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지는 얼굴
– 참새
찍은 날 | 2010, 8. 5_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제6회 활동가 대회에서
나이 사십이 넘으면 자기 얼굴에 대하여 자기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말이 있다.
대전에서 갑자기 스넵 사진을 찍겠다고 해서 찍은 사진인데 후덕한 아줌마의 얼굴에 펑퍼짐한 상체로 나왔다.
나 자신도 놀라웠다. 내가 이런 모습이구나 싶었다. 나이가 들어간다는 사실은 당연한 것이고, 모습은 변해가는 것도 당연한 것인데…. 왜 놀라게 될까.
누구도 늙어감은 자연스러운 것이고 거역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면 자연스럽게, 긍정적인 것들을 찾아내고, 소중하게 여기면서 예쁜 주름을 만들어가는 것도 괜찮을만도 할 텐데 왜 그런지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진다.
어려서 나의 삶이 다르게 살아야한다는 것을 알면서 20살까지만 살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그저 막연하기만 하였고, 늙어가면서까지 살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루라도 빨리 인생무대에서 내려오고 싶었다. 그래서 늙은 나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조차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염색을 하게 되고, 돋보기도 쓰게 되고, 피부도 탄력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나의 늙음은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그러함에도 이렇게 사진 속의 나의 모습이 낯설고 기분이 우울해지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족이 있거나 노후에 대한 계획이라도 있지만, 나는 준비해둔 것이 없다. 더 늙어서 아프다고 해도 누가 나의 병상을 지켜줄 것이고, 몸이 더 나빠져서 도움을 더 많이 받게 되는 상황이 되어 질것에 대한 두려움이 커서 오래 살게 될 것이 두려운 것이다. 오래 아프지 않고, 여러 사람에게 짐이 되지 않고, 아쉬워하는 순간에 떠나고 싶다. 진심으로 언제나 어떤 일을 하던지 ‘박수 칠 때 떠나라’이고 싶다.
젊은 시절에는 날카로워 보이던 얼굴이 이젠 둥글게 편안해지고 있다.
얼굴의 둥근 모습처럼 마음도 누구에게나 모난 말을 하지 않고 후덕한 그리고 편안한 늙은이가 되고 싶다. 물론 아직도 나에게 오래 살라는 말은 싫다.
죽음을 깔끔하게 맞이하고 싶다.
그리고 감사하는 시간을 조금만 나에게 허락해 주신다면 빠짐없이 인사하고 싶다. 감사했다고… 진심으로………·.
내 얼굴은 내가 책임을 진다.
※ 1기 장애여성학교 글쓰기반 문집 (글쓰기를 통한 행복한 추억여행)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