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회 리뷰]발달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 ‘말하기’

se_1.gif상담소는 2009년 한해 동안 ‘장애인생활시설 내 장애여성 성교육 및 섹슈얼리티 드러내기’ 사업을 진행하였고, 지난 11월12일에는 본 사업을 마무리하며 시설생활 발달장애여성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상담소의 내담자 대부분은 발달장애여성이다. 상담소는 벌써 7년 가까이의 세월을 그녀들과 함께 웃고 울고 지난한 날들을 보내왔지만, 언제나 그들의 삶과 섹슈얼리티에 대해 ‘말하기’ 하는 것이 두려웠다. 발달장애여성들은 그들이 가진 장애 때문에 주변사람들이 자신의 언어를 무조건적으로 ‘대리’하는 일상적인 폭력에 놓인다. 때문에 우리 역시도 상담을 하며 의식하지 못한 사이 그런 폭력을 반복하고 있지 않는가, 하는 긴장감을 느낄 때가 많다. 

상담소는 스스로가 발달장애여성들을 대리하기보다, 그녀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조건을 마련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이를 위해 성교육, 프로그램, 당사자 자조모임 등을 기획하여 진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여성부 공동협력사업으로 발달장애여성들이 보고 이해하기 쉬운 성교육 교재를 만들었고, 이어 발달장애여성들이 살고 있는 복지시설들에 찾아가 여러 차례 성교육을 실시하는 등 발달장애여성 성교육에 집중하는 한해를 보냈다. 

성교육 교재는 발달장애여성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대부분 그림으로 정보전달을 하고 있고, 여기에 음성까지 더한 동영상 DVD를 수록하고 있다. 성교육 교재는 장애여성으로서의 자신의 몸, 성욕, 사회적 관계를 인식하고, 장애여성에게 금기시 된 성적주체성과 성적 즐거움의 의미를 아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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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교재 <장애여성, 성性을 밝히다>의 내용 중 일부

 
또한 성교육은 생활시설 5곳에 시설 당 총 6회기씩 진행하였고, 성인 장애여성들을 대상으로 했다. 한국사회 내에 장애인들이 집단 생활하는 복지시설은 많이 존재하지만, 그 안의 장애여성들을 만나보는 것은 이번이 상담소의 첫 시도였다. 시설 내 피보호자라는 위치, 집단생활 공간의 특성, 개개인의 경험과 삶의 차이 등 수많은 요소들이 한정된 시간 동안 성교육을 하는데 커다란 어려움으로 다가왔지만, 성교육을 통해 발달장애여성 스스로 자신의 몸과 성적인 느낌에 대해 자유롭게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은 그런 어려움을 헤쳐나가며 총 30여 회기의 성교육을 끝까지 마칠 수 있게 해준 원동력이 되었던 것이다.

지난 11월 12일 토론회는 이러한 상담소의 시도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느낄 수 있는 자리였다. 발달장애여성들과 함께하는 상담사, 교사, 사회복지사, 시설운영자, 활동가 등 많은 사람들이 토론회에 참여했고, 약속된 시간을 훨씬 넘기며 질문과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회에 참여한 사람들의 질문과 의견들 속에는 발달장애여성들의 삶과 성적인 욕망, 그것을 어떻게 더 잘 듣고 소통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의식들이 녹아져 있었다. 그 문제에 대해 아무도 정답을 내놓을 수는 없겠지만, 아마도 발달장애여성들 스스로 더 많이 ‘말하기’ 할 수 있는 조건을 마련하는 우리들의 시도와 노력에서 부터 시작될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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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없는 회의와 눈물을 쏙 빼게 할 만큼의 고민과 ‘해냈구나’라는 성취감 등 많은 것들을 남겨준 올해 상담소 사업의 경과는 토론회 자료집에 모두 담아냈다. 그리고 발달장애여성들이 쉽게 보고 이해할 수 있는 성교육 책을 만들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제작한 성교육교재 <장애여성, 성性을 밝히다>가 토론회 날 처음으로 공개, 배포되었다. 

상담소는 성교육교재(책+DVD) <장애여성, 성性을 밝히다>를 발달장애여성들이 생활하고 있는 시설들에 우선 배포할 계획이다. 시설에 생활하는 장애여성 및 시설종사자들에게 이 교재가 적극 활용되어, 성과 관련한 상호 소통이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앞으로 발달장애여성의 섹슈얼리티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더욱 적극적으로 ‘말하기’ 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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