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하기의 힘을 발휘하는 자리,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를 참석하며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김다정
코로나19가 확산된 이후, 공감의 일상이 달라졌다. 손을 씻고, 온도를 체크하며, 방문 기록을 남기는 등 일상은 변화했지만, 4월 20일은 변함없이 돌아왔다. 2021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결의대회는 현재 보건복지부가 ‘가치중립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탈시설용어를 부정하고, 탈시설 정책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 않은 것을 문제삼으며 장애인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을 촉구하며 세종시에서 진행되었다. 공감에서는 이번 결의대회에 함께 참여 할 회원들을 조직하며 현재 장애여성공감의 독립생활센터 숨에서 탈시설을 지원하고 있는 하늘님도 함께 참여하기로 하였다. 이번 결의대회에서 주력하는 법안이 장애인탈시설지원법과 장애인권리보장법인 만큼 시설의 관리와 통제를 거부하고 탈시설의 과정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아가고 있는 하늘님이 420 투쟁에 함께하는 것은 제도적 공백을 온 삶으로 겪어온 당사자의 목소리로 주체적으로 변화에 참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었다.
현재 진행형 이동권 투쟁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여성들과 시외로 벗어나는 길은 순탄치 않았다. 세종시에서 진행하는 420결의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이동할 수단을 고민하며 마주한 것은 좁디 좁은 선택지였다. 기차와 시외버스 등 대중교통을 함께 타고 갈까 생각도 하였지만, 휠체어 이용자와 함께 많은 수의 인원이 함께 이동하기에는 기차도, 시외버스도 사실상 불가능하였다. 고민 끝에 결국 버스를 대절하기로 결정하였다. 버스를 알아보는 과정에서도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가 얼마나 적은지, 또 있더라도 얼마나 더 많은 자원이 필요한지, 이 모든 이동권이 누구를 중심으로, 또 누구를 배제하며 구조가 짜여져있는지 피부로 와닿았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절반 이상의 저상버스, 90% 이상의 지하철 엘리베이터 설치를 자랑스레 말하지만 여전히 이동권 투쟁이 현재 진행형인 현실을 보여주는 단면이었다.
소수자를 멈추려는 사회를 멈추는 투쟁의 의미
세종시의 풍경은 서울과는 사뭇 달랐다. 계획된 행정도시, 깔끔하고 모든 것이 재단되어 있는 세종시 한가운데에서 여전히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을 외치는 상황이 참 아이러니했다.
올해 420결의대회는 사전대회를 포함하여 세종시 곳곳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되었다. 공감은 그 중 보건복지부 앞에서 진행된 발달장애국가책임제 도입촉구 사전대회에 참여하였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행진을 하지는 못하는 것이 많이 아쉬웠지만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주변인들의 힘찬 발언들을 들으며 집합이 금지된 상황에서도 우리가 이렇게 모여 투쟁하는 활동이 왜 모일 수밖에 없었는지 떠올릴 수 있는 시간이었다.
사전대회가 마친 후, 본 대회를 앞둔 시점에도 도담동 교차로에서도 투쟁을 이어가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어 공감도 힘을 보태기로 하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는 이미 길 한 가운데를 버스로 가로막은 채 농성 중이었다. 버스를 중심으로 공감도 대오를 형성하며 합류하였다. 경찰들은 반복적으로 해산을 방송하며, 집회를 중단시키려 했다. 갈등이 고조될 때는 참여자들을 강제로 연행하려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도 하였다. 이에 우리는 휠체어 동지들은 목에 서로 사다리를 걸었고 비장애 동지들은 그 뒤에 팔짱을 끼어 서로를 연결하였다. 마치 연대의 힘이 물리적으로 표현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쇠사슬을 사다리에 걸기 위해 꺼내오는 찰나, 경찰은 한 명이 들고 있던 쇠사슬을 강탈하기 위해 서른 명 이상의 경찰들이 달려들어 폭력적으로 몰아붙였다. 빼앗기지 않기 위해, 폭력적인 대응에 저항하기 위해 마찰이 빚어졌다. 시민을 위한 공권력이 마치 이곳에 있는 참여자들은 시민이 아니라는 듯 시민을 향하고 있었다. 쇠사슬을 빼앗긴 채 상황이 일단락되었고, 공감은 다시 자리를 잡으며 음악을 틀고 노래를 함께 불렀다 경찰과 대치하는 긴장감 속에서 울려 퍼지는 일곱빛깔무지개의 노래는 현장의 분위기를 순간 문화제로 전환하였다. 권리에 대해 솔직한 언어로 담아낸 무지개의 노랫말은 집회의 현장에서 더 반짝인다. 함께 간 회원과 활동가는 노래 맞춰 춤을 추었다. 평화롭고 즐거운, 공감다운 방식으로 우리의 의제를 드러내 이 자리를 의미를 더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19로 소수자들이 목소리 낼 수 있는 자리들이 제한되고 있다. 차별의 자리는 그대로인 채 개인의 행동만을 제한하는 방역 정책 속해서 소수자의 고립과 단절은 더욱 심화되고, 차별의 구조가 선명해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차별의 구조에 머물지 않고 처한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변화를 요구하는 주체로서 존재하려는 이번 420 장애인차별철폐투쟁결의대회는 뜻깊은 자리였다. 거리두기가 안전수칙의 시작으로 요구되는 감염병의 시대에 모두의 안전을 위해 공감은 함께 연대하며 차별에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