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예정대로 선포하라!
세계장애인의 날에 장애인들은 요구한다, 세계인권선언일을 욕되게 하지 말라!
서울시는 시민의 참여로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이 과정에 참여하기 위해서 모인 시민들은 4개월간 6차례의 걸친 긴 회의를 통해서 토론과 숙고를 거듭하면서 내용을 만들어나갔으며 분야별, 지역별 간담회와 공청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여 드디어 11월 28일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완성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인권헌장이 만들어진다는 소식에 보편적 인권을 부정하며 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조장하는 세력들은 반대운동을 펼쳤고, 간담회와 공청회 등에 실력을 행사하면서 이 과정을 공격하였다. 특히나 11월 20일에 열린 공청회는 공청회 개최 자체를 막으려고 시도하고 사회자의 멱살을 잡고 마이크를 던지며 단상을 점거하는 등 심각한 폭력행위가 발생하였다.
이러한 혐오세력들의 비합리적이고 수용할 수 없는 방식으로 펼쳐진 반대운동을 보면서 인권헌장을 제정한다는 것의 어려움을 실감하였지만, 시민위원들은 이러한 과정을 겪으면서 인권헌장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하게 깨닫고 이들이 반대하는 성소수자를 비롯한 차별받는 이들의 이름이 더욱 헌장에 명시되어야 한다는 점을 합의하였다.
그런데 인권헌장을 만들겠다고 시민들을 초대하고 권한을 위임했던 서울시가 이 과정을 거치면서 얼굴을 바꾸었다. 폭력적인 사태로 번져 공청회에 참석하러왔던 시민들과 인권헌장 제정위원회 시민위원, 전문위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사태를 수수방관하였으며, 인권헌장 내용을 확정하는 11월 28일 6차 회의에서 시민위원들이 대부분의 내용을 만장일치로 합의하고, 일부 미합의 사항에 대해 표결하기로 결정한 다음부터 본격적으로 회의의 진행을 막고 서울시의 입장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였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서울시는 회의가 끝나고 즉각적으로 언론플레이를 하면서 “서울시 인권헌장 합의 무산”이라고 발표하여 시민들을 혼란과 분노에 빠지게 하였다.
서울시에게 묻는다. 시민들의 대표들이 4개월간 대화를 통해서 서로의 변화를 목도하면서 만들어낸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짓밟을 그 어떤 마땅한 이유가 있는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것 또한 인권이다”라는 선언을 혐오세력이 반대하고 그에 서울시가 동조하고 있는 이 상황을 과연 정당하게 설명할 수 있는가? 이미 실정법에서 보호하고 있고, 국가가 비준한 국제인권규범에서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는 내용을 “합의가 부족하다”는 말로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려는 시도를 왜 벌이고 있는가?
이제 박원순 시장이 직접 나설 때다. 인권변호사라는 자신의 역사를 헛되게 하지 않기 바란다. ‘시민이 시장이다’라는 표어가 헛된 수사가 아니었음을 증명하길 바란다. “합의 무산”이라는 서울시의 발표에 대해서 해명하고 사과하라. 이제라도 시민들이 만든 [서울시민 인권헌장]을 받아들고, 어떻게 이를 소통하고 혐오세력들을 설득할 것인지 계획을 발표하라. 시장으로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 밖에 없다.
오늘,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장애인들은 선언한다. 우리들은 그 어떤 차별과 억압에도 반대한다. 누군가를 혐오한다는 이유로 차별과 권리박탈을 행하는 이들의 폭력을 여론으로 존중하는 국가와 지자체의 행태는 혐오세력보다 더욱 위험하며 보편적인 인권을 부정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이러한 혐오와 폭력을 방관하고 동조하는 공적 기관을 향해 강력하게 투쟁할 것이다. 2014년 12월 10일 세계인권선언을 숨쉬게 하기 위해서 우리는 나설 것이다.
2014년 12월 3일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이하여,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여성공감, 노들장애인야학, 광진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은평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배움터너른마당, 장애인문화공간,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해방열사‘단’, 정태수열사추모사업회, 함께가는서울장애인부모회, 노동당서울시당장애인위원회(준), 상상행동장애와여성마실, 가온장애인자립생활센터, 중랑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더불어광진, 강동장애인자립생활센터, 석암재단생활인비상대책위원회,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나야장애인권교육센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상 25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