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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발걸음들-시민대행진 후기

정주희(장애여성공감 활동가)

 

11월 8일, 차별금지법 국민동의청원 심사기한을 이틀 앞둔 날에 차별금지법제정연대는 2021년 연내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며 천막농성을 시작했다.

 

11월 10일 금천구청 앞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시민들이 모여 국회를 향한 마지막 행진을 시작했다. 이 행진의 시작은 10월 12일 부산에서부터 이어졌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두 명의 활동가, 미류, 이종걸 활동가가 “차별금지법 백만보 앞으로 #평등길 1110”, “국회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14년이 된 요구를 다리와 등에 지고 무지개 깃발을 휘날리며 국회까지 뚜벅뚜벅 걸어왔다. ‘나중’이라는 비겁한 변명을 하는 정부와 여당에 지금을 사는, 그래서 지금 당장 차별금지법이 필요한 시민들과 동행하며 500km를 걸어왔다. 우리가 살아가는 곳은 내 앞의 이 곳이라는 것을 평등길 스티커를 눌러 붙이며 먼 길을 걸어왔다. 그런데 국회 도착 하루 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 국민동의청원 심사기한을 21대 국회 마지막날(2024년 5월 29일)로 연장했다. ‘사회적 합의’, ‘심도 있는 심사’를 들먹이며 과잉대표하고 있는 일부 유권자들의 표가 두려워 시민들의 삶을 또다시 외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차별금지법 ‘논쟁 부분에 협의 조정’을 하겠다고 말했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는 혐오차별선동을 하는 진영의 인사들을 모아놓고 차별금지법 사회적 합의를 운운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말에서야 차별금지법을 언급해 발의된 안들이(장혜영, 이상민, 권인숙, 박주민안) 겨우 입 밖으로 띄워지나 했더니 국회 다수당인 여당에서 평등으로 나아가자는 당연한 이야기를 저지하고 나선 것이다.

 

‘국가 성장’을 위해 ‘생산력이 있는 몸’을 선별했고 그렇지 못한 몸들은 가두고 지워냈던 역사가 있다. 수많은 소수자들을 함께 살 수 없는 존재로 낙인찍어 시설에 가두고, 지역사회에 살더라도 드러나서는 안 되는 존재로 여겨왔다. 시설은 안전과 보호를 명목으로 여전히 건재하지만, 외부로부터의 고립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집단감염으로 나타났다. 탈시설 투쟁 속에 거주자들의 권리가 어떻게 통제되고 제약되는지, 시설 권력이 얼마나 비대한지를 확인했다. 노동자로, 동료로, 이웃으로, 시민으로 생각하지 않는 그 편견이 누군가의 삶을 지워낸다. 내가 누구인지 드러낼 수 없고, 내가 바라는 관계를 맺을 수 없고, 내가 바라는 삶을 살 수 없는 차별적인 사회에서 적어도 이들이 공적 시민으로 살아갈 수 있게 하라는 기본적인 요구가 차별금지법이다. 성장을 외치는 사회에 그 ‘성장’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돌아보고, 어떤 기조로, 목표로 우리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지를 논의해야 하는 때가 아닌가. 아니 이미 늦지 않았나.

 

시민대행진에 참여한 사람들이 각자 어떤 상황과 마음으로 모였는지 나누면서 국회 앞으로 향했다. 각자의 공간은 어디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를 나눴다. 투쟁을 계속해오면서 함께 하기 위해 먼 길을 동료들과 빗길을 뚫으며 온 이도 있었고, 차별금지법을 이야기하는 이들과 함께 부산에서 걸어온 이들도 있었고, 혐오를 주도하는 집단에서 평등의 기조를 꿋꿋이 세우려 하는 이도 있었고, 국회에서 차별금지법이 세워지기 위해 분투하는 이도 있었다. 우리는 지금 여기서 살아가고 있는데 국회는 무엇이 두려워 이 삶들을 마주하기를 피하고 있나. 우리는 나중이 아닌 지금 이곳에 살아가고 있다. 살아가는 존재로 우리는 그들이 침묵하는 말을 하러 여기에 모였다.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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