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4월 20일, 5.18 광주학살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군부독재가 ‘복지사회구현’이라는 허울좋은 명분을 치장하기 위해 장애인의 날을 제정했다. 2003년 4월 20일, 장애인권단체들은 한국사회는 364일 장애인을 차별하는 사회이다. 심지어 남은 1일조차 장애인의 날 관변 행사를 통해 장애인에 대한 억압과 차별을 은폐하고 희석한다고 주장하며 ‘장애인의 날’을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로 선포했다. 그렇게 시작된 장애인차별철폐투쟁의 날에 나는 올해 두 번째로 참여하였다.
상소문, 임금은 들으시오~!
4월 19일, 전국의 장애인권단체들이 모든 일상업무를 멈추고 참여하는 만큼 광화문에는 많은 이들이 모였다. 작년과 다르게 올해는 임금에게 상소문을 올리는 방식으로 발언이 진행되었다. 새로운 시도가 재미있었다. 임금은 들으시오~! 시민들도 들으시오~!! 12명이라는 많은 사람들이 상소문을 올리다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긴 했지만 광화문 ‘광장(공공의 목적을 위하여 여러 갈래의 길이 모일 수 있도록 넓게 만들어 놓은 마당)’이라는 사회적 의미에 맞게 우리의 목소리가 널리 퍼져 나가는 상황이 매우 상징적으로 다가왔다.
오체투지
장애여성공감 활동을 하면서 영상이나 교육을 통해 활동보조, 지하철 엘리베이터 등 장애인의 권리가 어떤 투쟁을 통해 쟁취하게 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던 장면이 오체투지와 지하철 선로에 쇠사슬을 묶고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수많은 집회를 봐왔지만 말이 아닌 몸으로 외친다는 생각이 들었다. 4월 19일, 지난 역사 속 투쟁 장면을 광화문 앞에서 보게 되었다. 장애인들이 휠체어에서 내려오는 순간 세상이 멈추는 듯한 느낌이었다. 사회에서 거부당한 몸으로 휠체어로 5분이면 갈 거리를 몇 시간이 걸려 사회의 부당함을 거부하며 청와대로 향했다. 부당한 장면이 반복되는 현실에 많이 이들이 분노하며 함께 눈물을 흘렸다.
세상아 멈춰라~!! 세상아 들어라~!!
4월 20일, 오전 8시부터 모였다. 많은 이들이 오체투지에 이어 잠까지 거리에서 잤고 다음 날을 맞이했다. 8시부터 행진은 시작되었다. 출근시간대였다. 하지만 우리는 행진했고 주요한 사거리마다 멈춰섰다. 경찰은 일반시민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으니 예정된 코스대로 진행하지 않으면 불법집회라고 목소리 높였다. 오체투지하고 행진하는 이들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사회라면 멈추게 하는게 맞다! 두려울 것 없고 그럴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음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해
장애여성공감은 차별금지법 제정연대 활동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420 당일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과 회원들은 무지개 횃불을 들고 평등행진을 함께 했다. 무지개 횃불 점화 등 다양한 퍼포먼스와 함께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장애인 수용시설 폐쇄하라~!! 장애등급제 폐지하라~!! 부양의무자제 폐지하라~!! 시민들에게 목이 터져라 외치면서 청와대에서 마로니에 공원까지 걸었다. 오랜 행진 끝에 우리는 다시 모였다. 1박 2일 일정에 아침부터 날이 너무 뜨거워서 모두 많이 지쳐있었다. 그러나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촉구대회와 420 장애인차별철폐 투쟁대회에서 빛을 발한 장애여성공감 일곱빛깔 무지개 공연, 무대를 장악하는 회원님들의 넘치는 흥과 에너지, 신나는 문화공연 덕분에 즐거움도 넘치는 420이었다. 솔까말,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420 투쟁결의대회 즐거운 분위기는 공감이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회원님들과 함께하는 집회는 참으로 즐겁다.
행사가 마무리 되어갈 쯤에 420 투쟁결의대회 바로 옆에 ‘장애인의 날’ 행사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배제는 여전히 건재하며 현재진행형임을 현장에서 여지없이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부당하게 반복되는 역사라 할지라도 연대하고 함께 싸우며 즐겁고 흥나게 앞으로도 계속 싸워나갈 것임을 다짐하는 420이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향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