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독립생활(IL)운동에서 자기결정권과 의존의 관계
작성: 진은선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기획강좌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쟁점」 3강에서는 장애인독립생활운동(이하‘IL운동)에서 자기결정권이 가지는 의미와 쟁점 속에서 독립과 의존을 대립시키지 않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IL운동은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구조를 비판하면서 장애인의 독립을 방해하는 사회적 장벽을 제거하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중증장애인들이 운동의 주체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0년대 후반에 이 운동이 들어오면서 장애인 당사자가 자신의 권리를 요구하는 주체로 등장하고 장애로 발생하는 문제를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 환경의 문제로 패러다임이 전환되는 등 중요한 성과와 의의가 있었다.
그러나 미국에서 기반이 된 운동의 내용들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면서 현장에 고민이나 논의를 구체화하지 못했던 부분은 현 시점에서 중요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IL운동의 기본적인 이념은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전문가나 보호자가 아니라 당사자이며 당사자가 원하는 권리를 직접 선택할 수 있는 소비자로서 권리를 갖는다. 그리고 장애인은 ‘정상적인 사람들’과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사회통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정상’이라는 기준은 장애인이 비장애인처럼 정상화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비장애인은 모두 정상적인 삶을 잘 살아가고 있을까? 정상적인 독립을 가장 큰 가치로 두는 이 전제는 장애인은 비장애인처럼 정상적으로 독립할 수 있는 존재인지 끊임없이 시험받게 만든다. 또한 장애인이 스스로 독립을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전제했을 때 이 능력은 곧 독립의 가능성을 가르는 주요한 조건이 되고 능력이 없다고 판단되는 장애인들은 시설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걸까.
결국 자기결정권이 개인에게 주어지는 보편적 권리로만 남았을 때 채워질 수 없는 공백들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자기결정권이 보장되려면 결정과 책임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관계를 조직하는 것, 그리고 독립과 의존의 의미를 소수자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자기결정권과 연결된 여러 의제들을 IL운동의 역사적 맥락 안에서 다시 질문하고 논의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