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불안이 구체적인 설렘으로
김미진(장애여성공감 회원)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 사무실에서 나와, 이런저런 표정으로 걸어가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뭔가를 찾았다. 한시간 넘게 걸어 집에 도착했지만 찾지 못했다. 그러나 독특한 캐릭터를 찾는 것도 아닌데..
지금 내겐 목표가 있다.
공감의 극단 ‘춤추는 허리’에서 해마다 공연하는 ‘거북이 라디오’에 참여할 기회가 생겼다. 한달여 연습하고 있고 11월 24일에서 26일동안 공연이 올려진다. 이 공연에서 내 역할을 잘 하고 싶은 것이다.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우리의 메시지가 잘 전달되었으면 한다. 이 목표를 방패삼아 오랜 세월 길들여진 게으름과 소심함을 막아내고 꼭 해내고 싶다.
2010년에 장애여성공감에서 진행한 장애여성학교 프로그램 중 하나인 퀄트반 수업을 참여하면서 알게되었다. 중증장애여성들이 주축이 되어 설립했고, 인권?제도개선?교육?복지향상을 위해 일하고 있고, 계속 발전하고 있는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공감에서 발행되는 책자를 읽으면서, 아!, 그래? 맞아! 를 연발하며 공감해가고 있다.
퀼트반에서 한땀한땀 정성을 들이다 보니 작품이 늘고, 실력도 늘고, 수다까지 늘었다. 나를 편안히 드러낼 수 있었다. 전시회를 가졌고 귀여운 소품을 직접 만들어 판매해 이윤도 냈다. 올해는 2기생도 모였다.
미술반은 내가 가장 하고 싶은 것이어서 참여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수채화, 아크릴화, 스케치를 조금씩 하며 행복했었다. 올해도 기대된다.
[숨]센터에서 진행하는 동료상담은 다른 이들의 삶도 들여다보고 공감하며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함을 느꼈다. 나에 대해선 나를 과거?현재?미래에서 만나보는 듯 했다. 좀 더 나은 우리의 삶을 위해 함께 해야 하니까!
교육프로그램외에 사회문화체험, 캠페인 활동을 함께하면서 내 안에 있는 오만과 편견이 먼저 드러났고, 이것을 줄여가는게 모두의 의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장애인들의 독립 의지는 깨어나고 있지만 독립을 위한 사회 환경 조성 의지는 뒤늦게 일어나는 것 같다. 비장애인들의 마음과 잘 어울어지도록 하는 우리의 노력도 더 필요함을 느낀다.
공감을 2년째 드나드는 지금.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지만 사춘기 아이처럼 계속 성장하고 있다. 조금씩…
공감의 비젼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활력을 주기 바란다. 공감이라는 공간에서 꿈을 품은 장애여성들을 더 많이 만나고 싶다. 막연한 두려움을 떨치고 구체적인 설레임을 느끼고. 행동하는 장애여성들과 함께 하고 싶다.
연습하러 가야지. 어제보다 나아졌으려나?
파닥파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