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신상정보를 입력하지 않으면 생계비를 지원해 주지 않겠다니!
여성폭력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복시 사용 강요 즉각 중단하라!
2012년 3월, 정부는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이하 사복시)’ 사용을 의무화하였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개인정보 집적을 반대해온 지원시설에게 처음에는 피해자 개인정보를 문서로 보고하게 하던 정부가 차츰 사복시에 입력할 것을 장려하더니, 급기야 사복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생계비를 주지 않겠다는 통보를 해 온 것이다.
대부분의 상담소와 쉼터에서는 정부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피해자 지원 업무에 차질이 생기기에 ‘울며 겨자먹기’로 사복시를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사복시에 피해자 개인정보 입력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성폭력피해자쉼터 열림터는 3월부터 생계비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한 술 더 떠서 사복시를 사용하지 않으면 감사 부서를 통해 징계 조치하겠다며, 수십 년 간 피해자 지원에 혼신의 힘을 다해 온 시설을 벼랑 끝으로 몰아넣고 있다.
사회복지 시설수급자의 부정?중복수급을 방지하고 누수 되는 급여예산을 절감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만든 이 시스템에 여성폭력 피해자의 정보를 집적하여 중복 수급을 방지하겠다는 것은 여성폭력 피해자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행정 편의적 발상이다. 피해자 지원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개인정보의 비밀유지이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등 여성폭력 피해자임이 드러났을 경우 사회적 편견과 낙인,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여전히 높은 사회적 현실에서 개인정보 보호는 프라이버시는 물론 안전을 보장하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주민등록번호와 이용 쉼터가 정부 전산망에 보관되어 여성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이나 쉼터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질 우려가 있다면, 누가 마음 놓고 쉼터를 이용할 수 있겠는가? 이는 비밀상담을 신청하고 가해자를 피해 쉼터를 찾은 이들의 최소한의 안전을 보장해야 하는 국가의 기본 의무조차 방기한 것으로 엄연한 행정폭력이요, 인권침해이다.
정부는 사복시를 써도 주민등록번호 입력과 동시에 전산관리번호가 부여되어 관리되기 때문에 개인 식별이 안 된다고 주장하지만, 우리는 이미 2010년 강원도에서 피해자의 신상정보가 유출되었던 사례를 똑똑히 기억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산시스템이 대세다”라면서 사복시 이용을 강요하는 것은 이 정부가 피해자의 안전과 인권을 고민하기보다는 한낱 관리의 대상으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다.
오늘 우리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접수할 것이다. 여성폭력 피해자의 인권 보장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현명한 판단과 결론을 내릴 것을 기대한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우리 여성폭력 피해자 지원시설은 인권에 무감각한 이 정부와 힘차게 싸워나갈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정부는 피해자를 볼모로 한 사복시 사용 강요 즉각 중단하라!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복시 전면 재검토하라!
정부는 열림터의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생계비를 즉각 지급하라!
<전자정부화대응모임>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한국성폭력상담소&한국성폭력상담소 부설 피해자보호시설 열림터,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의전화 성폭력상담소&가정폭력피해자쉼터 오래뜰 /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광주여성장애인연대 부설 성폭력피해자보호시설 샛터, 광주여성민우회 부설 다솜누리, 고양파주여성민우회 부설 하담
*2012. 4. 6. 우리상담소는 <전자정부화대응모임>의 일원으로, 사회복지시설정보시스템의 인권 침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해 줄 것을 요청하며 진정을 접수하고 기자회견을 하였습니다. 아래는 기자회견 사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