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장애인성담론 및 성서비스연구를 위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유럽연수
왜 우리는 유럽으로 가는가?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장애인의 성담론에서 제기되고 있는 장애인의 성적권리에 대한 논의들이 한국에서도 시작되었습니다. 장애인들이 성적인 존재임에도 무성적인 존재로 살아가도록 강요받거나 통제 당하지 않고 성적인 주체 혹은 대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들이 팽창되면서 이슈화되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사회적 이슈화는 매체로 시작되어, 이창동감독의「오아시스」(2002), 독립영화「아빠」(2004), 「핑크팰리스」(2005), 「섹스볼란티어어」(2009) 등으로 이어지면서 다양한 입장으로 논의와 토론들이 이루지고 있습니다. 특히 「섹스자원봉사」가 번역, 출판되면서 유럽, 일본, 미국 등의 장애인의 성적권리 보장의 형태로 ‘섹스자원봉사/섹스서비스’라는 성서비스 담론이 형성되기도 했었죠.
이러한 매체들은 장애인의 성적권리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성기를 결합하는 섹스의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들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구매의 합법화, 성서비스 중개, 섹스쿠폰제도, 성활동보조, 섹스자원봉사 등의 방식이 구체적인 대안으로 이야기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장애여성공감은 이렇듯 장애인들에게 이성애중심의 성기결합섹스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는 이성애/장애남성중심의 시각과 관점이 장애인들 모두의 욕망인양 이야기되는 데 대해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을 가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장애인의 성 그리고 장애인의 성적권리라는 중요한 주제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논의되어야 하며, 더 다양한 시각들이 경합할 수 있도록 토론의 장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고민을 오랜 시간동안 해왔습니다. 동시에, 한편에서 계속되는 장애인성적권리에 대한 논의를 지켜보며 더 이상 불편하고 답답한 느낌만을 가지고 아무 말 하지 않고 있을 수는 없다는 조바심도 커졌습니다.
그리하여, 독일, 네덜란드 등 북유럽 몇 개국들- 특히 성노동/성구매가 합법화 혹은 비범죄화 되어있고, 장애인성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는 나라들 -을 방문해 장애인성서비스에 대해 혹은 장애인의 성적권리에 대해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나누고, 이를 둘러싼 제도적이고 사회적인 기반이 어떻게 형성되어 있는지 등을 조사하고자 우리는 2010년도에 드디어 ‘장애인성서비스 연구를 위한 북유럽국가 연수’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이번 연수를 통해서 풀어야 할 과제
이번 연수를 통해 그간에 장애여성공감이 고민하고 궁금했던 점들을 조금이라도 해소하고 장애인 성서비스에 대한 입장을 정리하고자 합니다.
성서비스의 개념은 무엇인지에서 부터, 성구매와 장애인서비스 제공의 차이, 성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장애인’의 범주, 성활동보조, 성매매제도와 장애인 성적권리보장의 관련성, 과연 누가 장애인 성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지, 장애인성서비스 제도에 대해 정책적 지원이나 제도가 필요한지, 장애인성서비스 제공에 반대하는 입장은 무엇인지, 장애인당사자나 제공자들은 어떤 입장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 연수에 앞서 내부적으로 진행한 몇 차례의 사전 세미나를 통해서 우리는 끝이 나지 않는 질문들과 과제들을 도출해냈습니다.
하지만 궁금증에 딱 맞는 정답을 찾기보다는, 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을 나누고 소통하기 위해 먼 여행길에 오른다는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열심히 소통하고 토론하면서, 장애여성의 입장과 시각을 견지하면서, 한국의 장애인의 현실과 성문화를 상기하면서, 잘 살펴보고 열심히 고민하고 오겠습니다.
6월4일 출국에서부터 시작되는 약 20일간의 연수기간 동안, 방문하는 기관이나 연수팀의 활동상황 등은 홈페지를 통해 빠르게 공유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많은분들의 응원과 관심, 그리고 온․오프라인 상에서의 자유로운 의견교환을 기대해보며….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