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웹소식지>기획>통제와 보호를 넘어,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향해서 – 10대 경계선 발달장애여성 성교육 프로그램

통제와 보호를 넘어, 자유롭고 평등한 관계를 향해서

– 10대 경계선 발달장애여성 성교육 프로그램 –

 

김난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올해 장애여성공감에는 경계선 발달장애여성들의 채팅을 통한 피해에 대한 다양한 상담 및 교육 요청들이 많았다. 실제 채팅을 통한 피해 상황에 대한 상담 외에도 주변인으로부터 당사자가 채팅의 위험성을 알고 채팅이나 성행동을 하지 않도록 통제할 수 있는 성교육 혹은 성상담을 문의하는 요청들도 꾸준히 들어왔다.

경계선 발달장애는 낮은 인지능력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며 비장애중심의 사회에서 배제되는, 경도의 지적장애 혹은 지적장애로 등록되지 않는 경계선의 장애를 뜻한다. 이들은 조금만 더 노력하고, 치료받으면 비장애인만큼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는다.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사회문화와 주변인의 태도 안에서 스스로도 장애정체성을 가지기 어려우며, 자신이 필요한 서비스와 도움을 요청하기 쉽지 않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비장애중심의 그룹에서 소외, 거절, 폭력 등의 부정적 경험을 가지지만, 발달장애그룹에 속하기도 어렵다.

10대 경계선 발달장애여성들은 통제되고 소외된 환경 속에서 나에게 필요한 관계와 자원을 지속적으로 탐색한다. 채팅은 발달장애여성이 일상 안에서 타인을 만날 수 있는 쉬운 방법이기도 하다. 채팅 안에서는 장애가 드러나지 않고 나와 관계 맺고 싶어 하는 타인을 만날 수 있다. 또한 내가 일상에서 갖지 못하는 자원을 나에게 제안하거나 제공하는 사람들을 만나기도 한다. 장기적인 대안을 갖기 어려운 상황에서 주변인들은 대개 일상을 통제하는 방식으로 발달장애여성들을 보호하려한다. 삶의 주도권을 가지기 어려운 환경은 관계 안에서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폭력과 차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다.

공감은 발달장애여성의 삶의 다양한 맥락을 이해하고,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는 힘을 다지고 차별에 저항하는 움직임을 연습할 수 있는 성교육 활동을 기획하였다. 활동을 통해 또래의 비슷한 경험을 가진 발달장애여성들이 모여 함께 자기경험을 나누고, 지지적인 관계를 맺는 경험을 장기적으로 쌓아갈 수 있도록 성인권 교육, 캠프, 자기방어훈련을 연결하여 활동을 구성했다. 성인권 교육을 통해 나의 몸, 장애, 관계, 일상을 탐색해보고 폭력과 차별의 경험을 함께 나누었다. 캠프를 통해 다른 사람과 평등한 관계 안에서 나의 욕구를 표현하고 상대방의 생각을 존중하며 협상할 수 있는 언어와 경험을 만드는 경험을 만들어 보았다. 자기방어훈련에서는 내 몸의 아픔과 관계 안의 불편함을 탐색하고, 내 몸이 편안해 지기 위해 내 몸을 돌보는 법, 거절하는 방법 등 다양한 움직임들을 구체적으로 연습해보는 활동을 했다.

짧지도 길지도 않은 한 계절을 함께하며, 나의 경험과 같고 또 다르기도 한 또래 발달장애여성과 안전한 공간 안에서 평등하게 관계 맺는 경험을 통해 참여자들은 작고 다양한 변화들과 힘을 가지게 되었다. 또 나와 상대방의 모습을 이해하고 질문하고 관계 맺을 수 있는 경험들을 만들어가면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즐겁고 자유롭기 위해서 어떤 규칙을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지 토론했다.

캠프를 갔는데, 용기를 가지고 남의 이야기를 듣거나, 온라인에서 만난 친구보다는 현실 속에서 만날 수 있어서 좋았다. (사람을 만나는 게) 힘들 수도 있지만 용기와 자신감을 가지면서 내가 원하는 타인과의 규칙을 만들고 싶다.’

자유가 뭘까 라는 질문을 답하는 것은 어려웠다. 앞으로 자유의 의미를 생각하고 실천하고 싶다.’

활동을 진행하면서 참여자들이 선택하고 원하는 자유와 여러 명이 함께할 때 필요한 안전과 돌봄이 충돌하는 순간들이 나타났다. 참여자들 안에 평등하지 않은 관계가 나타날 때, 자신의 몸을 돌보지 못하는 선택들을 하는 상황들을 마주할 때, 발달장애여성이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경험이 필요하다는 기획과 생각은 빈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발달장애 당사자가 원하고 결정하는 것이 진정한 자유인지, 그 선택은 당사자의 어떤 경험에 기반 했는지, 어떤 환경과 정보들이 당사자에게 있었는지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어떻게 서로 상호적인 소통과 결정을 만들어나가고 존중감 있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앞으로도 계속 가져나갈 과제로 남았다.

공감은 내년에도 10대 경계선 발달장애여성들과의 만남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이들이 가지는 욕구와 바라는 자유, 그리고 필요한 안전과 돌봄이 서로 공존할 수 있도록 함께 부딪히고, 도전하는 관계를 쌓아나가는 과정을 같이 만들어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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