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 위법한 채증활동과 수사관행을 규탄한다

[성 명 서]

경찰의 성매매 여성 알몸 촬영, 위법한 채증활동과 수사관행을 규탄한다

지난 3월, 경찰은 영장 없이, 성매매 여성의 가슴과 성기 등 신체를, 그 의사에 반하여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을 이용해 사진 촬영하고, 그 촬영물을 단톡방에서 공유하였습니다. 경찰은 단속 과정에서 채증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성매매 여성의 알몸 사진은 성매매행위에 관한 증거가 될 수 없습니다. 알몸 촬영은 성매매 여성에게 수사기관이 절대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는 점을 재차 확인시키고 자백을 강요하기 위한 것이거나 수사편의를 위한 것으로서 위법수사입니다. 이번 사건에서도 경찰은 성매매 여성에게 “다 찍혔으니까 빨리 (진술서) 쓰고 끝내자”라고 말하면서 자백을 강요하였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남성경찰 3명은 밤 시간에 원룸의 출입문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왔고, 그 중 남성경찰 1명이 카메라 기능의 전원을 켜둔 상태로 휴대전화를 앞세워 들고 와서는, 담배를 피우고 있던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3회  연속하여 사진 촬영하였습니다. 경찰은 성매매 여성이 탈의 상태에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여성경찰이 동행하여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가릴 수 있는 담요 등을 준다고 하여서, 증거 인멸이나 도주 위험이 있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은 서울특별시경찰청 풍속수사팀과 서울송파경찰서 및 서울방배경찰서가 합동하여 성매매 등을 단속하는 과정에서 발생하였습니다.

경찰은 휴대전화 카메라 기능을 이용하여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촬영하였고, 그 촬영물을 다수의 합동단속팀원들이 있는 단톡방에서 공유하였습니다. 경찰이 업무용 휴대전화와 경찰청 내부 메신저를 이용하였다고 하더라도, 현행 시스템상 단톡방에 포함되어 있는 누구라도 개인 휴대전화나 다른 저장매체로 손쉽게 전송과 저장이 가능합니다. 디지털사진은 복제가 쉽고 인터넷 등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광범위하게 유포됨으로써 엄청난 피해와 고통을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번 사건에서 알몸을 촬영 당한 성매매 여성은 모멸감에 더하여 촬영물 유포에 대한 불안, 공포 등으로 지금도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의사에 반하여 신체를 함부로 촬영당하지 아니할 권리, 즉 헌법 제10조로부터 도출되는 일반적 인격권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의 신체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의 보호대상이 되는 개인정보에 해당합니다. 나아가 성폭력특별법 제14조 제1항은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사람의 신체를 촬영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촬영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에 성기, 여성의 가슴이 포함된다는 것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성매매 여성이라고 하여서, 가슴과 성기 등 신체를 강제로 촬영 당하였을 때 인격적 존재로서 모욕감을 느끼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성매매 여성은 자신의 몸에 대하여 함부로 촬영 당해도 되는 존재가 아닙니다. 성매매 여성도 불법촬영을 당하지 않도록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불법촬영을 당한 성매매 여성은 경찰 조서에 “그 사진이 어딘가에서 나돌고 있을 생각을 하면 아무 일도 할 수 없고 모멸감이 듭니다”라고 적었습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알몸 촬영은 수사기관에서 해도 되는 적법한 수사행위가 아니며, 단속과정에서 해도 되는 적법한 채증활동도 아닙니다. 그동안 수사기관에서 성매매 여성의 알몸 촬영을 관행적으로 반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적법절차의 원칙을 위반하고, 사법통제를 피해서 영장 없이 집행해왔기 때문입니다. 성매매 여성에 대한 알몸 촬영은 자백 강요나 수사 편의를 위한 것으로서 적법절차를 위반한 강제수사일 뿐 아니라, 성매매 여성의 인격권과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중대하게 침해하는 것으로서 허용될 수 없는 위헌적인 공권력행사이며, 나아가 성폭력특별법 제14조 제1항에 따른 카메라등이용촬영죄에 해당합니다.

이번 사건은 성매매 단속ㆍ수사과정에서 지속된 성매매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와 잘못된 수사관행이 수면 위로 드러난 것입니다. 서울특별시경찰청만이 아니라 다른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의 성매매 단속 현장을 영상촬영한 방송보도에서도, 경찰이 성매매 여성의 알몸을 마구 촬영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에 우리는 반인권적이고 위법한 수사관행을 근절하기 위하여, 첫째, 수사기관은 성매매 여성의 신체에 대한 불법촬영을 중단하고, 성매매 단속ㆍ수사시 성매매 여성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할 것, 둘째, 수사기관은 보관중인 성매매 여성의 알몸에 대한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영구적으로 삭제ㆍ폐기할 것, 셋째, 성매매 여성의 알몸 촬영물이 단톡방 등을 통하여 누구에게 전송되고 어떤 저장매체에 저장되거나 복제되었는지 관련 증거를 확보하고 그러한 전송 내지 저장행위에 위법이 있었는지 수사할 것, 넷째, 성매매 여성의 알몸 촬영과 그 촬영물 보관ㆍ관리에 있어서 지휘감독 책임이 있는 자를 징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합니다.

○ 연명 제안 단체: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입장/연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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