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장애여성 독립생활운동 15년 : 사회적 소수자를 감금하는 시설화를 넘어서는 탈시설 운동을 만드는 도전행동은 계속된다.

[논평] 장애여성 독립생활운동 15년 : 사회적 소수자를 감금하는 시설화를 넘어서는 탈시설 운동을 만드는 도전행동은 계속된다.

2005년 개소 이후 장애여성의 관점으로 장애인자립생활운동(Independent Living, 이하 ’IL운동‘)을 실천해온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이하‘ [숨]센터’)이 올해로 활동 15주년을 맞았다.

[숨]센터는 IL운동 안에서 가시화되지 않았던 장애와 젠더의 교차성과 그에 따른 문제들을 드러내고 독립의 의미를 재구성하고 IL운동 현장에서 보다 확장된 관점에서 실천적 활동을 지속하고 있다. 코로나 19로 대규모 거주시설과 정신병원에 감금되어 있던 이들이 처해진 사회적 재난 속에서 15년을 맞이하는 [숨]센터는 소수자들이 시설화된 삶을 살게 하는 권력과 구조의 문제는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이를 공동으로 대항하기 위한 실천적 과제를 모색하고자 한다.

비장애, 남성, 이성애 중심의 정상성을 기반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삶이 주류사회에서 배제되고 일상의 자리 자체가 좁아지거나 사라지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2012년부터 진행한 [숨]센터의 <IL과 젠더 포럼>을 통해 드러낸 장애여성이 경험하는 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통제는 재생산권리를 침해받는 장애여성의 삶과 맞닿아 있다. 2016년부터에는 「IL센터와 거주시설 연계 자립생활 지원 사업」(이하 ‘거주시설 연계사업’)을 시작했다. 거주시설에 살고있는 장애인들을 만나며 탈시설 과정을 함께 하고 있다.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로서 독립적인 삶이 상상되기보다 사회적으로 암묵적 동의하에 지역사회가 아닌 거주시설 입소를 당연하게 여기는 장애인의 존재를 우리 사회에 더 많이 알려내고자 했다. 최근에는 ’시설화’를 키워드로 장애여성의 존재와 목소리를 드러내고 있다. 시설화의 문제는 주체를 쉽게 타자화, 비가시화하고 권리 보장에 대한 국가의 책무를 은폐시키는데 있다. 결국 우리 사회에서 공적인 삶의 공간에서 소수자들의 존재가 어떻게 지워지고 있는가의 문제이다.

우리 사회에서 소수자를 배제하는 국가 권력을 유지 시키는 문제의 핵심은 개별사안이 아닌 사람을 선별하고자 하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다. 우리는 그 구조의 변화를 요구한다. 그리고 그 변화의 시작으로 입 다물어진 채 묻혀있는 소수자들의 경험이 우리 사회 더 많은 공론장에서 말해져야 한다. 거주시설 안에서 장애인들의 일상이 시설화되어 가는 현실을 드러내고 시설이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를 받기 위해서 어떻게 시설이 선호하는 몸으로 바뀌는지 과정을 추적하고 낱낱이 밝혀내고 국가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설 거주 장애여성이 생리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무엇 때문인지 사회적인 이유를 물어야 한다. 개별의 장애여성들이 시설 안에서 어떤 경험을 했고/하고 있고 특히 여성의 몸과 재생산권 등 성적권리 측면에서 자신의 몸에 일어난 일이 무엇이고 그것의 의미에 대해서 사전, 사후 설명을 듣고 이해하는 과정은 있었는지 확인하고, 없었다면 이 또한 문제삼고 후속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효율성과 생산을 중시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장애인은 쓸모없는 몸이 되고, 시설은 운영의 편리함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집단 수용이 용이하도록 장애인의 몸을 통제해 온 것에 대한 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유를 명확하게 드러내는 것과 동시에 시설 내에 인권침해가 묵인될 수 있는 상황에 대한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따지는 과정에 시설 거주인 당사자들이 주체가 되어 직접 의견을 내고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탈시설 이후의 삶을 상상하고 지역사회에서 개별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의 시작점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숨]센터는 사회적으로 고정화되어있는 장애여성의 위치에 대해 다시 질문해왔다. 장애여성이 지역사회에서 수행하고 있는 다양한 노동(성적노동, 가사노동, 돌봄 노동 등)이 노동으로써 의미화되거나 노동력에 상응하는 경제적인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문제의식을 키워왔다. 그리고 주로 수동적인 위치로만 상상되는 장애여성들이 강사로서 대중 앞에서 자신의 장애에 대해 설명을 하거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 경험을 말하며 반차별을 주장하는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며 장애여성의 사회적인 위치를 바꿔낼 필요성과 가능성을 고민해왔고 시도하고 있다. 특히 2017년도부터 「발달장애인 조력자 워크숍」을 통해 비발달장애중심의 사회에서 발달장애인이 주체성을 지키면서 타인과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서 발달장애인 가까이에서 관계 맺고 있는 조력자들이 변화가 필요한 것들을 성찰하는 시간을 지속하고 있다.

우리 운동의 기조는 사회적 약자들이 각자도생으로 문제의 원인을 개인으로 지목하고 해결의 방안 또한 본인이 더 노력이 필요하다거나 현재의 상황을 체념하게 하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지속해서 드러내는 것이다. 사회적 권리를 가진 동등한 시민으로서 호명되는 것이 아니라 결핍된, 모자란, 부족함을 가진 집단으로 뭉뚱그려지는 것에 문제를 제기한다. 그리고 개별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이 타인에 대한 위협으로 인식되는 지금의 상황에 큰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고 그만큼 변화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낀다. 특히 시설 운영의 민주화를 넘어서 거주인들이 탈시설의 주체로서 거주시설이라는 공간을 어떻게 바꿔내고 새롭게 활용할 것인지까지의 전 과정까지 함께하는 것을 포함하는 탈시설민주화를 위한 활동을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 한다.

누군가로부터 자신의 존재 자체를 승인 혹은 인정받아야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회적으로 그림자 취급을 받으며 공적인 공간, 활동, 관계에서 제약을 당하고 차별을 받는 상황이 익숙하게 떠오른다. 동료 시민으로 인정받기 위한 투쟁의 과정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 사회 곳곳에서 비정상이라는 혐오와 차별의 언어를 앞세워 더 많은 소수자들이 지워지고 있다. 소수자이자 피해자임을 자처하는 방식이 갖는 한계와 나의 안전을 위해 또 다른 소수자를 배제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모두가 바라는 우리 사회의 안전망을 지켜낼 수 있을지 성찰이 필요하다.

사회적 소수자로서의 범주를 생물학적 여성으로 한정하고 그 외의 주체들에 대해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일련의 사태를 지켜보며 장애운동 안에서 장애 유무, 장애의 유형이나 정도, 젠더 차이 등으로 인한 경험적 차이에 주목하고 ‘우리’에 포함되지 않는 사람들이 누구인지 고민하는 운동을 해온/하고자 하는 입장에서 지금의 현실은 너무나 개탄스럽다.

살아 숨 쉬는 존재로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 장애를 비롯한 소수자성이 혐오, 배제의 이유가 아니라 존중이라는 큰 범주 안에서 서로의 차이를 알아갈 수 있는 사회가 필요하다. 이러한 사회변화를 위하여 앞으로 [숨]센터는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의 터전으로써 IL센터가 이러한 만남의 장을 만들어 낼 수 있도록 투쟁과 연대를 이어갈 것이다.

전염성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겠다는 조치로 시행되고 있는 거주시설 코호트격리로 인해 정신병원, 거주시설 등은 외부와의 접촉이 차단되고 시설의 폐쇄성은 더 높아졌다. 올해 거주시설 연계사업으로 만나기로 했던 발달장애인 분들과의 약속은 기약이 없다. 제대로 된 진단과 치료를 받지 못한 분들에게 깊은 애도를 표하며 앞으로 이런 상황이 반복되지 않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으로써 시설폐쇄를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2020년 03월 06일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여성독립생활센터[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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