차이, 경험의 차이가 존재하고 있음을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 오후에는 ISBB 대표인 스탠포드씨와의 간담회를 가졌습니다. ISBB의 역사와 목표, 활동 내용 등에 대해 들을 수 있었으나, 시간관계상 지적장애인에 대한 내용은 다음으로 넘겼습니다.

"ISBB는 장애인이 성에 대해 자신의 결정권을 행사하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관"

스탠포드는 쾰른에서 자립생활센터를 운영하다가 현재 부인인 이나를 만나서 트래벨로 이주하였고 94년에 평범한 상담소를 시작하였습니다.

심리학자인데 20세에 교통사고로 척수장애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70년대에는 장애인 평등운동에 동참하였고 급진적인 운동을 하였고 처음에는 활동보조, 일 등의 경제적 문제에 신경을 썼지만 이후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현재는 성서비스에 활동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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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안의 활동내용을 정리하여 두 권의 책을 펴내었고 현재는 지적 장애인에 대한 상담활동을 토대로 새로운 책을 준비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본인은 97년에 장애남성 모임을 만들었는데 그 중의 한명이 리나라는 여성과 정기적인 성매매를 한다고 했습니다. 이후 그 리나라는 여성과 장애인의 성에 대해 토론을 하였고 현재는 가장 유명한 섹슈얼베글라이터린이 되었다고 합니다.

ISBB에서는 바디페인팅을 통해서 자연과 접촉하고 그것의 일부로 느끼는 작업을 합니다. 바티페인팅은 자신이 맨 몸이라고 인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좀더 자연스럽게 자신의 몸을 인식하도록 돕는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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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는 장애인의 몸을 아릅답지 않다록 여기기 때문에 장애인 스스로도 자신의 몸에 대한 긍정적인 감각을 가지기 어려운데 이러한 사진 작업을 통해서 그것을 깨나가고자 한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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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섹슈얼 베글라이터/린을 통해서 목적하는 것은 사랑법이나 섹스법을 알려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의 육체가 아름답다고 느기고 상대에게 자신이 느끼는 바를 알려주고, 나에게도 성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또한 여타의 문제와 마찬가지로 성적인 문제에 있어서도 장애인은 보호와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한데, ISBB에서는 섹슈얼베글라이터/린을 그렇게 교육합니다. 또한 그런 의미에서 성매매와는 확연하게 구별했습니다.

스탠포드씨와의 간담회를 통해서 ISBB가 바라보는 장애인의 성에 대한 기본적인 시각과 섹슈얼 베글라이터/린에 대한 개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도 창립당시부터 장애여성의 몸에 대한 자기 시각을 가지기위한 노력을 해나갔으며 2002년 장애여성의 성을 주제로한 캠프를 소개했습니다. 독립생활 운동에서도 성적 자기결정권과 성적 욕망을 중요한 하나의 테마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을 소통했습니다.

이로써 공식일정을 끝내고 저녁식사 후에 도나트의 활동보조인인 린다를 만나 간단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신뢰와 결정권을 유지 하기 위해 노력"

린다는 5년전부터 도나트를 활동보조하고 있으며 다른 사람을 활동보조해본 경험은 없다고 했습니다. 24시간 활동보조 하는 것을 한달에 6일 정도 해왔다고 합니다. 오랜 기간을 통해 쌓인 신뢰관계가 형성되어 있다고 했습니다.

활동보조에 대한 급여는 시간제나 월급제 모두 가능한데 자신은 시간당 12.81유로(약 2만원)이며 세금이 포함되어 있는데 다른 시급 알바보다는 괜찮은 편이라고 했습니다. 이 급여는 주정부로부터 나온다고 했습니다. 독일에는 중계기관이 없으며 주로 온라인을 통해서 구인과 구직을 한다고 합니다. 따라서 이용자와 활동보조인 모두 정해진 교육이 없으며 당사자들이 만나서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고 합니다.

독일에는 활동보조인들의 특별한 조직은 없으며 현재는 좋은 직업군은 아니지만 린다는 급여나 사회인식이 좋아질 경우 좋은 직업으로 바뀔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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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는 우리가 관찰한 결과 아무런 교육을 받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훌륭한 활동보조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관계가 익숙해질 수록 의존성이 문제가 될 수도 있는데 항상 그것을 경계하며 항상 소통하면서도 자신의 의견이 도나트의 결정권을 침해하지 않도록 경계를 잘 세우려고 항상 노력한다고 했습니다.

린다에게 참 좋은 인상을 받았던 연수팀은 그날 밤 맥주를 함께 마셨다는 후문이 전해집니다. 린다 못지 않게 멋있고 강한 포스를 풍겼던 도나트와의 술자리도 기약하면서요^^

참고로 장애여성공감 연수팀은 매일밤 일정을 끝내고 저녁 8~10시 사이에 평가회의를 진행하고 다음날 일정을 확정, 역할 분담 등을 하고 있습니다. 매일 매일 이루어진 평가내용은 돌아가서 종합적인 정리와 평가를 하는데 큰 역할을 해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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