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1년, 내란을 청산하는 법–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라
12.3 비상계엄과 내란 사태로부터 1년이 지났다. 돌이켜보면 2024년 12월은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계엄의 공포에 지배당했던 시간이 아니었다. 정치권력이 무너뜨린 민주주의를 새롭게 세우기 위해 시민들이 스스로 광장을 열었던 시간이었다. 그리고 우리 모두는 기억하고 있다. 불평등과 차별이 만연한 사회였기에 민주주의를 허물기 위한 내란의 획책도 가능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는 동시에 광장을 열어젖힌 시민들이 윤석열 퇴진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을 외치며 새로운 민주주의 사회의 원칙으로 평등을 지목한 이유이기도 했다. 하지만 비상계엄부터 장장 4개월의 투쟁 끝에 윤석열을 끌어내린 이후, 한국사회는 과연 평등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고 있는가.
‘빛의 혁명’을 계승한 정권이라는 자부심 속에서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은 ‘내란 청산’에 대한 굳건한 의지를 밝힌다. 하지만 ‘빛의 혁명’의 한가운데 있었던 여성과 소수자들의 생생한 목소리와 요구는 ‘응원봉’이라는 상징으로 소환될 뿐이다. ‘남성 차별’에 대한 관심은 성평등의 관점에서 사회경제적 양극화를 해결하겠다는 목표를 향하기보다, 젠더 정치를 외면하고 눈앞의 갈등을 회피·봉합하기 위한 행보라는 의심을 거두기 어렵다. 이주노동자는 불안정 노동이 일상이 되어버린 한국사회를 떠받치고 있지만 정권이 바뀌어도 국가의 폭력적인 강제단속은 멈출줄 모른다.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하려는 시도가 거듭되고 일터와 삶터에서 소수자가 겪는 차별 또한 그대로지만, 이를 변화시키겠다는 정치는 아직도 등장하지 않고 있다. 차별의 현실을 엎어보자는 정치가 등장하지 않으니 극우의 혐오 선동은 멈출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과 국민의힘을 극우라고 비판하는 것만으로 내란이 청산되지 않는 이유다.
그나마 “시대착오적인 차별과 혐오”를 비판하고 혐오 방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정부와 국회가 나섰으니 다행이라고 할 수 있을까. 국가 차원에서 혐오를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하는 것은 혐오의 확산을 차단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혐오를 규제할 적절한 대책이 마련되고 실행되는 것 또한 필요하다. 하지만 ‘차별철폐’라는 명확한 목표와 ‘평등증진’이라는 선명한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한 채 규제와 처벌만을 강화하는 혐오 규제는 누구를 위한 것인가. 현재 대통령 집무실 앞 100m 집회 금지를 담은 집시법 개정이, ‘불법정보’를 자의적으로 규정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이 혐오와 폭력 선동을 멈추게 할리 만무하다. 오히려 혐오를 근절하겠다는 명분으로 소수자들의 목소리와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고 시민들의 기본권을 약화시킬 뿐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겪어왔던 민주주의의 위기다.
12.3 계엄 1년을 맞이한 지금 우리는 다시 질문해야 한다. 어떤 민주주의를 향해 나아갈 것인가. 해답은 어려운 곳에 있지 않다. 내란 이후 남겨진 민주주의 과제를 직면하고 평등한 사회를 만들어가겠다는 약속으로서 차별금지법 제정에 나서겠다는 정치의 의지를 선언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사회 전체의 평등을 확장하는 계기일뿐 아니라, 존엄과 평등에 기반한 민주주의를 재건하는 시작이 될 것이다.
내란의 완전한 종식은 새로운 민주주의의 힘찬 출발로부터 가능하다. 내란 청산이 시대적 과제라는 이재명 정부와 국회는 그 어느 때보다 평등의 약속, 새로운 민주주의의 시작인 차별금지법 제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내란 1년, 민주주의가 무너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시민들의 힘이었고, 광장을 가득 메운 바로 그 시민들의 염원은 차별과 혐오 평등한 세상,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임을 명심하라.
2025년 12월 3일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