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정혜경 국회의원 형법 일부개정안,
22대 국회 첫 번째 ‘강간죄 개정’ 발의를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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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혜경 국회의원 형법 일부개정안
22대 국회 첫번째 ‘강간죄 개정’ 발의를 환영한다!
정혜경(진보당) 국회의원은 2025년 3월 5일 297조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을 골자로 하는 형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발의안은 297조 강간죄를 기존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자’에서 ‘상대방의 동의 없는 성교행위를 한 사람’으로 변경하고, 성교행위에 ‘구강, 항문 등 신체의 일부나 도구를 이용한 유사 성교행위’를 포함한 안이다. 유사강간을 강간과 통합하고, 성교로 명명한 것은 2023년 일본 형법 개정과 동일한 대목으로 타당성이 높다. 구성요건이 ‘동의 없는’으로 변경되는 것은 ‘동의’ 모델을 채택한 국가들에서 고려, 적용하는 조항으로서 일반적인 모습이다. 22대 국회에서 첫 번째로 발의되는 강간죄 ‘동의’ 모델로의 변화, 형법개정안을 환영하고 지지한다.
정혜경 국회의원실은 개정안을 발의하면서 온라인으로 227명의 입법 의견을 모았다. 온라인에 의견을 개진한 이들은 성폭력 피해를 겪고, 신고‧수사 재판을 힘겹게 거쳐온 당사자가 다수였다. “피해자에게 성관계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고 성관계로 나아간 잘못은 피고에게 명확히 있다”고 하면서 현행법에 근거하여 무죄를 선고하며 “재판부를 이해해달라”는 말을 들었던, 합동 강간을 하고 카메라로 촬영하였음에도 피의자들은 동의하에 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밤에 잠을 잘 수 없는, 너무 겁이나 죽을 만큼 저항하지 못했던, 사건 후 DNA 검사를 받고 약을 복용하고 수없이 진술하고도 ‘강제성’을 입증하기 위해 내가 얼마나 무력했던 사람인지를 증명해야 하는, 친밀한 관계에서 강간을 당했지만 폭행과 협박이 없어서 신고하지 못했던, 스토킹에서 벗어난 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이다.
피해자들은 “기존의 법은 피해자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2차 가해를 조장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정혜경 의원의 발의 이유처럼 현행법은 강간죄의 성립 조건을 ‘폭행 또는 협박으로 사람을 강간한 행위’로 정하고 있고, 판례는 폭행 또는 협박의 정도를 피해자의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의 강간 여부’가 아닌 ‘피해자의 반항 여부’가 중점이 되는 등 2차 가해가 발생하고 있는 것은 너무 명백하다. 폭행‧협박이 입증되지 않아 성적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범죄가 무죄로 판결되는 입법 공백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 입법 공백은 단순한 처벌 공백이 아니라, 이 사회에 폭력이 정당화되고 허용되는 것에 공조하는 것이며, 피해자의 삶에 심각한 위협이 되기에 분명 ‘문제’다.
이미 많은 시민들은 동의 없이 이뤄진 성관계는 성폭력이라고 인식한다. 1953년 형법 32장이 ‘정조에 관한 죄’였던 때부터 존속되어 온 ‘폭행 협박’ 요건은 기본 요건이 아닌 가중요건이자 여러 동의 없는 성폭력 상황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자유롭고 자발적인 동의의사 여부로 강간죄를 개정하라는 국제인권협약의 권고에 따라 22대 국회는 강간죄 개정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 그것이 민주주의 국가에서 시민이 부여한 매우 중대한 국회의 사회적 책무다.
이제 22대 국회가 일을 할 차례다. 72년간 지속되는 ‘극심하게 저항하는 피해자 상’을 폐기하라.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해 온 형법상 강간죄를 끝내고 개정하라. 유형력 모델의 강간죄를 동의 모델의 강간죄로 바꾸는 더 많은 안을 발의, 입법하라. 22대 국회는 새로운 평등한 관계와 안전한 일상을 여는 국회가 되기를 촉구한다.
2025년 3월 6일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