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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인 말, 늘어진 몸으로 끈질기게!  

고나영(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장애여성 권리선언대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며 여성가족부 폐지, 장애아동청소년 성인권교육 사업 예산 삭감 등 성차별적인 행보를 보이던 정권이 탄핵되었다. 아주 오래전 일인듯 하지만 권력이 뒤흔들어놓은 민주주의와 인권의 균열은 여전하다. 탄핵의 광장에서 그리고 탄핵 이전의 구조적 장애 및 성차별속에서, 장애여성들은 젠더적 관점의 부재를 온 몸으로 감각해왔다. 성평등조례는 커녕 인권조례조차 없는 강동구에서 장애인자립생활운동은 15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요구안의 내용은 매년 거의 동일하지만 예산이 많이 든다 혹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며 ‘나중에’ 혹은 ‘조금 더 기다려달라’는 말이 반복된다. 하지만 메르스, 코로나19 등 국가적 위기나 재난 상황에서 나중으로 밀려난 취약한 위치의 사람들이 가장 먼저 위험해지는 상황을 너무 자주 목격해왔다. 

성차별과 성폭력의 구조적인 문제를 드러내고 욕망을 말할 수 있는 성적권리가 보장되어야 합니다. 돌보는 사람의 인권이 존중되고, 돌봄을 받는 몸이 차별에 놓이거나 시설에 갇히지 않아야 합니다. 자기결정권이 취약하다고 여겨지는 시민 모두가 혼자서도 가족을 구성해서도 서로 의존하며 살 수 있어야 합니다.  

– 성명문 <광장의 힘을 일상의 민주주의로! 차별과 혐오를 몰아내고 평등 세상으로 가자!  장애여성의 존엄할 권리를 보장하라!> 일부 – 

올해 처음으로, 장애여성 의제가 장애인권리보장을 위한 서울시 자치구 공통 요구안에 포함됐다. 장애여성 성과 재생산권리 보장, 젠더기반 폭력피해 장애여성의 지원정책 마련. 여전히 차별과 혐오 정치로 소수자를 억압하는 비민주적인 정권에 맞서 더이상 나중으로 밀려날 수 없고, 기다릴 수 없는 장애여성들과 동료시민들이 4월 24일 강동구 천호역에 함께 모여 성평등 권리를 외쳤다. 

 

제가 활동했던 조직은  대다수가 장애남성 대표가 중심이 되는  수직적인 조직 구조였습니다. 많은 여성들이 노동현장에서 성차별을 경험하듯이 어떤 일들은 여자가 해야 된다는 말도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하고,  ‘오늘 생리통이 심하다’는 말에 대해선 “아니 무슨 부끄러울 줄을 모르니, 생리가 무슨 유세니’ 말을 들었습니다. (중략) 이러한 조직문화는 성희롱, 성폭력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렸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의제가 있지만 투쟁이라는 목적을 이뤄내는 것외에 성차별은 중요하게 다뤄지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장애여성, 장애성소수자, 장애이주민 등 장애 안에 있는 다양한 차이, 여기서 발생하는 차별을 무시하는 것입니다. 

 – 전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담당활동가, 현 장애여성공감 회원 고숙희 – 

처음에는 IL센터에서 여러 동료들을 상담하고 자조모임도 했습니다. 그런데 특수학교를 가도 복지관을 가도 장애남성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고 많이 느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면 남성이 많았던 센터에서 장애여성으로서 무언가 부당하다고 느꼈지만 참아야 될 것 같았어요. 그러던 중 복지일자리를 통해 동료상담가로 활동을 해보니 동료상담과 자조모임을 진행할 때 제가 아이디어를  내면 이해할 수 있는 활동가는 여성이 대부분이었어요. 장애가 크지만 여성으로 맞닿는 경험이 더 크단 생각이 듭니다. 

– <대구 장애여성자조모임 장애여성여울> 임은현 – 

 

연대로 만들어가는 일상의 민주주의

 

집회 갔을 때 왜 갔는지 몰랐어요. 그리고 발언을 왜 하는지도 몰라서 잘 안 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가는 이유를 아니까 기억에 쑥쑥 들어왔어요. (중략) 저는 무지개 활동하는 사람입니다. 조금씩 내 꿈에 다가가고 있어요. 사진 찍는 사람하고 노래 만드는 사람 되고 싶어요. 제가 좋아하는 일이면 다 할 수 있어요. 무지개에서 역할은 서기. 사람들 말하는 거 쓰는 거랑 사진 찍는 거예요. 처음이라 어렵지만 같이 도와줘서 지금은 하고 있어요. (중략) 무지개는 사람들과 연대하는 팀이예요. 나의 무지개. 내가 어떤 걸 잘 하는지 알게 되었어요. 사람들도 잘한다고 느낄 거예요. 자신감이 넘치는 무지개. 무지개 활동 계속 하겠습니다. 

 – 장애여성공감 회원 서주영 – 

현장은 무지개 물결과 함께 장애여성들이 각자의 목소리를 내고 거리를 행진하였다. 장애 여성으로써 독립, 노동에 권리 및 내가 맡은 성적권리인 성평등, 자위, 섹스라는 단어를 외칠 수 있었던 그 현장이 너무 필요했던, 그 걸 이제라도 할 수 있었기에 나에겐 그 현장이 함께 했던 모두 분들과 장애여성당사자들이 대단했고 그저 멋있었다.

 – 전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담당활동가, 현 장애여성공감 회원 고숙희 –

함께 활동을 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접하고 배우고 장애여성 활동가로서 성장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번 장애여성권리선언대회에서도 준비과정부터 발언까지 어려웠지만 이렇게 주체적으로 하는 대회는 처음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대구에서 장애여성운동을 할 있게 다시 한번 용기가 되었습니다. 장애여성의 권리를 위해 늘 노력하는 장애여성공감과 끝까지 연대하겠습니다.

– <대구 장애여성자조모임 장애여성여울> 임은현 – 

저에게 민주주의란, 차별과 혐오를 전략 삼아 평등을 위협해온 정치를 멈추고, 모두의 삶이 온전히 존엄하게 보장되는 것입니다. 존엄함 관계는 시설사회를 유지하려는 불평등한 구조에 대한 저항이자. 다양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투쟁입니다. 

– 장애여성공감활동가 진은선 –    

<일상의 민주주의를 위한 장애여성 권리선언대회>는 장애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했다. 윤석열 파면을 요구했던 광장에서처럼, 장애, 청소년, 성소수자들이 함께  ‘모두가 차별받지 않을 권리’를 외치며 행진을 이어갔다. 권익옹호 활동은 내가, 우리가 겪는 차별을 드러내고 요구를 말하는 구체적인 활동이다. 때로는 시민들을 거세게 흔들며, 지역사회에 시끄럽게 경종을 울린다. 지역에서 진득하게 투쟁해 온 자치구의 작은 변화가, 서로의 근거가 되어 각 지역의 변화를 추동하는 힘을 만들어낸다. 내가 살고 싶은 지역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살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도 같이 살기 위해서. 우리가 같이 싸워야만하는 이유를 아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변화의 불씨들을 마음에 담고 대회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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