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5일 <춤추는 학교> 2009년 종강식을 진행했습니다. 종강식에서는 참여자분들이 각 반별로 진행했던 과제의 일부나 참여후기를 공유하고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또 일년 동안 <춤추는 학교>의 강사로 수고해 주신 한글반 강진영님, 논술반 홍성희님, 영어반 모이님, 베이커리반 정영란님이 나오셔서 수업을 진행한 경과와 소감을 말씀해주셨습니다.
특히 함께 나눈 <춤추는 학교>의 참여후기 및 성과 발표는 참여자분들의 열정을 후끈 느끼게 해주었고, 무엇보다 <춤추는 학교>가 장애여성들의 교육의 장으로서 갖는 의미, 그리고 내년에 또 어떤 과제들을 가져가야 할지 등을 일깨울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아래 글은 여성주의/인권반에 열정적이고 성실한 참여자였던 고명숙님의 참여후기입니다. 매시간 발제와 토론에 열심이시던 고명숙님 덕에 여성주의/인권반의 내용이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습니다. 종강식에 함께 하시지 못한 분들과 이 글로써 그날의 분위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고명숙
나는 올해 5월부터 10월 마지막 주까지 장애여성공감 춤추는 학교 여성주의‧인권반 학생이었다. 마지막 날에 연극을 한 편 보면서 6개월 동안의 여성주의‧인권반 수업을 아쉽지만 마쳤다. 연극 관람에 앞서 그 동안의 공부에 대한 소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담당자가 나를 열혈참여자라 일컬었는데 좋게 보아 준 건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그 표현을 나름 반갑게 받아들인 나의 당연하고도 쌈박한 대답은 이랬다. “좋으니까 열혈참여 했겠지요^^”
맞다. 좋아서 열심히 참여했다.
뭔가 배우는 것이 좋고 그 배움이 여성주의와 인권에 대한 것이라서 좋고 그 내용을 알아듣기 쉽고 편하도록 전달받아서 좋고 서로의 경험이나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고 어떤 궁금증이나 질문이라도 존중하고 정성스레 풀어 주는 수용적인 분위기라서 더욱 좋았다.
여성주의와 인권이라는 주제의 길을 거니는 동안 나는 나 자신과 만날 수 있었고 또 다른 소수자들과도 만날 수 있었다.
우리를 향한 억압과 착취의 원인을 아프게 아프게 따라가 보면 결국 만나는 것이 무시무시한 가부장제 구조다. 이 틀은 사람을 사람으로 보지 않고 모든 존재를 그 자체로 있도록 놔두는 법 없이 몽땅 수단화시킨다.
이 속에선 소통이 없이, 다양성이 죽어버리는 것이 평화라는 이름으로 보기 좋게 둔갑한다. 나는 평화라는 말을 그저 긍정적으로만 여겼었는데 내가 몰라도 너무 모르는구나 싶고 숨겨진 위험의 심각성에 아찔하고 소름끼친다. 평화… 그것의 무서운 본색에 적잖이 충격이었다.
늘 독립과 자유를 꿈꾸었고 지금까지도 꿈만 꾸고 있는 나는 늘 가족이라는 개념과 그에 따른 도리에 발목은 묶일 대로 묶인 채 중요도도 영향력도 없이 살았다. 가족으로부터의 해방을 노리는 동시에 그 꿈꾸는 순간마저 폭삭 눌러버려야 하는 죄책감… 그런 내 마음에나마 등불이 환히 켜졌다. 여성주의는 나더러 가족을 넘어서란다.
배우는 시간 내내 참으로 소중하고 감사하게 느꼈음을 강사님들과 담당자님 그리고 함께한 공감의 모든 선생님들께 전하고 싶다.
앞으로 좀 더 여성주의적인 시각으로 주변을 살펴봐야겠다. 그리고 비록 부족한 손이지만 슬며시 펴 내밀어야지.
누구 제 손 필요하신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