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여행기 1탄, “이거 실화냐? 오키나와 가는거?”
장은희(장애여성공감 장애인활동지원팀 활동가)
여름휴가차 아시아의 하와이로 불리는 일본의 오키나와로 여행을 떠날 장애여성과 비장애여성 활동가 5명이 결성되었다. 우리가 가는 오키나와는 훼손되지 않은 대자연의 경이로움과 전쟁으로 인한 역사적 아픔이 공존하는 곳이다. 아주 예전에 일본이 아닌 ‘류큐왕국’이라는 독립국이었으나, 2차 세계대전 말기에 전쟁에 휩싸이면서 27년이라는 미국의 통치 시절을 거쳐, 1972년 일본에 복귀된 곳이다. 복잡한 역사와 아픔을 간직한 오키나와는 지금도 전쟁희생자 24만명의 추모와 평화를 기리는 장소로써 많은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다. 그리고 유명 드라마로 알려진 만좌모로 대표되는 오키나와의 쪽빛 바다와 총천연색 자연경관은 신비롭기까지 해 보인다. 이렇듯 꼭 가봐야할 것 같은 곳으로 네이*에서 소개되는 오키나와의 큰 매력은 ‘자유’를 만끽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한다. 만명이 앉을 수 있는 해변가라는 뜻의 만좌모~ 만좌모의 푸른 잔디밭에 앉으니 솔솔 부는 바람소리가 나를 어디론가 끌고 갈 것 같다고 하는데……현실에 사는 우리는 전동휠체어가 자유의 바람이 되어줘야 한다. 자유를 만나기 위한 오키나와팀의 준비기를 한번 살펴보자.
여행의 준비사항 1번도, 2번도 무조건 이동을 확보하는 것!
여행의 첫 시작은 비행기와 숙소예약 아니겠는가. 일본행 국적기를 예약할 것을 준비하고 있던터라 비행기 예약은 정말 간단한 일로 생각했건만, 여행은 항상 예치지 않은 상황과의 만남이 연속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항공사의 홈페이지 수화물 규정에 골프, 스쿠버다이빙, 자전거, 총기 및 실탄등 스포츠장비의 운반은 명시되어 있지만 장애인뿐 아니라 이동약자를 위한 기본 장비인 휠체어에 대한 안내가 없어서 1차 당황! 위탁수화물로 휠체어가 실려지고는 있음을 ‘항공기 반입금지풀품 안내문’에서 확인하게 되어 2차 당황! 항공사에 전화를 걸어 문의하니 가로*세로*폭, 무게, 배터리의 종류까지 확인이 되어야 위탁여부를 안내할 수 있다고 한다. 그리하여 위탁수화물 규정에 아슬아슬하게 걸리는 전동휠체어 등판을 눕혔다 굽혔다. 발판을 뺐다 꼈다. 요리조리 여러명의 활동가가 머리를 모은덕에 비행기에 싣을 수 있는 휠체어 사이즈에 맞춰졌다. 하지만 정작 가장 중요한 휠체어 좌석밑에 있는 배터리를 분리하지 못해 항공사가 원하는 정보를 완벽히 알아내진 못했다. 휠체어 제조사에 연락을 해서 받은 배터리정보도 휠체어 구입 후 교체한 이력이 있을 경우 유효하지 않았기에 직접 해체해서 보기전까지 끝난게 아니었다. 또한 안전사고와 파손 예방을 위해 휠체어를 비행기에 싣기전에 휠체어본체와 배터리 분리를 항공사 직원들이 하는데 모든 기종을 다루지 못할 수 있으므로 휠체어 이용자는 분리와 조립방법을 익혀가야 한다. 와우!
가장 공을 들여야 하는 것은 숙소의 예약이다. 숙소예약도 우선 전동휠체어가 이동과 관련하여 접근할 수 있는지가 주요관건이다. 주머니가 가벼운 우리들은 저렴이 가격, 장애인 편의시설등 조건별 검색이 가능한 필터기능에 의존해 숙소를 몇 주에 걸쳐 검색하기 시작했다. 숙소측에서 한껏 돋보이게 올려놓은 사진에서 우리는 우선 문턱, 계단, 숙소안에서 휠체어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지부터 계산하고, 5명의 다른 개성과 성향을 가진 활동가들이 가니 추가로 고려할 사항들에 대해서 계속 확인해가며 모두의 욕구가 최대한 골고루 반영될 수 있는 방향을 찾아갔다. 그 외에도 오키나와내에서 관광지별 동선과 교통비를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렌트카를 알아보느라 현지 가이드 야마시키상과 급격히 온라인 친구가 되버릴 정도로 여행은 우리가 이동할 수 있는지를 확인하고, 확보하는 것이 중요했다.
먹고, 즐기고, 확장하라~
비행과 숙소, 교통이 확정되었으니 우리가 어떻게 즐기고 무엇을 새롭게 얻어올 것인가를 정해야 하는 즐거운 고민과 논의를 시작하면 된다. 먹는거는 배고프면 먹고, 눈에 띄면 먹고, 심심하면 먹고, 잠 안오면 먹고, 당 떨어지면 먹으면 된다. 더구나 이번 여행은 일행 중 맛쟁이가 있으니 준비 끝!
다음으로 어디를 갈 것인가는 의외로 첨예할 수 있다. 휴양, 관광, 쇼핑등 선호도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고, 어렵사리 모두의 만장일치로 가기로 한 곳에 필요한 편의시설들이 갖춰져 있는지에 따라 변경과 포기, 꼬시기(=설득), 극적타결(=협상)등의 정치력이 필요하니 본인 욕구가 있을 땐 망설이지 말고 적극적으로 표현하여 함께 가는 일행의 마음을 사로잡길…
그리고 일상을 벗어난 여행은 의도하든 의도치 않던 다녀온 후 내 삶에 변화를 일으키기 마련이다. 이번 오키나와팀은 장애/비장애 활동가들로만 구성된 팀으로 숙소에서 방배정의 방법을 논의하던 끝에 한 명의 비장애인활동가 전담하는 방식이 아닌 날짜별로 돌아가며 활동보조를 하는 것으로 결정이 되었다. 그동안 장애인활동가에 대한 보조는 활동보조인이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도 당연하게 여겼던 시간들이 있었기에 사뭇 활동보조인의 자리를 동료 활동가가 채우는 경험이 서로에게 어떤 의미로 새겨질지,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와서 우리들의 관계가 어떻게 확장될지 나름 조심스러움과 설레임이 교차된다. 여행 중 필요한 활동보조를 얘기하는 과정에서 동료인 장애인활동가를 활동보조인보다 더 모르고 있었다는걸 깨닫기도 하였으니 이번 여행은 분명 서로를 알아가고 관계를 확장하는 찐한~여행이 될 것임은 분명하다.
여행팁같은거? 몸으로 부대끼며 익히는게 진리!
여행준비에 대한 팁을 제공하고 싶었으나 쓰다보니 팁 같은건 없더라가 결론이 되는 것 같다. 여행은 늘 예상을 빗겨나는 상황들과의 조우가 생기기 때문에 언제나 유효한 팁은 없다는 뜻이다. 다만 내가 함께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여행가서 꼭 하고 싶은건 무엇인지, 뭘 좋아하는지, 어떤 것을 불편해하는지, 어떤 음식을 잘 먹는지등 서로 얘기를 나누는 것이 여행준비 팁이라면 팁이겠다. 그 다음 각자 하고 싶거나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나누고, 여행 준비과정에서 어려운건 없는지 서로 살펴보는 배려가 추가된다면 금상첨화! 준비가 부족하고 서투르면 어떠랴 싶기도 하다. 낯선 타국에서 오로지 서로를 의지하며 느끼게 될 ‘동료애’와 몸 부대끼는 활동보조를 주고 받으며 얻게 될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들에 대한 기대들이 여행을 가능케 하는건 아닐까? 아무튼 후속으로 쓰여질 오키나와 여행기 2탄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올려놓으며 곧 실화로 다가오는 여행에 대한 준비기를 마치고자 한다. 그럼 이만 잘 다녀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