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 성명]대한민국 입법, 사법, 행정 삼권에서의 성평등 후퇴를 완성할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윤석열 대통령은 지명을 당장 철회하라.
8월 29일, 윤석열 대통령은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대법원장은 대한민국 사법부의 최고법원인 대법원을 대표하는 장으로서 막중한 책임과 역할이 요구된다. 대법원의 판결은 하급심을 구속하고, 해당 판례는 이후 유사한 사건의 법적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등 사법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후보자는 그간 여성폭력 사건 가해자를 엄중히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감형하고, 여성 인권을 퇴보시키는 행보를 보여왔기에 윤 대통령이 임명동의안에서 밝힌 바와 같이 “현대 사회의 다양한 가치와 이해관계를 조화롭게 포용하고 조정할 수 있는 리더십과 추진력을 겸비하고 있어 차기 대법원장으로서 더 없는 적임자”라고 할 수 있는지 의심된다.
2007년 이 후보자가 재판장으로 있던 서울중앙지법민사합의 13부는 여성에게도 임원 선출권 등이 있는 총회 구성원 자격을 부여해달라며 서울기독교청년회(YMCA)의 여성 회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서울기독교청년회는 남성 회원에게만 총회 구성원 자격을 부여하였는데, 이는 명백한 성차별임에도 재판부는 해당 단체의 내부적 문제로 귀결시켜 여성 인권 보장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외면했던 것이다.
또한 같은 해 이 후보자는 전 연인에 의한 스토킹 및 살해 피해 여성의 유족이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의 조치가 미흡했다며 제기한 국가배상금청구소송도 원고 패소 판결했다. 당시 경찰은 ‘계단에서 갑자기 여자가 살려달라 소리를 지르고 남자가 여자를 때리면서 끌고 들어갔다’라는 내용의 신고를 받아 출동하였으나 ‘범죄 정황이 없고, 안에 누가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고 판단하여 현장 진입을 거부했다. 이 후보자는 판결 이유에서 “‘여자가 살려달라고 소리쳤다’라는 신고 내용만으로 살인사건이라거나 피해자의 생명에 급박한 위험이 닥쳤다는 사정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 “아무런 인기척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집 안에 있다는 사실도 확신할 수 없다”며 경찰의 미흡했던 스토킹 대응을 옹호하였다. 이후 경찰의 조치가 부족하였다고 판단한 항소심과 상고심 선고와 비교해보면, 여성폭력에 대한 이 후보자의 부적절한 인식이 여실히 드러난다.
이뿐만이 아니다. 2020년 이 후보자가 재판장이었던 서울고법 형사 8부는 12세 아동을 세 차례 성폭행하고 가학적인 성행위를 하여 기소된 가해자에 대하여 ‘개선, 교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20대의 젊은 나이’라는 이유로 감형한 바 있으며, 2021년에도 피해자를 여섯 차례 성폭행하여 기소된 가해자가 ‘개선, 교화의 여지가 남아있는 20대의 비교적 젊은 청년’이라며 감형하기도 했다.
그간 대법원은 2013년 아내 강간을 최초로 인정한 판결, 2018년 성폭력 사건의 판단에 있어 피해자가 처한 구체적인 입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 등 우리 사회가 직면했던 몇 가지 중요한 순간에 과거와는 다른 관점의 판결로 변화의 단초를 제공한 바 있다. 과거 재판 과정에서 성차별을 외면하고, 여성폭력 가해자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등 여성인권을 퇴행시키는 판결을 해온 이 후보자가 대법원의 수장이 된다면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겠는가.
이 후보자는 대법원장 지명 이후 첫 공식 석상에서 “최근 무너진 사법 신뢰와 재판 권위를 회복하겠다”라고 밝혔다. 스스로 지적한 ‘무너진 사법 신뢰’에 기여한 행보를 가진 이로서 비판의 목소리에 자성하기는커녕, “(과거 판결은) 신중한 고민 끝에 이루어진 결과물”이라는 해괴한 답변을 내놓은 것은 도대체 무슨 작태인가. 이 후보자는 성차별적 관점에서 이루어진 과거 판결을 반성하고 그에 응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장에게 성평등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의무가 있음을 잊지 말고, 대법원장 후보자의 이력을 면밀하게 검토하여 제대로 된 후보자를 다시 지명하라. 또한 국회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민의 대표로서, 적절한 후보자가 그 소임을 맡을 수 있도록 책임을 다하라. 이균용 후보자의 대법원장 임명은 대한민국 입법, 사법, 행정 삼권에서의 성평등이 완전히 후퇴함을 의미한다. 우리는 퇴행을 단호히 거부한다. 국민 모두를 위한 사법정의에 기여할 대법원장이 임명되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다.
2023년 8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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