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콘텐츠 <내가 궁금한 성교육>은 발달장애아동·청소년들이 궁금한 것을 표현하고 질문하며 차별, 편견이 없는 정보를 통해 몸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기 위해 제작되었습니다. 예방을 위한 통제, 예의, 안전이 아닌 자유롭게 표현하고 그 표현에 대해 지지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기 위한 성교육 현장을 위해 많이 활용되기를 기대합니다.
영상콘텐츠는 애니메이션은 월경, 자위, 연애 / 뮤직비디오는 다양한 사랑, 산책계단키스 총 5편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상은 모두 장애여성공감 유튜브 계정(재생목록 – 성교육)에 업로드 되어 있으니 성교육 진행 시 참고바랍니다.
각 영상에 대한 내용과 활용방법 (질문, 활동 등)은 활용서에 담았습니다. 본 안내문과 함께 보내드린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콘텐츠 활용서 <내가 궁금한 성교육>은 장애여성공감 홈페이지에서도 다운로드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인권단체 공동성명] 고객센터 직영화와 상담노동자 권리 보장으로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성을 세우자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직접고용 투쟁을 지지하며
고객센터 직영화와 상담노동자 권리 보장으로 건강보험공단의 공공성을 세우자 –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직접고용 투쟁을 지지하며-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상담노동자의 투쟁을 지지하며 직영화를 요구하는 인권단체들
7월 1일 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며 상담노동자들이 다시 파업 투쟁에 나섰다. 그동안 배제해온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의 참여를 보장하고 대화에 나서겠다는 건강보험공단의 약속으로 지난 6월 열흘간 이어진 파업을 중단한 바 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열린 자리지만, 공단은 고객센터 직영화에 대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반복하며, 시간 끌기에만 여념 없었다. 이러한 공단의 무책임으로 다시 나선 파업이다. “국민과의 소통통로”로 고객센터를 내세워온 공단은, 정작 고객센터에서 일하는 상담노동자와는 어떤 소통도 불가하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보험 상품이 아닌, 사회보험을 운영하는 공공기관이다. 건강보험이 사회의 공적인 시스템으로 제대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것을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로 삼아야 하는 곳이다. 이를 위해서는 가입자인 시민의 이야기를 듣고, 제도의 설계와 운영에 반영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고객센터 노동자들은 바로 그 출발지점에 놓여 있다.
하지만 건강보험공단은 스스로의 위치를 잊어버린 듯하다. 건강보험공단은 2006년 고객센터를 출범하며 상담 업무를 외주화 했다. 단순반복업무를 고객센터에서 일괄처리하여 공단은 더 많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공단과 고객센터의 업무가 서로 다른 성격의 업무로 구분되지 않는다. 상담노동자들은 보험 가입과 자격, 보험료 부과 및 조정, 보험료 징수, 보험급여, 건강검진, 노인 장기요양보험을 비롯해 4대 보험 징수통합까지 1000가지가 넘는 업무를 수행하며 건강보험공단의 역할을 함께 만들어왔다.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확인해야 할 민감한 개인정보가 각기 다른 민간업체에 내맡겨지고, 공단은 성과 관리라면서 오직 ‘콜 수’만을 실적으로 평가해 위탁업체를 선정한다. 상담노동자들은 업체의 실시간 통제와 관리 속에 가입자가 필요로 하는 상세한 안내를 하면 오히려 ‘저성과자’가 되는 노동조건으로 내몰려왔다. 공단은 업무의 연계성을 부인하기에, 상담 과정에서 지사로 넘기거나 전화번호를 안내해서도 안 된다. 이렇게 고객센터 업무의 외주화는 공단 안에서 통합적인 하나의 과정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역할을 별개의 성격인 것처럼 구분하며 끊고 있는 것이다. 건강보험이라는 공적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관으로서 운영방식을 고민해야 하지만, 그저 외주화를 통한 비용 절감만을 추구하며 공공성을 축소시켜왔다.
이에 상담노동자들은 고객센터의 직영화를 요구하며 싸움에 나섰다. 고객센터 민간위탁으로 건강보험공단이 해야 하는 사회적 역할을 외부로 떠넘겨온 것을 제자리로 돌리며 공공성을 다시 세워내도록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그저 처우 개선이나 일부 비정규직에게 혜택을 주는 방식의 접근은 거부하고 노동자의 권리가 공공성의 확장 과정과 분리될 수 없다는 사실을 투쟁으로 말하고 있다. 지금처럼 외주화된 방식에서 위태로운 상담노동자의 권리는 가입자의 권리도 위협한다. 공단은 갈등을 핑계로 공공기관으로서의 책임을 가리고 떠넘길 것이 아닌, 공공성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한 과제로서 고객센터 직영화에 나서야 한다.
그동안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에서 누가 어떻게 전환되는지 고용형태의 변화로만 이슈가 주목되고 ‘공정성’ 논란이 반복되었다. 그 배경에는 공공기관이 해야 할 사회적 역할이 무엇인지, 이를 위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논의는 생략한 채 전환 대상의 노동자에게 특혜를 부여하는 것처럼 여겨지게 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공공성을 세우고 만들어간다는 원칙하에 정규직 전환 정책의 방향이 향해야 하지만, 무기계약직이나 자회사 상용직이라는 또 다른 간접고용으로의 대체를 전환 성과로 내세워왔을 뿐이다. 공공부문을 공공부문답게 만드는 과정으로서 정규직 전환 정책이 있음을 정부가 나서서 설득하고 논의를 이끌며 추진해야 한다.
고객센터 직영화를 요구하며 세 번째 파업에 나선 상담노동자의 투쟁은 그동안 훼손되어온 공공성을 다시 세우고 만들어가기 위한 과정이다. 상담노동자들만의 투쟁이 아닌 우리 모두의 투쟁으로 함께 할 것이다.
지난 6월 25일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 신설’이 의결되었다. 수술적 임신중지 전후에 의료인이 ▴인공임신중절 수술행위 전반 ▴수술 전․후 주의사항, 수술 후 자가관리 방법 ▴신체․정신적 합병증 ▴피임, 계획임신 방법 등에 대한 교육을 당사자가 원하는 경우 제공하고, 그 비용에 건강보험을 적용한다는 내용이다. 임신중지 당사자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표준적인 정보 마련과 상담 접근성 확보를 위한 논의가 공적 의료체계 내에서 시작된 것이다. 2020년 12월 31일을 기점으로 ‘낙태죄’의 실효가 소멸된 지 반년이 지났음에도 이제서야 비로소 임신중지가 공적 의료제도 체계 내에서 논의된 것은 매우 뒤늦은 조치이다. 게다가 임신중지 접근성 확보에 보다 핵심적인 과제인 의료행위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 논의는 여전히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임신중지를 행한 여성과 의료인에 대한 형사처벌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해졌지만, 경제적 접근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아 임신중지를 할 권리를 실질적으로 행사하는 데에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보건복지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첫째, 수술적 임신중지의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 2021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수술적 임신중지를 경험한 여성 중 81.6%가 의료비용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대부분 수술적 임신중지는 건강보험 밖에서 이루어져 비용 통제 구조가 없기 때문에 ‘부르는게 값’이다. 비용 부담으로 인해 수술 시기를 미루거나 놓치는 경우를 방지하고 공적 보장 체계 내에서 안전한 임신중지를 하기 위하여 수술적 임신중지의 급여화가 필요하다.
둘째, 임신중지 유도약 미페프리스톤의 도입과 약물적 임신중지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 현재 WHO 가 지정하는 필수의약품인 미페프리스톤은 정식 허가조차 되지 않아 개인적인 경로로 약물을 구입할 수밖에 없고, 이런 상황에 편승하여 온라인 불법 약물 광고는 연간 2300건이 적발되고 있다. 개별적으로 구매하여 이뤄지는 약물적 임신중지 또한 경제적 장벽이 높은 편이다. 같은 조사에서 약물을 사용한 여성 중 3분의 2가 비용부담을 호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발표하며 ‘약물이나 수술 등(…) 시술방법을 구체화하여 시술방법의 선택권을 확대’했다고 자평했으나, 아직까지 안전하게 약물적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요원한 상태다. 실제로 약물적 임신중지를 선택할 수 있기 위해서는 신속한 약물 도입 및 급여화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는 낙태죄 헌법불합치 이후 줄곧 임신중지 의료행위 일체에 대한 제도화 및 급여화를 요구해 왔지만, 보건복지부는 관계법령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을 이유로 논의를 미뤄왔다. 하지만 이번 상담료 신설은 이제까지 법이 없어서 안 된다고 주장해온 것이 핑계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금부터라도 임신중지 교육·상담뿐만 아니라 수술적, 약물적 임시중지 의료행위에 대해서도 급여화 논의를 시작하는 것이 합당하다. 의료시스템 준비에 발맞추어 관계 법령 정비도 속개되어야 한다. 이미 실효가 상실된 형법 조항은 삭제하고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보건의료 접근성 확대, 성과 재생산 권리 보장을 위한 법 개정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이미 권인숙 의원, 이은주 의원 등이 대표발의한 개정안이 있으며, 의료법, 약사법, 건강보험법 등 관계 법령에 대한 개정안도 제출되어 있는 상태인만큼 국회는 이를 바탕으로 입법 논의를 충실히 진행해야 한다.
임신을 경험한 여성 중 5분의 1이 임신중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임신중지는 피임, 임신, 유산, 출산 등의 연속적인 재생산 생애주기 내의 보편적인 경험이다. 정부와 국회는 포괄적 재생산건강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그 첫 걸음으로 임신중지 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요구한다. 이번 임신중지 교육·상담료 신설은 임신중지가 공적 의료시스템 내에서 논의되기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환영할 일이나, 최우선적으로 결정되어야 할 ‘임신중지 의료행위 급여화’가 신속히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인공임신중절 교육·상담료 신설’은 그 의미가 반감될 것이다. 우리는 재차 촉구한다! 이제 보건복지부는 임신중지 의료행위 급여화하고 임신중지유도약 도입 본격화하라!
장애여성학교는 제도교육과 사회적 틀에서 소외된 장애여성의 현실을 고민하며 만들어진 일상의 교육공간입니다. 장애여성들이 교육을 통해 힘을 갖고 당당한 삶의 주체로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장애여성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실천하기 위한 다양한 반들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글반2에서는 음성언어 혹은 문자언어를 익히는 것이 아니라 일상을 기반으로 몸짓, 소리 등으로 나의 욕구를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의사표현 방법을 서로 알아가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시설 내의 정해진 규칙과 규율 내에서 익숙하게 사용해온 표현들이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담은 의사표현을 넓혀가는 시간을 만들고자 합니다.
탈시설 이후의 독립적인 삶을 위한 장애여성의 일상에 관심을 갖고 동등한 관계 맺기를 함께 고민할 한글반 강사님을 기다립니다.
● 모집분야 : 장애여성학교 한글반2 강사
● 모집기간 : 2021년 6월 18일(금) ~ 7월 9일(금)
● 지원자격 :
– 장애여성 인권운동과 교육활동에 관심이 있는 자
– 한글교육 경험이 있는 자
– 성인문해교육에 관심이 있는 자
● 교육내용 및 일정
– 교육내용 : 한글문해교육
– 교육대상 : 음성언어 외에 다양한 표현방식으로 소통하는 탈시설 장애여성 2명
– 교육일정 : 주 1회(총 5회, 회기별 2시간) 일정 조율 가능
● 강사비 : 내규에 따름
● 지원방법
– 별첨된 지원서 양식을 작성하신 후 관련 자격증 및 기타 증빙서류 사본을 첨부하여 아래 메일로 제출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장애가 잘 드러나지 않는 뇌병변 장애여성이다. 뇌병변 장애가 잘 드러나지 않는 걸 상상하기 어려울 수 있다.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가 상상을 어렵게 만들지도 모른다. 그리고 나는 활동가다. 극단 춤추는허리와 함께 장애여성이 동료시민으로 살아갈 권리를 위해 같이 공부하고, 공연하고, 연대한다.
달리기는 못하지만 바람을 가르는 느낌이 좋아 전동휠체어를 타고 달리기도 하고 가족들과 분리된 공간을 가지고 싶어서 독립했지만 같이 텔레비전을 보던 저녁을 그리워하기도 한다. 장애여성활동가로 계속해서 정체화하기 위해서 삶의 맥락을 되짚으며 모순되고 모호한 나를 설명할 수 있는 언어들을 찾아 다닌다.
7살, 유치원에서 나만 실내화가 아니라 운동화를 신고 있다는 깨달음은 남들과 다르다는 걸 처음으로 인지한 순간이다. 1년 뒤 정상적으로 걷기 위해 특수깔창을 넣었던 운동화를 벗고 ‘훨씬 정상적으로’ 걸을 수 있도록 수술을 했다. 수술 이후에도 절뚝거리는 걸음걸이 때문에 ‘쟤 걷는 것 장애인 같아’라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아서 학창시절 내내 걷는 연습을 했다. 노력은 어느정도 성과가 있어서 점차 걸음걸이로 놀림받는 일은 줄어들었지만 연습으로 숨길 수 없는 것이 하나 있었는데, 무릎 바로 위에 있는 검지손가락 길이의 수술흉터이다. 치마를 아무리 늘려도 걸을 때마다 보이기 쉬웠고, 교복바지를 입고 싶었지만 여학생은 겨울에만 교복바지를 입을 수 있었다. 한 여름 체육대회 때 단체로 반바지를 입어야 했을 땐 급하게 흉터를 가리려고 살색파스를 붙였다. 집에 와서 보니 빨갛게 흉터가 부풀어올랐지만 누군가 흉터를 보고 ‘쟤 다리에 징그러운 저거 뭐냐’는 질문을 듣지 않는게 더 중요했다. 학교내에서 장애인이라는 것을 들키고, 소문이 퍼지면 무리에서 배제되고 소외당할 것이라는 것은 몸으로 직접 겪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감각이었다. 장애인인걸 들키지 않기 위해 차별을 받아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 굴고, 때로는 장애혐오표현을 함께하며 웃었다. 지금처럼 있는 듯 없는 듯 있다가 비청소년이 되고 대학에 가면 자유로워질거란 위안을 하며 ‘장애’는 나에게도 언급하지 말아야할 이야기로 떨어뜨려 놓았다.
끝나지 않는 퀴즈
내가 장애인임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고 싶어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닌 동네와 거리가 먼 상업고등학교를 다녔다. 선생님들은 예쁘게 화장하고 꾸밀줄도 아는 친구들이 취업을 잘한다고 말했다. 꾸미지 않으면 선생님과 친구들 사이에서 묘한 무시와 함께 뒤쳐지는 느낌이 들었다. 유행하는 화장품을 구입하고 결막염이 걸릴 때까지 써클렌즈를 끼고 다녔다. 여성으로서 느껴지는 차별의 감각과, 여전히 장애인임을 숨기면서 스스로를 속이고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한다는 죄책감은 모두 내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 졸업 후 잠시 다녔던 대학에서는 장애학생 장학금을 받기 위해 학과실에 장애인증명서류를 제출해야했다. 서류를 제출하고 나가려는 순간 ‘장애인 같이 안 생겼는데’라는 혼잣말이 등뒤로 꽂혔다. 조교의 말도, 쿵쿵 뛰는 심장소리도 못 들은척하고 과실을 빠져나왔다. 욱하는 마음에 ‘장애인 같이 생긴게 뭔데?’ 라고 묻고 싶었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은 장애인 같이 생겼다는 표현을 차별이라고 말하지 못해서 욱했던 것이 아니라, 장애인을 대상화하는 이미지들과 닮지 않으려고 노력해왔다는 것을 들켜서 창피함을 화가난 것으로 덮어씌우려 했던 것이다. 결국 장애인 같이 생긴게 뭐냐는 질문에 대답해야할 사람은 나였다.
대학 자퇴 후 ‘장애가 있으니까 열심히 공부해서 공무원 해야지, 장애인인데 고졸이면 취업하기 더 힘들어, 대학 다시 가야하지 않겠니?, 여잔데 다리에 흉터가 있어서 어떡해, 오래 걸으려면 평생 운동해야지’ 등 일상에서 걱정 섞인 압박과 차별은 계속 됐다. 그런 말이 혐오고, 차별이라고 말했으면 어땠을까? ‘칭찬인데 왜 예민하게 받아들이냐, 걱정되서 해주는 말인데 버릇없다’는 이야기를 듣지 않았을까? 나이어린 장애여성이 차별을 말 했을 때 다시 한번 차별받게 되는 상상은 너무 쉽게 그려진다. 배제당하고 싶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보이기 위해 알아서 노력하거나 눈에 띄지 말고 가만히 있도록 요구 받는 환경에서 차별에 대해 말할 기회를 갖기는 어렵다. 용기내서 차별경험을 말해도 그게 왜 차별이냐고 되묻는 질문은 차별 받은 사람이 몸으로 겪은 차별의 감각을 의심하게 만든다.
동료시민과 차별을 배워야할 시간
장애를 숨기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커져갈 때 공감활동을 시작했다. 장애여성으로서 겪은 차별 경험을 이야기할 기회를 많이 가졌다. 긴 금발머리, 공들인 화장, 온 몸에 힘을 줘서 만든 걸음걸이, 여성스러워 보이기 위해서 했던 노력들과 장애인 같아 보이지 않기 위해 해온 노력들이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장애여성동료들과 함께 몸으로 만날 때 장애여성 당사자임에도 장애차별을 하는 나를 발견한다. 매일 활동을 해도 내재화된 차별을 찾아내는 건 여전히 불편하고 어려워서 회피하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동료들은 몸으로 쌓은 자기경험을 기꺼이 나눠준다.
일상의 동료들과 차별금지법제정을 위한 국민청원을 위해 거리로 나갔다. 아이가 있는 동료와 아이의 손을 잡고 걷는 시민, 지팡이를 짚고 걸어가는 시민과 지팡이를 들어 차별에 저항하자고 외치는 동료, 가던길을 멈추고 바람에 넘어진 피켓을 바로 세워주는 동료와 뒤돌아서 차별금지법을 설명하는 안내지를 받아가는 시민들을 보며 장애여성 동료들과 나의 정체성이 거리의 시민들과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들과 장애를 겪지 않았으면 몰랐을 장애여성이란 정체성과 차별을 통해 ‘소수자’라고 불리는 사람들이 내 삶으로 들어왔고 서로 연결되는 감각을 더 많이 발견하게 될수록 알고 싶은 세계가 확장되는 즐거움을 느낀다. 그리고 동료시민으로서 다른 위치의 차별을 드러내기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일상의 구체적인 활동을 고민하게 된다. 차별을 배우면서 차별경험은 타인과 연결되어 세상을 바꿔나가고 싶은 힘을 만들어줬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한 국민동의청원이 10만명을 돌파했다. 차별금지법이 일상에 닿을 때까지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포괄적차별금지법과 동료들이 전하는 메시지는 닮아있다. 차별에 함께 대항하고 일상에서 아주 작은 변화를 만들어보자고 이야기한다. 서로의 삶에 교차되는 차별을 배우자고 말한다. 포괄적차별금지법이 제정되어 차별을 말하는 근거로서 차별의 범위를 넓혀줄 때 사회는 세상에 풀어지는 구체적인 차별에 대해 배워야한다. 사회가 더 많은 차별을 배워나갈수록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자신이 겪는 차별을 고민하고 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그 경험이 쌓여나간다면 더 이상 ‘모두를 위한 평등’은 형식적인 선언이 아닐 것이다.
나는 동료시민과 함께 평등의 의미를 재해석하는 법을 배웠다. 이제는 세상이 동료시민과 평등을 재해석하는 법을 제정해야 할 때다. 포괄적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차별금지법 제정하자! 10만행동에 함께 한 모든 분들과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청원 성립을 알립니다. 함께 환호합시다. 이제 2021년 연내 제정을 위해 다시 한 걸음 내딛읍시다.
2007년의 겨울을 기억합니다. 정부의 차별금지법안에서 ‘성적지향, 학력,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전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7개의 차별금지사유가 삭제되었습니다. 가장 먼저 성소수자들이 거리로 나섰습니다. 차별금지법의 이름으로 어떤 차별은 허락된다고 선언한 법안을 우리는 단호하게 거부했습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차별금지의 원칙을 저버렸고 성소수자는 혐오선동세력의 제물이 되었습니다.
2013년, 열리던 봄은 다시 닫혔습니다. 통합민주당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하고 두 달을 못 버텨 스스로 철회하는 사태를 우리는 지켜봐야 했습니다. 그 결과는 우리 모두 알다시피 모든 인권 관련 법과 조례의 철회, 개악, 폐지였습니다. 민주주의의 후퇴였습니다. 사회구성원 누군가는 혐오의 대상이 되어 공론장에 등장할 수 없었고 시민으로서 동등하게 누려야 할 권리는 기각되었습니다.
2017년, 광장에서 타오른 촛불과 함께 봄이 다시 열렸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의 재출범에 많은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했고 서명운동과 평등행진 등에 수많은 시민들이 동료가 되어 함께 행동하기 시작했습니다. 차별금지법이 발의조차 되지 못한 20대 국회를 지나면서도 우리는 평등을 향한 열망을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여름입니다. 우리는 이제 우리의 힘으로 차별금지법을 국회의 토론장에 올려놓습니다. 지난해 장혜영 의원의 대표발의로 회부된 차별금지법안, 국가인권위원회가 권고한 평등법 시안과 함께 법제사법위원회는지금 당장 토론을 시작하십시오. 우리는 차별금지법 제정이 미뤄지는 상황의 가장 큰 책임이 여당이자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있음을 경고합니다.
누군가는 지금도 알리지 못하는 부고를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동료시민과 함께 토론하고 일할 권리를 누리지 못하고 스스로를 가두기도 합니다. 권리를 주장하면 여성이라고, 장애인이라고, 고졸이라고 손가락질 당하며 문 밖으로 쫓겨납니다. 권리를 빼앗긴 누군가는 일터에서 생명과 안전마저 위협당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억합니다. 기득권 세력이 차별을 없애준 적은 없습니다. 차별받는 자들의 연대가 세상을 평등으로 이끌어왔습니다.
우리의 여름을 더욱 뜨겁게 달굽시다. 전국에서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토론을 이어갑시다. 차별을 발견하고 차별에 대항하는 행동을 이어갑시다. 9월 정기국회 본회의에 차별금지법안이 상정되고 통과될 수 있도록 다시 힘차게 나아갑시다. 올해 가을에는 평등을 수확합시다.
장애여성학교는 제도권 교육의 틀에서 소외된 장애여성들이 자신의 욕구를 인식하고 실현할 수 있는 일상의 교육공간이 필요함을 깨닫고 2009년부터 시작되었습니다. 개강과 소풍, 졸업의 과정 속에서 배우고 익히는 것만이 아니라 삶의 방식들을 같이 고민해나가려 합니다. 그 배움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 관계를 맺고 나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힘을 키워갔으며 서로의 속도와 차이들에 집중하고 함께 성장해왔습니다. 장애여성학교는 장애여성의 일상에 기반한 커리큘럼으로 구성하여 한글, 미술, 음악, 체육 등 삶의 방식을 배우고 주체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2기 장애여성학교에는 어떤 활동을 할 수 있나요?
참여하고 싶거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에는 02)441-2384(한예선 활동가)에 전화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