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장애인(여성)전문성폭력상담소는 18개소이며, 이중 17개소는 전국성폭력상담소․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이하 전성협)에 소속되어 있다. 전성협 소속 장애인성폭력상담소는 올해로 두 번째 제주워크샵을 다녀왔다. 8월 27일부터 28일까지 1박2일의 짧은 일정동안 엄청난 논의과제를 빡빡하게 진행하고, 피해자 사례회의, 법적/수사상의 문제에 대한 세미나까지 하고 돌아왔다.
27일 오전10시에 제주공항에 집결한 각 지역의 상담소 활동가들은 공항에서 숙소까지 제주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활동가분들의 적극적이고 친절한 차량지원으로 무사히 도착할 수 있었다. 숙소는 산속의 팬션이었고 참여한 20여명의 활동가들이 회의도 하고 쉼을 가질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첫날은 권역회의 및 차혜령변호사와 함께하는 피해자의 수사지원과 법적지원에 대한 세미나를 진행했다. 권역회의에서는 여성부에서 추진하는 폭력피해여성 지원시설 서비스개편 추진단에 대한 검토, 2010년 여성부 시설평가에 대한 평가지표 및 국가복지정보시스템 사용에 대한 문제점과 현재의 운동흐름 등을 공유하였고, 마지막으로 성폭력특별법 분리법안에 대한 의견교환 등 다양한 현안을 중심으로 논의를 진행했다. 각 안건에 대한 논의결과를 종합해서 대정부질의, 필요한 제안사항 등을 정리하고 행동강령을 만들어 갔다. 그밖에도 우리 권역의 이름을 새긴 2010년 다이어리와 장애인성폭력사건의 법적 쟁점들을 한눈에 볼 수 있는 판례집 제작 등 남은 2009년을 더 의미있게 함께 할 수 사업들에 대한 아이디어 회의도 했다.
세미나에서는, 각 지역 상담소에서 작성해 온 장애여성 성폭력사건 사례를 공유하고, 사건을 지원하면서 힘들고 답답했던 부분을 소통하고 논의했다. 각 상담사례별로 차혜령변호사(공익변호사그룹 ‘공감’)와 타상담소 활동가들의 의견들이 더해져 상담 및 지원에 있어 아이디어를 모으고, 특히 법적으로 걸리고 답답했던 부분들에 대해서 전문가에게 질의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소중한 정보들이 오고 갔다. 권역 상담소들이 비록 지역은 멀리 떨어져 있어도, 각자의 공간에서 성폭력을 경험한 장애여성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사건을 지원하면서 비슷한 고민들을 하고 있다는 공감대를 새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하루내내 딱딱한 마루에 앉아 수고스러움을 감수하면서도 진행한 회의와 세미나를 끝낸 다음날, 우리는 바닷물의 색깔이 제각각인 협재해수욕장과 드넓은 녹차밭 등 제주도의 구석구석을 돌아보는 쉼의 시간을 가졌다. 이렇게 1박2일간 권역 상담소들의 우정과 연대의식, 그리고 제주의 아름다움을 가슴속에 품고,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워크샵에서 약속했던 일들을 실천해 나가고, 앞으로 권역 상담소들이 더욱 긴밀하게 나누고 지지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일일 것이다. 연대의 기쁨은, 실천하고 시도하면서 우리가 꿈꾸고 희망하는 세상으로 다가 갈 수 있다는 확신을 함께 갖게 되는 것이리라. 이 워크샵이 각자의 지역에서 장애인성폭력상담활동을 하는 모든 활동가들에게 작은 일상의 힘이 되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