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빛 불량화음의 연대와 위로
–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여름 –
이 글은 일곱빛깔무지개합창 단원들이 공감 20주년 기념행사 축하공연 후기 나눔의 시간에 오고간 이야기들을 바탕으로 작성되었다. 나는 가까이에서 함께 준비한 활동가로서 이 글을 쓴다. 무지개 단원들이 느낀 다양한 감정들의 생생함을 아직은 무지개를 잘 모르는 이들에게 조금 더 잘 전달하기 위해 설명과 의견을 보태 작성한 것임을 알려드리며 시작한다.
드디어 고대하던 그 순간!
지보이스와 무지개의 합동공연 성사!! 사실 이번 공연 이전까지 무지개분들의 지보이스 바라기 시간들은 이어져 왔다. 지보이스 정기공연 등에 참석하여 응원을 보내고, 지보이스의 노래 뿐 만 아니라 화려한 무대 연출, 의상, 안무, 지휘 등등을 보며 무지개분들은 많은 영감과 자극을 받기도 했다. 그런 와중에 함께할 기회가 찾아왔고, 그 무대는 공감 20주년이라는 큰 자리였기에 기쁨과 부담감이 두 배로 느껴졌다. 긴장이 되었겠지만, 무지개는 뒤로 물러서지 않고 새로운 도전을 환호와 함성으로 받아들였다.
함께하기 위한 사전준비 – 서로의 소수자성에 대해 배워가는 시간
무지개가 우리사회에 발달장애여성으로서의 삶속에서 차별의 경험을 드러내고 반차별을 외치는 것처럼 지보이스는 어떤 사람들이 모여 어떤 마음을 담은 노래를 만들어 부르는지 배우고 알아가는 시간을 먼저 가졌다. 성소수자, 게이라는 단어를 말하며 뜻을 이해하는 것 부터 그들은 어떤 차별을 겪고 있는지 또 그 경험들이 무지개의 경험과 어떻게 다르고 또 어떻게 비슷한지 이해하는 시간들이었다. 그리고 무지개분들이 성소수자에 대해 아직은 잘 모르는 것이 많지만 그래도 서로를 존중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과정이었다.
서로의 노래를 연습하고 부르다
이번 20주년 공연에서 무지개와 지보이스는 서로의 합창곡을 연습하고 함께 불렀다. 무지개 입장에서는 빠른 박자, 발음이 어려운 가사 말들에 비해 연습 일정은 충분하지 않아 사실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게다가 전곡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기로 했기 때문에 정말로 공연이 가능할 지 걱정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무지개들은 연습시간을 최대한 많이 확보했고, 우리가 가능한 발음을 찾아가며 연습했다. 너무 어려운 영어가사 ‘콩그레츄레이션’을 무지개는 ‘콩—레이션’ ‘콩그—레이션’의 과정을 거치며 연습해 불렀다.
공연 의상 콘셉트 ‘세련‘
지보이스 재우님을 통해 너무 감사하게도 앨리스고홈에서 공연 의상 후원을 받게 되었다. 그동안의 무지개 의상 콘셉트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의 의상과 함께 지보이스와 무지개의 무대의상에 통일감과 포인트를 주기 위해 핑크 빛 소품을 준비하기로 했다. 무지개는 고민 끝에 핑크 빛 베레모로 결정하였다. 이것은 세련된 의상을 입고 무대에서 노래하는 발달장애여성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 공감의 주인으로서 20주년 준비에 최선을 다한 무지개가 무대 위에서 빛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아! 채식김밥!!
공연팀을 담당하며 정말 얼굴 빨개지는 순간은 채식김밥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었다. 사전에 채식하는 분이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놓친 것이 너무 후회된다. 그 반면 화려하고 푸짐한 뷔페음식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손님을 초대하는 호스트로서의 모습을 보인 무지개분들은 정말 최고였다. “우리가 준비했으니까 초대한 분들이 많이 드셔야죠” 세련된 매너까지… 공감 20주년 행사를 위해 무지개분들이 정말 사소한 것부터 신경을 많이 써서 준비에 임했다.
불량화음, 전체와 개별이 조화를 이루는 무대
무지개 합창단, 지보이스 합창단의 조화로움이 돋보이면서도 무지개 개별단원들의 특징들이 자연스럽고 자유롭게 드러나는 시간들이었다. 자신의 스타일을 고수하며 무대를 즐겼던 별님, 가장 빠른 박자의 동작으로 관객의 시선을 독차지한 딸기님, 긴장되고 떨리는 마음을 드러낸 파도님, 든든하게 중심을 잡고 노래한 길동님, 옆자리 지보이스 단원에게 마음을 뺏겨버린 빨강님, 지휘자분과 시선을 교환하며 한발 앞에 나와 솔로파트를 부른 사과님까지 개성 가득한 무대였다. 공적인 장소에서 드러나기 어려웠던 무지개,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땐 주로 부정적 평가를 받았던 무지개가 그 자리에선 가장 무지개다운 모습으로 최고의 찬사와 박수를 받고 있었다. 함께 살아간다는 것이 무얼까 늘 꿈꾸고 상상했는데, 잠깐의 무대가 그 상상을 실현해 주었다.
서로를 환대하는 것
이번 합동 공연을 통해 얻은 좋은 경험중 하나는 서로를 진심으로 환대하는 친구들이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혐오를 가득 담은 시선으로 무례한 말들을 쏟아내는 사람들이 아니라 친절한 말투와 눈빛으로 서로의 안녕을 묻는 것, 그리고 함께 모여 연습을 하고 무대에 서는 것은 무지개에게 연대의 의미를 체감하는 기회였을 것이다.
또 함께하고 싶어요!
무지개는 다음 활동을 이미 기약하고 있다. 바로 지보이스와 인권의 노래를 함께 만드는 것. 우리끼리는 벌써부터 노래도 같이 만들고 함께 합창할 날을 기다린다. 아마 시기의 문제일 것이다. 무지개 분들은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집중하는 분들이니까. 발달장애여성합창단무지개와 게이합창단지보이스가 언젠가 함께 만들어 부를 그 노래 기대해주시라. 세상 유일무이한 인권을 향한 그 무지개빛 화음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