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 위법한 길들이기식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재지정 심사!
행정탄압 중단하고 당장 폐기하라
진성선(장애여성공감)
[사진 1] 25년 2월 14일 진행된 기자회견 <서울시의 위법한 활동지원기관 재지정 심사 규탄 및 장애인자립생활권리 약탈 중단 촉구 기자회견> 진행사진. 서울시청을 등지고 장애인권활동가들이 모여있다. 붉은 바탕의 현수막이 중앙에 있고 그 옆에 놓인 쓰레기봉투에는 ‘서울시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재지정심사’ 문구가 부착되어있다.
서울시는 2024년 4월 ‘부정적 관행을 없앤다’는 명분으로 ‘장애인활동지원기관(이하 활동지원기관) 재지정 심사계획’을 발표했다. 활동지원기관은 이미 매년 지자체 점검 2회, 2년에 한번 국민연금공단 점검을 받고 있었다. 서울시의 재지정 심사은 이미 운영하고 있는 활동지원기관에 대한 ‘재’지정 심사를 추진하여 기관의 존폐를 결정하겠다는 취지였다. 그 결과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은 2024년 12월 12일 활동지원기관 ‘지정 탈락’을 일방적으로 통보받았다. 강동구청은 지정 취소에 준하는 수위 높은 행정 처분을 강행했음에도, 심사 근거를 비공개했고 이의신청 절차도 마련하지 않았다. 서울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와 공감은 서울시와의 면담을 요구하였고, 2025년 1월 2일 재지정 탈락 처분에 대한 이의 신청 절차 마련을 촉구했다. 이의신청 절차로 2월 17일 청문회가 진행되었으나, 공감은 청문자리에 이의제기의 위치가 아닌 ‘80점 미만의 낙제점’을 받은 청문의 대상으로 출석하였다.
공감의 재지정을 요구하는 634명의 개인과 62개 단체의 연대로 장애인의 돌봄 권리를 축소시키는 행정의 탄압과 무시에 저항하며 재지정 심사과정 자체에 대한 부당함을 주장하였다. 결국 2월 27일 부당한 재지정 탈락 처분 철회를 이끌어냈지만 활동지원현장의 고민은 여전히 유효하다. 행정은 더욱 압박적으로 돌봄의 권리, 사측의 책임을 활동지원기관에 떠넘기고 있다. 이 와중에 중증의 장애를 가진 몸들의 돌봄은 가시화되지 못하고 활동지원기관의 관리소홀로 일률적인 점수를 매기는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
법적 근거 없이 정치적 탄압을 강행한 재지정 심사
활동지원기관의 관계법령인 ‘장애인활동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활동법)에는 신규 지정 외에 재지정에 대한 조항은 찾을 수 없다. 장애인활동지원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활동지원기관의 지정 취소는 인권침해 등의 중대한 위반이 3회 이상 누적된 경우에 가능하며, 경고 및 업무정지를 거쳐 최종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 현재 활동지원기관은 운영 책임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의 관리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는 법률적 근거도 없이 기존 평가의 ‘효율성’을 운운하고 ‘처분의 근거’ 가 없다면서 행정 탄압을 정당화시키고 있다.
공감은 2010년부터 활동지원기관을 운영하였으며 장애인의 삶을 가까이에서 만나는 중요한 현장으로서 5년 이상 이용하는 장애인이 78%가 넘는다. 오랜 기간 돌봄서비스를 지원하면서 당사자의 삶을 반영하지 않는 제도의 공백을 비판적으로 보며 메르스 국가 책임 소송, 코로나19 돌봄 공백 지원, 활동지원시간 삭감 투쟁, 만 65세 이후 서비스 중단 투쟁 등을 진행했다. 활동지원은 탈가정, 주거, 노동, 성폭력 등 인권침해 사각지대에 있는 장애여성의 구조적 차별의 문제를 발견하고 지원하는 현장이자 탈시설 이후 지역사회에서 안정적인 돌봄이 이뤄질 수 있도록 유관기관 및 활동지원사 상담, 모니터링, 교육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지자체가 장애인자립생활권리 보장의 책임과 의무를 이행하고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정책과 권리예산을 매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재지정 심사는 공감이 투쟁으로 만들어 온 자립생활권리를 무시하고, 축소시키고 있다. 행정의 논리로 우리의 권리들이 무너지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
자치구의 역할은 무엇인가. 서울시가 강행한 재지정 심사로 이용인은 연속적인 서비스를 받을 수 없게 되고, 연계 중단 등 돌봄 공백 등의 위험을 감당해야 한다. 활동지원사 역시 갑작스런 기관 폐쇄로 퇴직금과 같은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3년마다 도래할 재지정심사는 노동자의 고용불안정 문제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고 있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공적 책임을 지지 않고 행정의 논리로 활동지원사와 기관의 갈등을 조장하고, 부정수급 관리감독만을 강화하여 활동지원기관의 역할을 노무행정 기관으로 축소시키고 있다.
[사진 2] 24년 12월 23일 진행 기자회견 <강동구청은 활동지원중개기관 재지정 심사로 권리를 탄압하는 법위반, 폭거 행정 중단하라!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탄압하는 강동구청 규탄 기자회견>의 진행사진. 강동구청을 등지고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이 일렬로 있다. 장애여성공감 서지원 활동가가 굳은 얼굴로 정면을 보고 있다.
[사진 3] 24년 12월 23일 강동구청 규탄 기자회견 진행사진. 장애여성공감 조화영 활동가가 ‘장애인자립생활권리탄압하는 강동구청 규탄한다’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불명확한 심사기준과 불공정한 심사과정
공감의 재지정 심사의 쟁점은 법정 인건비였다. 이번 재지정 심사는 서비스의 질적 수준보다는 이용인 수, 임금 수준 등 정량적 지표를 기준으로 평가되었으며, 법정 인건비 지급 항목에 높은 비율의 점수를 배정했다.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사회복지사업이 특례업종에서 제외되면서, 열악한 활동지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었다. 그러나 24시간 지원이 필요한 당사자 등 장시간 연속적인 활동지원이 필요한 이들의 현실에 대해 정부는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았고, 활동지원사의 무급노동을 강요하는 등 활동지원현장과 맞지 않는 문제들이 발생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는 이를 알면서도 실질적인 대책은 내놓지 못했으며, 이에 대한 법적책임과 현장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모두 활동지원기관의 책임이 되었다. 주 40시간 근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활동지원기관은 한달 결제 시간 제한하여 야간, 주말 결제를 지양하도록 했고, 이러한 조건에 맞추어 이용인-활동지원사는 여러 기관을 쪼개어 결제를 하는 방안을 택했다. 한 센터를 이용했던 이용인-활동지원사가 법정 근무시간을 맞추기 위해 2개 이상의 센터에 등록하여 결제를 하며, 실질적으로 노동조건을 후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자치구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묵과한 채 근로시간, 법정인건비 기준의 잣대를 드리우는 것이 지금의 재지정 심사였다. 공감은 법정인건비를 미지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돌봄 노동 현장의 특성상 운용해 온 급여 산출 방식으로 시간당 단가를 더 높게 책정하여 지급해왔었다. 그러나 2018년 근로기준법 개정 이후 변경된 사안에 대해 서울시는 적절한 급여산출방식을 제시하지 않았다. 재지정 심사를 앞두고 서울시가 제시한 기준은 그간 공감의 급여산출방식 달랐으며 야간, 휴일, 연장 근로수당에서 차액 때문에 미지급분이 발생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공감은 강동구청에 지급 계획을 두 차례 소명하고, 부족분은 지급을 완료했다. 다른 자치구의 경우, 공감과 비슷한 사유로 차액이 발생한 활동지원기관의 점수를 ‘미지급’으로 반영하지 않았지만 강동구청은 강경하게 후속 조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활동지원기관과 협력적 관계를 맺어야 할 강동구청은 강동구에서 공감이 가장 ‘문제적’인 기관으로 낙인찍었고, 이는 불신과 혐오에 기반한 결과였다. 재지정 심사지표 중 정성평가에 해당하는 항목의 자의적 판단이 큰 지점에 대해 문제를 제기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기관의 공익성’ 평가 항목은 부정적 언론 기사 등을 기준으로 하여 심사의 공정성을 훼손시켰다. 구청에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한 심사위원별 합산 점수를 확인한 결과, 15년 가까이 강동구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외쳐온 장애여성공감의 공익적 활동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음이 명백했다. 이에 대해 강동구청에 명확한 심사기준과 구체적 사유에 대해 질의했지만 전문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평가이므로 공개할 수 없다며 답변을 피했다. 이는 서울시 재지정 심사의자치구별로 상이한 심사기준과 원칙으로 진행되었으며, 특정 기관에 대한 행정탄압을 통해 서울시와 자치구의 입맛대로 길들이기하려는 목적이었음을 드러낸다.
[사진 4] 24년 12월 23일 진행 기자회견 <강동구청은 활동지원중개기관 재지정 심사로 권리를 탄압하는 법위반, 폭거 행정 중단하라! 장애인 자립생활권리 탄압하는 강동구청 규탄 기자회견>의 진행사진. 강동구청을 등지고 휠체어 이용 활동가들이 일렬로 있다. 뒤로는 경찰들이 막아서고 있다.
돌봄공공성을 보장하지 않는 제도의 문제
진보적 장애인운동은 활동지원사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해서 예산 확보를 지속적으로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돌봄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해결하지 않았다. 활동지원사 급여체계는 이용인의 활동지원시간당 수가에 활동지원사의 급여과 기관운영비 등을 포함하고 있다. 활동지원사의 노동조건은 여전히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제에 머물고 있다. 이용인은 부족한 바우처 시간과 야간, 대기시간을 노동시간으로 인정하지 않는 지침으로 인해 야간, 공휴일 등 필요한 활동지원을 활동지원사에게 요청하기를 망설이게 된다. 활동지원사도 근로기준법 상 최대 노동시간이 제한됨에 따라 여러 기관과 나눠서 계약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지만, 가산 연장근로에 대한 정확한 지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
사회서비스의 시장화가 본격화되면서 실낱같은 돌봄 정책은 효율성을 이유로 축소되어왔다. 2024년 4월 국민의힘 서울시의원들의 주도로 사회서비스원 조례 폐지 조례안이 통과되었고, 11월 1일 폐쇄를 발표했다. 현재의 구조에서는 최대한 많은 바우처 시간을 확보한 활동지원기관만이 법적 수당을 안정적으로 지급할 수 있고, 수당지급으로 노무상 문제가 될 수 있는 야간, 주말결제를 최대한 지양하는 기관이 수익적으로 안정적인 구조를 만들수 있다. 장애인의 자립생활과 일상 지원을 담당해야 할 활동지원기관이 야간과 주말 결제에 대해 곤혹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이용인과 활동지원사의 부정수급 여부를 감시하며, 매주 활동지원사에게 업무보고로 출근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행정 절차를 강요하고 이를 따르는 것이 과연 기관의 역할인가. 돌봄을 수익 사업화하여 노무/행정의 관리주체만 담당할 때 주말, 야간 지원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의 돌봄은 기피해야 할 사안이 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최중증장애인 전문기관을 설립하고, 한시적 돌봄수당을 만들어 이를 해소하겠다고 한다. 24시간 활동지원 보장 등 나에게 필요한 돌봄을 받을 수 없는 현실, 돌봄노동에 대한 저평가, 젠더화된 노동현장 등 돌봄의 복잡한 문제를 바꾸지 않고, 고난도 돌봄만을 담당하는 기관을 설립한다고 돌봄의 권리가 침해되는 상황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정책이야 말로 장애인 당사자의 삶에 가닿지도, 실효성 있는 대안이 되지도 않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돌봄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제도와 예산 부족의 문제를 알면서도 돌봄 공공성의 책임을 방관해왔다. 강동구청은 이를 활동지원기관의 책임으로 떠넘기면서 행정 탄압을 강행했다. 장애인 당사자와 활동지원사의 돌봄 현실을 고려하란 현장의 이야기를 외면한채 일방적으로 돌봄의 책임을 민간 영역으로 떠넘기고 있다. 서울시의 행정 편의란 명목은 장애인과 활동지원사의 권리를 외면하고 있다.
[사진 5] 24년 12월 23일 강동구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진성선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다. 김보연 활동가가 마이크 들길 조력하고 있다.
[사진 6] 25년 2월 17일 진행한 기자회견 사진. <서울시의 위법한 길들이기식 장애인활동지원기관 재지정 심사 강동구청은 행정탄압 중단하고 서울시부터 청문하라 장애인자립생활권리 탄압 강동구청 규탄 기자회견> 진행사진. 강동구청을 등지고, 장애여성공감 발달장애여성 합창단 일곱빛깔무지개가 공감아리랑을 부르고 있다.
감히, 행정으로 우리를 줄세우지 말라
장애인활동지원제도는 동정이 아닌 권리로서 지역사회에 살아가기 위해 몸으로 싸워서 쟁취한 투쟁의 결과다. 우리가 만든 변화의 역사를 무시한 채 장애인의 권리를 외치는 활동지원기관에 대한 전문성을 끊임없이 의심하며, 기관들을 비교하며 서열화 시키고 있다. 이번 투쟁은 공감의 재지정을 요구하는 수많은 동료들의 지지와 연대로 함께 싸워 이뤄낸 우리의 성과이다. 행정의 권력으로 길들이기하고, 정치적인 표적으로 탄압하며, 장애인의 권리를 무시하는 행태를 더는 참을 수없다. 존엄하고 평등한 삶을 살기 위한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윤석열과 오세훈의 혐오와 갈라치기는 우리의 권리를 위태롭게 하지만 우리가 싸웠던 힘으로 재지정 심사를 폐기시킬 것이다. 투쟁으로 바꿔온 세상의 모습이 우리의 자부심이다. 서울시와 자치구는 부당한 서울시 재지정 심사를 당장 전면 폐기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