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차별금지법, 지금 한국사회에 제시되어야 할 이정표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부쳐

베이지 배경에 핑크색 띠가 둘러져 있는 모양. 문구는 "차별금지법, 지금 한국사회에 제시되어야 할 이정표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부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라고 적혀있다.

 

차별금지법, 지금 한국사회에 제시되어야 할 이정표
– 제21대 대통령 선거에 부쳐

 

지난 12일 제21대 대선의 공식 선거 기간이 시작되며 주요 정당 후보들이 공약을 발표했다. 12.3 비상계엄으로 민주주의 헌정 질서를 뒤흔든 윤석열이 파면되고 맞는 조기 대선이다. 윤석열을 파면시키까지 4개월 여의 시간이 한국사회에 남긴 상흔이 깊기에, 정치권이 앞장서 ‘새로운 민주주의’를 약속하고 담대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는 시민들의 기대가 남다른 선거이기도 하다. 하지만 지금 이러한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있다.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의 정책에서 ‘성평등과 인권’ 정책이 사라졌다고들 한다. 그보다는 ‘성평등과 인권’을 노골적으로 ‘거부’하고 있으며, 지난 퇴진 광장에서 ‘윤석열을 파면하라!’고 외친 시민들의 요구에 ‘불응’하고 있다는 것이 보는 것이 더 정확한 진단일 것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1999년 이미 헌재 위헌 판결로 폐지된 군가산점제과 여성희망복무제를 양성평등 정책인양 제시한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내세우고, 선택의 자유를 제약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반대한 윤석열의 복제판을 또다시 목격해야 하는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이제부터 진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하지만, 주요 10대 공약 타이틀에서 성평등·여성은 찾아볼 수 없다. 성평등이 인권의 핵심가치라며 페미니스트 정부를 자처하고도 성차별 해소를 위한 차별금지법을 끝내 방치했던 문재인 정부를 그리워하기라도 해야 하는가.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정부부처 효율성·전문성을 높인다며 여성가족부 폐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여성가족부 확대·강화가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윤석열이 무너뜨린 민주주의 폐허 위에서 성평등 민주주의를 적대하는 정치의 후과를 다시 또 시민들이 치러야 한다는 말인가.

더욱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다시금 ‘사회적 합의’로 밀어넣는 더불어민주당의 행보는 매우 우려스럽다. 박근혜 퇴진 이후 「1600만 촛불의 열망, 100대 촛불개혁과제」에서도, 윤석열 퇴진 이후 「 탄핵 너머, 대선 너머 사회대개혁으로 만드는 새로운 세상 – 사회대개혁 과제」에서도, 성평등과 인권, 평등권 실현을 위한 첫 번째 과제는 바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었다. 게다가 2017년과 2025년 개혁 방향은 모두 차별과 혐오 선동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려는 국가의 노력과 책임을 강조하고 있다. 현재 대선 국면에서 진정 실종된 것은 성평등·인권·소수자 의제가 아니라, 차별과 불평등을 방치하지 않겠다는 정치인들의 직업윤리다. 성평등을 국정운영의 기본 가치로 삼고,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통해 그 어떤 시민도 평등권의 예외로 남겨두지 않겠다는 정치인의 윤리를 약속한 이는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뿐이다.

한편으로는 민주주의 퇴행의 역사를 끝내고 새로운 민주주의로 진전시켜야 할 시대적 과업을, 다른 한편으로는 지연된 성평등과 보편적 평등권을 약진시켜야 할 역사적 사명 속에서 열린 조기 대선이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한다. 바로 “국가가 더 평등한 사회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은 차별을 해결하는 것이라는 점에 대한 국가의 인정”이다. 지금 한국사회에 절실한 이정표는 보다 더 평등한 사회를 만들겠다는 정치의 약속이다. 대통령 후보들에게 촉구한다.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 공약으로 윤석열을 넘어설 국가의 이정표를 제시하라.

2025년 5월 15일
차별금지법제정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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