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 화성외국인보호소 고문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인권침해 인정 환영, 그러나 조사 과정에 유감을 표하며 피해자에 대한 보호해제를 촉구한다.
1. 법무부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발생한 새우꺾기 고문 등 일련의 인권침해에 대하여 뒤늦게나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고, 인권침해 사실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였다. 지속적인 문제제기에 대하여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의 적정한 조치’였다는 입장을 견지해 온 법무부가 처음으로 인권침해 사실을 시인하였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 하다.
[진상조사 경과 및 결과 관련]
2. 그러나 법무부의 내부 조사 과정은 의구심을 남겼다. 사건 초기부터 피해자를 대리하는 시민사회 활동가와 변호사들이 존재했음에도 불구하고 조사는 철저히 피해자를 배제하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피해당사자나 대리인단이 주장하는 일련의 인권침해 사실(구체적인 피해 유형 및 일시 장소 등)에 대한 의견 수렴이 이루어 지지 않았으며, 외부전문가의 의견을 청하는 절차 역시 부재했다.
피해자의 대리인들마저도 사건 조사가 종결되는 단계였던 지난 10. 26. 에서야 처음으로 조사 상황에 대해서 들을 수 있었으며, 여타 의견 수렴 절차는 없었다. 조사 개시 당시 짧은 면담이 있었고, 결과 발표 직전에 대리인단의 요청에 의해 피해당사자의 증언을 들었으나 이것이 실제 조사결과에 반영이 되었는지 의문이다.
3. 특히 오늘 발표에는 사건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새우꺾기’ 고문행위에 대한 구체적인 진상을 밝히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그러한 인권침해가, 언제, 얼마나, 어떻게 있었다는 것인지 밝히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를 충분한 ‘진상규명’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다.
법무부 내부 진상조사단은 조사 종결 하루 전인 10월 28일에야 지금껏 총 5회의 새우꺾기피해를 입었다는 피해자의 증언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새우꺾기’ 징벌에 대해 ‘법령에 근거없는 방식으로서 인권침해에 해당’한다는 판단을 하였다면 피해자가 주장하는 다수 피해에 대하여 구체적인 피해사실 및 관련 가해자 등에 대한 추가적인 조사를 진행하였어야 한다. 이것을 과연 충분한 조사와 적절한 절차 진행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4. 법무부는 ‘특별계호 통고서가 허위공문서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혔다. 대책위는 사건 초기부터 고문 외에도 독방 구금의 남용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해왔다. 피해자에 대하여 십수 차례 이루어진 특별계호의 사정에 대해서는, 일시와 장소가 잘못 기재되고 담당자 서명조차 없는 특별계호통고서 외에는 남아있는 증거가 없어 각각의 특별계호의 정당성에 대하여 상당한 의문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미 문서만으로도 절차적인 문제가 드러난 상황에서 법무부는 그러한 문서에 대한 아무런 경위 설명을 하지 않았다. 이처럼 절차적, 실체적 의문이 남아있는 특별계호에 대하여 일률적으로 모두 적절하게 이루어졌다는 취지의 진상조사단 조사 결과는 매우 유감스럽다.
5. 법무부가 스스로 인권침해사실을 인정한 상황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당사자에 대한 보호해제이다. 국가폭력의 피해를 입고 지금 이 순간에도 가해자와 같은 공간에 있는 피해 당사자에 대한 보호를 즉각 해제하고 적절한 치료를 받도록 해야한다. 법무부는 조사과정에서 피해자에게 출국을 권유하거나 다른 외국인보호시설로의 이감을 제안하는 등 부적절한 대책을 제시해왔다. 정작 가해자에 대한 조치는 여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가운데, 피해자를 눈엣가시로 여기는 태도가 아닌지 의심된다. 피해자에 대한 기본적인 구제조치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법무부의 금번 조사결과 발표는 진정성 없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개선방안 및 후속 조치, 외국인 보호제도 구조적 개선을 위한 계획 관련]
6. 금번 피해사건이 발생하게 된 근본 원인은 보호외국인의 기본적인 요구가 보호소 내에서 수용되지 않았던 데에 있다. 특히 피해자가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었으며, 현재도 보호외국인들은 적절한 진료를 받지 못한 채 구금되어 있다. 보호외국인의 의료접근권 박탈에 대한 조사, 이에 대한 현실적이고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조사를 마무리지어서는 사건의 ‘진상’을 밝혔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7. 보호 개시 및 연장의 적부를 제3의 기관이 판단케 하는 등의 입법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점과 관련하여, 보호 기간에 대한 연장 심사는 지난 십여년 간 거부된 사례가 거의 없을 정도로 요식행위에 불과한 것으로서 제3기관에 심사를 맡기는 것은 면피성 절차적 정당성 확보에 지나지 않는다. 과거 이란 국적 난민신청자의 보호소 내 사망사건 이후 유사한 대책을 비공식적으로 발표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이행되지는 않았다. 본 건의 피해당사자와 같이 난민신청 등을 이유로 필연적으로 장기구금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외국인을 무리하게 구금하여 발생하는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8. 마지막으로, 대책위는 법무부가 금번 고문사건 문제제기에 대하여 사건과 관련없는 피해자의 과거 영상 및 행적 등을 공개하여 피해자의 인격과 명예를 훼손하는 방식으로 대응한 것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로서 인정되었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법무부의 대응에 대한 문제인식과 재발방지책이 제시되지 않는 한, 인권침해를 당하는 소수자들은 더 이상 입을 열 수 없게 될 것이다.
2021년 11월 1일
외국인 보호소 고문 사건 대응 공동대책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