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지원제도 현장사례 : 만 65세 연령제한] 위법한 존재가 아님을 증명하기
김난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019년 5월. 장애여성 A는 만 65세가 되었다.
장애여성 A는 희귀난치 질환을 가진 중증장애여성으로 하루 9-10시간을 활동지원사의 지원을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A님의 경우 24시간 지원이 필요했지만, 인정조사에서 하루 9-10시간이 A님이 일상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시간이라고 심사하였다. 하지만 활동지원서비스는 만 65세가 도래하면 받고 있던 활동지원은 자동적으로 수급 자격이 박탈된다. 활동지원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노인장기요양 심사에서 등급 외 판정을 받아야 한다. 이 과정에서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는다면 활동지원서비스는 중단되고, 일 4시간의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아야 한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고령이나 노인성 질병 등을 사유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노인을 대상으로 한다. 많은 노인들이 나이가 들면서 각종 질환, 노화 및 병으로 일상생활을 혼자서 수행하기 어려운 상황에 처하지만 치매, 노인성 질환이 아니라는 이유로 지원대상이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문턱이 높은 제도이다. 그러나 높은 문턱을 넘더라도 일 4시간의 짧은 지원시간으로는 치매, 와상의 노인들이 독립적인 삶을 유지할수 없으며, 지역사회에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가족들이 자신의 일상을 포기해야한다.
‘자립생활’에서 ‘요양’으로
만 65세가 도래한 순간 돌봄의 목적이 ‘자립생활’에서 ‘요양’으로 변화한다. 장애인활동지원제도와 노인장기요양제도는 부양의무제에 기반을 두고 있고, 가족의 돌봄부담을 해소한다는 주요목적하에 국가는 가족의 몫을 남기며 지원을 최소화한다. 단 장애인활동지원은 사회참여와 자립생활을 주요 목적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족의 돌봄이 불가능한 경우에 지역사회에서 살아갈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을 보장할 수 있는 대안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는 가족의 돌봄이 불가능하면 지역사회에서의 생활을 유지할 수 없고 요양병원 등 시설에 입소해야만 하는 현실이다.
A의 희귀질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지원이 필요하고, 노인성 질환이 아니라는 의사의 소견에도 불구하고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장기요양 등급 판정을 내렸다. 장기요양등급판정에 대해 이의제기를 진행하려하였으나 ‘소용없다’는 공단직원의 말에 가족은 포기한다. 하루하루하루 삶을 이어가기 위해 몸을, 사생활을, 불행을 반복해서 내어놓아야 하는 당사자와 가족들의 말을 귀기울여 들을 기회조차 제도는 보장하지 않는다. A는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만 65세가 도달한 달의 다음달 말일로 활동지원 수급자격이 만료된다는 안내를 받았고 2019.6월 활동지원서비스를 종료하였다.
국민의 권리는 가질 수 없으나, 국민의 의무는 져야 한다.
2020.2월, 강동구청은 A가 19년 5월 장기요양자격을 취득했음에도, 활동지원서비스를 19년 6월까지 사용하여 부당하게 이득을 취하였다며 부당이득에 대한 환수처분을 통보하였다.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은 이후로부터는 당사자는 최소한의 서비스도 받지 못하고 가족의 돌봄에 의존하고 있는데, 몇백만원의 돈을 국가로 환수하라는 이야기는 너무나도 분노스러웠다. 공정하지 못한 제도로 당연한 권리도 포기하고 살아왔는데, 세금을 불합리하게 떼어먹는 ‘나쁜 국민’이 되었다. 국민의 권리는 가지지 못하는데, 국민으로서 의무는 져야한다고 말한다.
장애여성공감(이하 공감)은 A님에 대한 환수조치가 부당하다는 항의와 이의제기를 했다. 안내를 잘못한 국민연금공단의 책임, 노인성 질환이 아닌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활동지원서비스 유지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음에도 노인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내리고 이의제기의 기회조차 보장하지 못하는 건강보험공단의 책임 등 제도를 운영하는 공공기관의 역할과 책임을 물었다. 또 2016년 12월 국가인권위의 제도개선 권고를 2020년까지도 불수용하고 있는 보건복지부의 책임,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발굴하고 지역주민의 권리를 보장해야하는 지자체의 역할과 책임을 묻고, 이에 대한 대책마련과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침상’에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강동구청은 2020년 8월 부당이득 환수 통보 결정 하였다. 이에 공감은 다시 2020.11월 환수통보결정에 대해 서울특별시행정심판위원회(이하 행심위)에 행정심판을 청구하며 본 청구의 부당함을 주장하였다.
2020년 12월,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 만 65세 연령제한 기준 완화에 대한 단기계획을 발표하였고,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안의 일부가 국회의서 통과되었다. 완전한 연령제한 폐지가 아니라 여전히 많은 사각지대가 존재해 계속 투쟁해나가야 하지만, 오랜시간동안 장애운동에서 제도의 불합리함을 온몸으로 외쳐온 결과로 기존에 노인이 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장기요양으로 전환되어 지원시간이 축소된 많은 장애인들이 구제를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그리고 2021년 2월 행심위는 A님에 대한 강동구청의 환수처분이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재결을 내렸다.
불행과 무능을 경쟁하게 하는 제도로부터 움틀거리기
2019년 1월부터 2021년 2월까지, A님은 1년간 자신의 몸과 삶, 불행을 드러내며 위법한 존재가 아니라는 증명을 해내야 했다. 그리고 다시 A님은 활동지원서비스를 다시 받기 위해 자신의 몸과 삶, 불행,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며 활동지원제도에 몸을 맞춰야 한다. 장애가 있는 몸은 3년마다 인정조사, 종합조사라는 기준에 몸을 끼워 맞춰 내가 얼마나 불행하고 무능한 사람인지 경쟁하듯 보여줘야 충분하지 못한 지원만이라도 받는다. 그리고 나를 지원할 수 있는 가족이 없으면 당연하게 시설에 들어가게 된다. 사회로부터 분리된다.
장애인 뿐만 아니라, 노인, 아동, 청소년, 이주여성, 빈민, 노숙인, 난민 등 많은 소수자들이 제도에 삶과 몸이 끼어 주체적으로 삶을 영위해나갈 수 없는 구조의 시설사회에 살아가고 있다. 제도에 몸을 맞춰 한껏 움크린 채 살아가는 것이 아닌, 손 발을 밖으로 뻗는 움직임을 함께 만들어나기 위해서는 같이 움직이고 있는 동료들의 움직임이 큰 힘이 된다. 소수자들이 제도의 부당함을 외치고, 내 권리를 외치며 움크렸던 척추를 하나 하나 펼쳐 나가는 움직임들. A님과 함께 했던 공감의 투쟁이 다른 동료들의 움틀거림에 큰 용기와 지지가 되리라 기대한다.
장애등급이 하루빨리 폐지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