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 재지정 취소 대응 투쟁 경과 공유와 입장문
장애여성공감의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이하 활동지원기관) 재지정 탈락 이의제기 과정과 투쟁을 통해 ‘재지정 취소’ 철회를 이끌어냈습니다. 연대해준 모든 동료들에게 감사드리며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발표합니다.
2024년 서울시는 “부적절한 관행을 바로잡고 장애인에게 양질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 하겠다”며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에 없는 재지정 심사를 강행하였습니다. 지자체는 부당한 서울시의 지시에 적극 동조하며 장애인 권리를 외쳐온 활동지원기관을 표적으로 삼았습니다. 이번 재지정 심사는 사회서비스원 운영에 관한 조례 폐지, 탈시설 지원 조례 폐지, 권리중심 공공일자리 폐지 등 장애인자립생활권리 탄압의 연장선입니다. 활동지원제도의 문제를 개선해야 할 공공의 책임은 회피한 채, 돌봄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고 부정수급의 문제로 축소하며 활동지원기관의 몫으로만 전가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대해 장애여성공감은 강동구청과의 청문 자리에서 제도의 문제를 적극적으로 설명하였으며 심사기준과 심사적용 방식에 대한 문제를 분석하여 낱낱이 밝혔습니다. 일례로 점수표의 세부 항목별 점수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려웠지만(정보공개를 청구했지만 비공개라는 결과를 통보받았습니다), 10점 만점 중에서 기관의 ‘공익성’을 평가하는 점수가 거의 0점에 가깝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면서 장애인이 집과 시설에 고립되지 않도록 삶에서 만난 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싸워왔습니다. 2011년부터 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며 메르스 국가 책임 소송, 코로나19 돌봄공백 지원, 활동지원시간 삭감과 만 65세 이후 서비스 중단 문제 등 활동지원현장의 문제를 제기해왔습니다. 해당 지표에서 ‘부적절한 기사 검색 등’이 자료로서 명시된 바, 장애여성공감을 악의적으로 표적하여 본 재지정심사에서 탈락시키려는 의도가 아니고서야 0점은 26년 간 강동구 지역에서 활동해온 역사를 무화시키는 점수 결과였습니다.
또한 주요한 탈락 사유의 쟁점이었던 법정인건비 미지급은 사실이 아닙니다. 보건복지부의 비현실적인 바우처 수가는 근로기준법을 준수할 수 없도록 설계되었으며, 이 과정에서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가 서로 책임을 떠넘기며 활동지원사의 급여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은 채 방관해왔던 것이 본질적인 문제입니다. 법정인건비는 장애여성공감이 고의적으로 급여를 미지급한 것이 아니라 서울시의 심사기준과 급여산출방식 간의 차이로 인해 생긴 차액이었습니다. 이에 장애여성공감은 강동구청이 지적한 미지급분에 대해 지급 의사를 밝힌 후 지급을 완료했지만, 심사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서울시와 지자체가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이하 IL운동)의 역사와 가치를 무시하고, 정부부처의 무책임한 제도 운영은 고려하지 않으면서 현장에서 돌봄 공백을 메워온 활동지원기관에 과도하게 책임을 묻고 있는 것입니다.
장애여성공감은 2월 17일, 강동구청 청문을 통해 심사 과정의 불명확한 기준과 부당한 조치에 대해 문제제기했으며 결국 재지정 탈락 결정을 철회시켰습니다. 이는 재지정 심사 자체에 ‘상당한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결과입니다. 서울시와 강동구청은 시혜적인 태도로 마치 구제한 것처럼 말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러한 권위적이고 차별적인 행정의 태도를 용납할 수 없습니다.
활동지원제도는 돌봄을 가족의 책임이 아닌 사회의 역할로써, 독립적으로 살아가기 위해 몸으로 싸워 쟁취한 투쟁의 결과였습니다. 2007년 장애인활동지원제도가 시행되었지만, 돌봄의 권리는 예산과 효율의 논리로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습니다. IL센터는 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며 집과 시설에 고립되지 않도록 장애인의 삶에서 만난 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싸워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투쟁으로 만든 제도임에도 장애인이 주체가 되어 활동하는 IL센터는 장애를 가진 몸이 무능력하다는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끊임없이 전문성을 의심받아왔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오세훈 시장과 윤석열 정부의 혐오와 차별정치로 인해 더욱 극명하게 드러났고 차별행정으로 현장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돌봄이 필요한 몸은,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를 요청하기 보다 바우처 결제가 가능한 활동지원기관을 찾아 헤메고 있습니다. 주 1회 업무보고 등과 같은 과도한 행정 기준은 점점 늘어나며 돌봄현장과 맞지 않아 발생하는 갈등과 요구는 무시된 채 형식적 절차가 우선시 되고 있습니다. ‘명절연휴 특별수당’, ‘고난도 돌봄수당’, ‘단시간 장애아동수당’ 등 돌봄 제도의 근본적인 구조가 변하지 않고 시행되는 한시적 지원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제 장애인의 삶에 가닿지 못하고 있습니다. 서울시가 사회서비스원을 없애는 행태를 보이며 돌봄, 탈시설 현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재지정 심사로 또다시 마주한 돌봄의 문제를 함께 제기하고 맞서는 투쟁을 계속해가야 합니다.
더불어 우리는 IL운동의 동료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과 토론을 제안합니다. 우리가 놓여진 IL운동의 어려움에 대해 비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우리가 일구고자하는 IL현장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요? 평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장애인의 권리를 억압하고, 능력주의를 강화하는 구조로 작동되고 있는지 봐야 할 때입니다. 평가를 무시하자는 주장이 아닙니다. 현장에서 우리는 불합리한 기준과 돌봄 현장의 문제를 드러내기 주저합니다. 운동의 담론으로 문제를 가시화하기 어려워합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일방적인 지침을 따르지 않는 활동지원기관을 낙인 찍고 정당한 문제제기조차 청취하지 않거나 “다른 센터는 문제없는데 왜 너희만 문제 삼느냐”는 식의 태도로, 비교와 갈라치기, 줄세우기식 평가를 통해 활동지원기관을 길들이려 합니다. 이러한 방식은 결국 장애인 당사자의 활동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장애인의 돌봄 권리를 축소시키고 행정의 통제 속에 갇히게 되는 구조로 이어집니다.
평가의 기준에 우리를 맞추지 말고, 평가의 문제를 정면으로 맞서는 용기를 함께 갖자고 제안드립니다. 우리는 100점을 맞기 위해 평가받는 것이 아닙니다. 지자체와 평가기관, 심의위원 등은 현장의 문제를 발견하는 역할 뿐 만 아니라 상호협력적으로 돌봄현장을 가꾸고 지원해야할 책임이 있습니다. 책임은 방기하고 감시자의 역할만하는 행정을 언제까지 두고 보아야 합니까? 그러니 그들의 지적을 두려워하기보다 그들이 해야할 책임과 역할을 더 말하고 싸웁시다. 지금까지 같이 싸워온 것처럼 더욱 강도높게 점수로 기관을 서열화하는 행정을 거부합시다. 활동지원기관의 경험을 통해 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한 변화를 치열하게 고민합시다.
우리는 오랜 운동의 역사를 통해 알고 있습니다. 운동의 원칙에서 단 한 발이라도 물러서는 순간, 더 거센 탄압과 무시에 직면할 것입니다. 재지정 심사는 전면 폐기되어야 합니다. 이 투쟁은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제도, 예산 부족을 방관하며 모든 책임을 활동지원기관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는 현실에 대한 강력한 저항입니다. 돌봄의 공공성을 책임지지 않는 서울시의 불공정한 행정을 철저히 규탄하며, 우리는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장애여성공감의 지정을 요구하는 634명의 개인과 62개 단체의 연대가 모였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동료들을 만나며, 우리는 함께 싸울 힘을 더욱 굳건히 다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부당한 재지정 탈락 결정 철회를 이끌어냈습니다. 이 투쟁은 IL운동의 전면에 장애여성 IL운동이 나서 이끈 의미있는 결과입니다.
지하철에서, 거리에서, 광장에서 우리는 싸워왔고, 온 몸으로 세상을 변화시켜왔습니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 장애등급제 폐지, 장애인자립생활센터, 탈시설 정책 등은 우리가 바꿔온 세상의 모습이며, 우리의 자부심입니다. 정치권력이 바뀔 때마다 장애인과 소수자들의 권리를 흔들지만, 두려워하고 싶지 않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제도가 현장을 뒤흔들지 못하도록 때론 우리가 비록 흔들리더라도 굴곡진 몸으로 올바른 길을 가고자 합니다. IL운동의 동료들은 제도화에 우리의 운동이 머물지 않도록 더 용기있게 싸웁시다. 행정은 우리가 바꿔 온 세상을 존중하고 탄압을 중단하십시오. 장애여성공감은 제도를 잃을 것이 두려워서 운동의 자부심을 잃고 싶지 않기에, 우리의 현장이 가진 어려움과 문제에 늘 직면하며 돌봄 정의를 위한 싸움을 해가겠습니다.
2025. 3. 26
장애여성공감
탄압과 억압에 굴하지 않고 자부심을 갖고 단단히 나아가는 장애여성공감이 있어 언제나 든든합니다 🙂 투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