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퀴어함이 차별과 빈곤을 만들지 않는 사회를 함께 만듭시다 –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 날을 기리며 

517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아이다호 데이(IDAHOT: the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and Transphobia)는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WHO)가 동성애를 국제질병목록에서 삭제한 날을 기념하며 제정된 날이다. 전 세계 성소수자들과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는 이들, 단체와 정부기관 등은 이 날을 기념하며 다시한번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높이고 인권과 평등을 외친다.

아이다호 데이를 기린다는 것은 동성애를 정신질환으로 간주하여, 동성애자라는 정체성을 가지고 살아가는 이들을 부당하게 억압하고, 동성간 성행위를 했다는 이유로 체포하고 구금하고 형벌을 내리는 야만적인 역사를 잊지 않는 것이다. 또한 그 역사를 변화시키기 위해서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내며 국가권력에 대항하고 시민들의 인식을 바꾸고 연대를 만들어왔던 자랑스러운 투쟁을 기억하는 것이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서 이 야만적인 역사와 그에 맞선 투쟁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은 동성간 성행위를 이유로 누군가를 처벌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지금도 군인은 예외로 취급되고 있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간성 등의 이름을 가진 성소수자의 인권을 인정한다고 하지만 성소수자가 어떤 차별을 받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국가가 구체적으로 정한바도, 밝힌바도 없다. 오히려 성정체성을 이유로 병리화하거나 범죄화하는 것은 국가권력이 공모하거나 주도하는 양상이며, 이러한 양상이 노골적이고 강력할수록 사회적인 혐오와 낙인 또한 증대되고 있다. 차별선동을 주도하는 일부집단이나 이에 동조하는 대중들의 인식은 이러한 토양에서 무럭무럭 자란다.

장애여성공감은 여전히 다수와는 다른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가진다는 이유로 비정상이며 잘못되고 열등하다는 평가에 기반한 차별과 폭력이 온존하는 이 사회를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정상성을 강화하고 강요하는 국가권력에 맞서고, 차별과 배제를 정당화하는 법제도로 인해 소외와 빈곤을 겪고, 병리화 낙인으로 인해 정당한 권리에서 배제되고 평가절하되며 모욕을 당하는 우리의 현실을 바꾸어 나갈 것이다. 우리의 몸, 성적 실천, 정체성의 다름은 부당한 개입과 교정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의 다름은 세상을 다르게 보는 관점이자 실천이며, 정상성을 만드는 권력에 도전하며 능력과 가치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보게 하는 퀴어함이다.

장애를 가진 이들은 남성과 여성의 강제적 구분과 그에 따른 역할의 부여, 능력의 판단, 이성애 규범에 따라 성적 매력과 가치를 매기는 관행으로 인해 학교, 노동시장, 복지제도에서 밀려나고 사회와 ‘맞지않는 문제있는 사람’으로 규정되어 왔다.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 신체의 다양함이 더이상 권력과 자원의 분배에 장벽이 되지 않는 사회는 장애를 더 이상 비정상, 잘못, 문제로 보지 않는 사회를 상상하는 것과 매우 닮아있다. 장애여성공감은 성소수자 인권운동과 함께 퀴어함이 차별과 빈곤을 만들지 않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끊임없이 나아갈 것이다. 

2016.5.17.

장애여성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