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추는허리의 무대. 얼음, 땡! 순간들>
조경미 (장애여성공감)
2024 모두예술극장 모두스테이지에 춤추는허리가 초청받았다. 신입활동가 때부터 춤추는허리 공연 스텝으로 함께 해온 나는 프로젝트매니저란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다. 모두스테이지는 장애예술인의 창작과정과 탐구를 다양한 무대의 형태로 관객들과 나누는 행사이다. 장애와 예술은 무엇인가? ‘장애’를 연기하는 장애연기란? 다시 ‘장애’에 대한 몸의 언어와 질문을 붙들고 시작한 우리. 영화제작사 반달과 협업하여 (진화-변화한) 자신의 몸과 장애를 충분히 담고픈 갈망을 영상으로 담으며 다양한 무대연출을 실험했다. 장애로 시작한 질문은 스텝의 위치와 역할과도 이어졌다. 배우와 스텝들 모두 가까이 가야하는 나의 몸과 생각은 어디에 향하고 있는가? 장애여성이 무대를 만드는 과정에서 정보와 판단에 배제되는가? 배우만이 아닌 나 자신에게 어떤 의미인가? 여느때처럼 매일매일 서로를 의식하고 붙들고 이야기 나눴던 치열한 준비 과정들 끝에 선보인 제작과정을 떠올린다. (무대 직전까지!)
작년 춤추는허리는 <몸이동 프로젝트>란 이름으로 제주로 몸을 이동했던 과정을 공유회로 관객분들과 나눴다. 얼음땡은 장애여성들은 왜 몸을 이동했는가? 그 준비운동는 어디서부터 시작된걸까? 란 질문에서 출발했다. 과거와 현재 그 시기도 장소도 불분명하지만, 장애여성들은 장애를 가진 몸으로 살아가며 관계맺는 자신의 역사를 무대에서 솔직히 표현하고자 했다. 장애, 몸, 고통의 주인, 상호돌봄, 흔들리는 관계와 이동. 복잡한 마음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얼음과 땡 사이의 사소한 이야기는 타인과 연결되는 새로운 동선이 되길, 몸풀기로 제안했다.
[사진 1] 춤추는허리 얼음땡 포스터가 모두예술극장 복도 한편에 붙혀져있다.
[사진 2] 관객들이 티켓부스에서 티켓을 받고 입장하고 있다.
공연의 여운을 다시 느끼고프거나 아쉽게 못오거나 무대 뒤편 속속이 궁금했던 분들. 무대에 오르기 전 준비운동과 무대에서 선보인 준비운동, 얼음과 땡의 순간들을 다시 느끼고 싶은 분들을 위해! 그 뜨거웠던 현장을 담은 포토 스케치로 공개한다.
얼음 하나. 각자의 자리에서 준비.
[사진 3] 조화영 배우가 연습실 바닥에 앉아 핸드폰으로 대본을 읽고 있다. 거울에는 서지원 배우가 비친다.
[사진 4] 무대 스텝 2명이 행잉에 오브제를 달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5] 한 스텝이 노트북 속 영상을 점검하고 있다.
이른 아침 배우, 스텝들이 모였다. 아직은 텅빈 무대.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 속 배우들과 스텝들은 대본 읽기, 카메라 장비, 무대 오브제 설치, 영상과 조명 세팅 등 분주하다. 각자의 역할을 하면서 긴장을 푸는 혼자의 시간이다. 함께 모여 리허설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한다.
얼음 둘. 장애 라인드로잉 분장
[사진 6] 조미경 배우의 귀를 따라 검은 라인의 분장이 그려지고 있다.
[사진 7] 진은선, 진성선 배우가 나란히 있다. 서로의 반대팔에 대칭적으로 빨강, 주황, 노란 라인이 그려져 있다.
[사진 8] 조화영 배우의 오른팔 다리에 체크무늬 모양을 덧대 빨 분장을 하고 있다.
[사진 9] 서지원 배우의 오른쪽 얼굴과 팔에 노란, 연보라 세포를 형상화한 라인이 그려져 있다.
[사진 10] 고나영 배우의 왼쪽 헤어라인을 따라 눈썹까지 빨간 직선이, 왼쪽 눈꼬리와 오른쪽 눈밑에 빨간 선이 번지듯이 그려져있다.
[사진 11] 배우들의 분장 컨셉이 담긴 사진들이다.
이번 얼음땡의 분장 컨셉은 골형성부전증, 샤르코마리투스, 프라더윌리 증후군, 뇌병변장애 등 장애의 유전적 패턴, 뼈, 세포를 도식화한 듯한 라인드로잉이다. 사회가 유전자 변이-비정상이라 진단하고 정의하는 장애를 상징한다. 배우들의 신체 라인을 따라 그려진 상징은 배우 자신이 장애와 관계맺는 모습과 대치된다. 분장과 달리 의상은 심플한 검정으로 몸을 드러낸다. 특히 조화영 배우의 욕망과 인권운동에 대한 야망 만큼 화려한 의상을 벗어던지며 외치는 “프라더윌리 스타일!” 은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이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분장한 쌍둥이 두 배우의 모습에 오랜 동료들 또한 혼란이 있었다는 후일담을 전하며- : D)
얼음 셋. 무대와 오브제.
[사진 12] 강렬한 빨강 조명과 무대 오른편 세포를 형상화한 오브제가 있다.
[사진 13] 무대 바닥 푸른 조명의 유전자를 도식화한듯한 선이 불규칙적으로 뻗쳐있다.
무대는 시설사회의 건조함과 우생학을 상징하는 도식을 표현했다. 모든 신체의 기본적인 구성 요소라는 세포, 살아 있는 동안 우리 몸의 세포들은 끊임없이 죽었다 새로 생성된다 한다. 이진희 연출은 결국 모든 인간은 같은 조건의 취약성을 가진 존재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무대와 객석의 흐린 경계는 관객들이 배우의 몸을 더 밀접하게 보고, 배우들이 무대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들어오게 했다. 무대를 밟고 지우는듯이 활보하는 배우들의 움직임은 몸과 권력의 주도권을 자신에게 가져온다.
땡 1. 리허설 전. 합을 맞추기.
[사진 14] 조미경 이진희 공동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
[사진 15] 진은선 서지원 진성선 배우가 분장한 채로 분장실에서 웃고 있다.
[사진 16] 조화영 고나영 배우가 마주보며 연기 의견을 주고 받고 있다.
[사진 17] 김상미 배우의 퍼포먼스 일부를 스텝과 연습하고 있다.
[사진 18] 이진희 연출과 김민경 피디가 무대를 보고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19] 이진희 연출과 진은선, 진성선 배우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접근성은 활동에 중요한 의제 인만큼, 모두예술극장에서의 첫 공연의 의미가 남달랐다. 조명과 영상 장치와 오브제. 우리는 왜 무대를 최대한 활용하고자 하는가? 무대 욕심이 컸다기 보단 장애보다 예술이 방점이 되지 않기 위한 긴장의 질문이었다. 장애와 예술이 따로 영역으로 장애가 지워지고 무대에 압도되지 않기 위해서다. 우리는 장애로 무대를 적극적 활용하는 정치적 전략으로 토론했다. 무대-조명-음악 모든 컨셉은 이러한 목표의식에서 잡아갔다. 짧은 기간 서로의 장에서 할 수있는 최선의 노력과 개입을 적극적으로 치열히 집중했다.
땡 2 우리들의 구호.
[사진 20] 배우들이 둥그렇게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21] 배우들이 둥그렇게 모여 구호를 외치고 있다.
넓은 무대. 무대에 오르기 직전 함께 구호를 외쳤다. 처음 무대에 데뷔하는 배우도, 분주하던 스텝들도, 구호에 잠깐 행동 정지. 나는 프로젝트 매니저(이하 피엠)의 역할과 당일 음악 오퍼를 맡았다. 실수에 대한 긴장감으로 몸이 굳을 때 2층 기술실에 붙박혀 주변이 보이지 않던 순간도 있었다. 그때 무대한쪽에서 다같이 킵고잉이란 구호가 들렸다. 나의 땡의 순간이었다.
아래부터는 주요 장면과 대사, 연출노트를 통해 공연 현장의 분위기를 잠시 느껴보길 바란다.
얼음땡 1장. 쌍둥이 콜라보
야! 이건 어때? 어차피 얼굴 다 알려졌는데 이판사판이다. 제대로 유명해져 볼까?
우생학과 유전학에 대한 비판을 다루며, 같은 듯 다른 경험을 스스로 비교하고 평가하며 전시되었던 이전의 경험을 전복하고자 합니다. 사이가 안좋았던 쌍둥이를 움직이게한 동기는 “어떻게 보이고 싶을지 내가 결정한다”는 결심입니다. 1장 준비운동의 문을 엽니다. (이진희의 연출 노트)
[사진 23] 진성선 진은선 배우가 팔을 쭉뻗으며 움직이고 있다.
[사진 24] 진성선 진은선 배우가 똑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
[사진 25] 진성선 진은선 배우가 머리를 흔들며 움직이고 있다.
얼음땡 2장. 이상한 멜로디
언제와. 못 기다려
버스타고.기억. 지우개
장애모습 이상해?
김상미는 이상한/궁금한/슬픔 사이의 느낌을 몸과 시같은 언어로 직접적으로 표현합니다. 독해는 난해하지만, 어느샌가 스며들게 되는 시적언어는 그의 메모장에 가득합니다. 중얼중얼 거리는 메모로 자신만의 세계로 직진하는 김상미의 노래와 춤이 ‘몸이동’한 제주로 우리 모두를 연결시킵니다. (이진희의 연출 노트)
[사진 26] 앞에는 김상미 뒤에는 서지원 배우가 있다. 서지원 배우의 말을 김상미 배우가 통역한다.
[사진 27] 제주도 배경의 영상 속 김상미 배우가 춤을 추고 있다.
얼음땡 3장. 독백연습
리더는 너나 잘하세요. 반짝반짝반짝 빛나는 욕망~ 난~ 스타가 될거야. 혼자를 즐기는 스타일! 프라더 윌리 스타일~ 프라더 윌리 스타일!
프라더윌리 증후군은 식욕억제가 어려워 보통 몸이 무겁습니다. 하지만 늘 인권운동과 욕망, 야망을 고민하느라 실은 머리가 더 무거운 사람 조화영. 정상성, 눈치와 칭찬, 욕망에 대한 주눅들었던 마음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자신만의 방식으로 관조하거나 비웃습니다. 그리고 그곁에 함께하는 조력자 조하늘, 서투른 그의 움직임은 조화영을 만나 부드러워집니다. 그래서 조화영의 독백은 합창으로서의 독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진희의 연출 노트)
[사진 28] 초록색 배경에 조화영 배우가 연기를 하고 있다.
[사진 29] 조화영 배우가 조하늘 배우의 눈치 없는 모습에 화를내고 있다.
[사진 30] 무지개 조명에 조화영, 조하늘 배우가 프라더윌리 스타일을 외치고 있다.
얼음땡 4장. 불/통역
[사진 31] 서지원 배우가 크게 얼음을 외치고 있다. 고나영 배우는 그 뒤에 위치하며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사진 32] 서지원, 고나영 배우가 킵고잉 대사를 하고 있다.
장애 자체에 몰두하면 장애를 알게 되나요? 자기 욕망을 들여다봐야 자기 장애가 보이는 거 아닐지…
서로의 언어를 잘 듣고 이해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 말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온전히 전하는 것은 가능할까? 같은 장애를 가진 이들끼린 서로 잘 알것 같지만, 개인적 특징과 지향과 만난 통합적인 장애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은 종종 불통을 만들어냅니다. 공감에 이르기까지 겪어야할 불통의 순간들, 멈추지 않고 갈 수 있을지 늘 불안한 마음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진희의 연출 노트)
얼음땡 5장. 조미경의 대화
[사진 33] 조미경 이진희 배우가 나란히 있다
[사진 34] 모든 배우들이 행진을 외치고 있다.
저는 준비운동을 하기 어려운 몸이에요. 숨쉬기 어려운 호흡기 장애인데 사람들은 ‘숨 쉬기’가 제일 쉬운 운동이라고 하지만, 저에게는 ‘숨 쉬기 운동’이 가장 치열한 운동이에요.이 치열한 운동을 계속 하고 싶어요.
고통의 주인으로 고통을 다르게 말하는 사람. 가장 아프지만, 가장 크게 웃는 사람. 조미경과의 합창으로 관객들도 준비운동이 끝날 것 같습니다. 뇌출혈이 오고나서 더욱 움직이기 어려워 혼잣말이 대화가 된 사람. 자신과의 대화를 통해 경험을 명명하고 관객과 접속합니다. (이진희의 연출 노트)
[사진 35] 관객과의 대화, 배우들이 자리에 착석하고 있다.
[사진 36] 관객과의 대화에서 다같이 프라더윌리를 외치고 있다.
관객과의 대화에서 자신의 장애에 대한 고민을 솔직하게 꺼낸 관객도. 다같이 프라더윌리 스타일을 외치던 순간도. 얼어붙은 몸이 풀려진 이상한 연결감. 기꺼이 몸풀기를 함께한 관객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모든 사진은 현준영 작가님이 남겨 주었다. 얼음땡을 함께 만든 영화 제작사 반달과 참여한 모든 스텝 분들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춤추는허리의 얼음땡은 무언지 모를 또다른 움직임으로 킵고잉~
[사진 37] 공연을 마치고 모든 스텝과 배우들의 단체사진이다.
연출/극본: 이진희
프로듀서: 김민경(mk)
출연: 고나영, 김상미, 서지원, 조미경, 조하늘, 조화영, 진성선, 진은선
프로젝트 매니저: 조경미
코디네이터: 홍지연 최용빈
음악: 송조인
조명디자인: 강상민
조명프로그래머: 김현
아트 슈퍼바이저: 한주예슬(램레이드)
무대: 최혜림(램레이드)
의상: 김선의(램레이드)
분장: 이소연(램레이드)
영상: 반달
촬영: 김보라 김구영 홍지연 최용빈
동시녹음: 김혜정
사진: 현준영
제작: 장애여성공감
공동제작: 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