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강좌 <자기결정권을 둘러싼 쟁점>: 4강 성년후견제도와 장애인의 자기결정권 후기

결정 ‘못하는’ 존재를 둘러싼  허상

 

작성: 김다정(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013년 7월 1일 성년후견제도가 시행된 이후 벌써 6년의 시간이 흘렀다. 성년후견제와 자기결정권 강좌에서는 성년후견제가 시행된 배경과 현재 마주한 쟁점에 대해 배우고 자기결정권과 연결하여 고민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성년후견제도는 UN장애인권리협약 제 12조에 위배되어 폐지할 것을 권고 받았다. 의사결정을 하기 어렵다고 여겨지는 사람들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해 만들어진 성년후견제가 역설적이게도 자기결정권을 위해 폐지되어야 한다는 권고를 마주하게 된 것이다. 성년후견제는 의사무능력자로 규정된 이들의  형식적 자기결정권 행사를 위해 만들어졌다. 사회에서 어떤 일부의 사람들은 결정에 대한 아무런 권리가 없고, 관리되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타인에 의해  대리하기는 하지만 권리가 있다고 인정했다는 점에서 나아갔다고 볼 수 있다. 이 제도를 통해 지원을 받은 사람도, 해결된 상황도 있었지만, 결국 당사자가 권리를  직접 행사할 수 없기 때문에 성년후견제도가 갖는 한계점은 분명했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성년후견제는 분명 자기결정권 논의에 있어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생각을 한다.

 

매순간 우리는 결정의 순간에 있다. 사회는 더 나은 삶을 위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위해 최선의 결정이 필요 하다고 강조한다. 국가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기보다는 각 개인의 능력을 바탕으로  정답을 선택해야 삶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개개인의 선택과 결정이 중요해지는 현대 사회에서 성년후견제는 커진 자기결정권의 의미만큼 더 큰 의미와 한계를 마주하게 된다. 실패할 권리가 희미해지고 최선이 아닐 수 있는 일말의 가능성을 지닌 선택지들은 배제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으로서 늘 불완전한 결정을 하는 존재로 규정되는 사람들이 있고, 누구나 하는 결정의 실패를 이들 존재의 특성으로 규정한다. 이 인식아래 의사결정을 다른 사람이 대신해야 한다는 정당성이 부여된다.

 

실상 누구도 완벽한 결정을 하지 않는다. 누구도 자신의 결정을 온전히 책임지지 못한다. 우리 모두는 의존하는 존재로 결정과 책임의 과정에서도 자연스럽게 서로에게 의존한다. 그러나 누군가에게  이런 의존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어지지 않는다. 성년후견제에서 모든 권한과 책임이 후견인에게 집중되는 문제, 당사자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당사자의 의사와 다른 결정을 내리는 사례, 후견이 시작되면 후견을 받는 사람의 의지만으로는 그 후견 관계를 끝맺을 수 없다는 등 다양한 쟁점과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한계를 보여주는 것은 사실 후견을 받는 당사자를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의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성년후견제의 존폐 혹은 필요성에 대한 논의는 자기결정권의 주체를 누구로 보는지 어떻게 존중하고 실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져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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