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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적 성교육, 삭제되어서는 안 될 모두의 권리

나무(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장애여성공감에는 장애여성이 채팅을 통해 누군가 만나는 것을 우려하며 1:1상담 또는 성교육 요청하는 전화가 정말 많이 온다. 요청하는 상담·성교육의 방향은 무엇일까? 장애여성이 채팅의 위험성을 알고 허용된 행동만을 하도록, 소위 ‘올바른 성인식’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 성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이로 인해 많은 장애여성들은 전 생애에 걸쳐 피해 예방과 올바른 성인식을 위해 통제, 예의, 안전 중심의 목표에 기반한 여러 차례의 상담·성교육을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기관을 돌아다니며 받고 있는 현실이다.

채팅은 사회적 관계에서 배제와 차별을 일상적으로 경험하는 장애여성에게 타인을 만나고 관계맺을 수 있는 통로일 수 있다. 장애여성은 관계맺기를 위한 과정에서 섹슈얼리티의 통제를 심각하게 받는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지 위험하지 않은지, 무엇을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전화, 카톡, 문자는 수시로 체크된다. 심지어 누군가와 만나 맺은 성적관계는 성폭력으로 규정되고, 실제 그 관계에서 좋은 감정을 느껴도 나의 성적 즐거움과 자유로운 실천에 대해서는 이야기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된다. 그리고 장애여성공감에서 장애아동청소년성인권교육을 진행할 때 장애청소년들에게 성하면 바로 떠오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면 ‘성폭력, 데이트폭력, 성추행, 성병’ 등의 대답을 주로 한다. 성매개감염이나 폭력예방중심의 한국사회 성교육이 현실에서 얼마나 공고하게 고착화되어 있는지 당사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직면할 수 있다. 현장활동을 통해 위와 같은 현실들을 마주하게 될수록 포괄적 성교육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된다.

 

포괄적 성교육이란 성에 대한 인지적, 정서적, 신체적, 사회적 측면에 대해 배우기 위한 종합적인 교육 과정으로 모든 사람으로 하여금 자신의 건강과 안녕, 존엄과 자긍심에 대한 인식능력, 사회적·성적 관계에서 상호존중하는 관계형성 능력, 자신과 타인의 정서적·신체적 안녕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한 결정 능력, 개인의 삶에 주어진 권리에 대한 이해와 보장 및 이와 관련된 지식, 기술, 태도, 가치를 갖추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아동권리협약은 아동과 청소년이 공교육에서 포괄적 성교육을 받을 권리를 필수적인 권리로 명시하고 있다.

출처:성·재생산권리 보장 기본법(안) 해설서 「검은시위에서 국회까지. 폐지를 넘어 권리를」 제9장 포괄적 성교육

장애여성공감은 위와 같은 포괄적 성교육 권리 보장을 위한 실천과 요구를 현장에서 당사자들과 함께 치열하게 하고 있다. 장애여성공감에서 만나고 있는 장애여성 동료들은 침묵하지 않고 보호와 통제라는 명분하에 나의 성적 권리, 욕구, 욕망이 삭제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부모, 선생님, 지원자의 결정이나 허락을 요청하는 것이 아닌 내 삶의 주도권을 가질 수 있도록 나에게 필요한 자원과 정보를 알아본다. 연애, 자위, 섹스, 내 몸의 경험과 다양한 감각을 탐색하는 등 성적 즐거움과 욕망에 대해 자유롭게 표현하고 이야기한다. 비슷한 차별을 경험한 동료들과 함께 나의 경험을 말하고, 배제가 아닌 지지적이고 평등한 관계를 맺는다. 피해자로서의 위치만이 아닌 사생활과 성적권리 보장을 위해 일상의 차별에 저항하고 실패와 위험에 함께 직면하는 움직임을 연습하며 나의 언어와 내면의 힘을 다지기 위한 도전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양한 시민들의 포괄적 성교육 권리보장 및 주요정책 제안의 책무가 있는 교육부는 ‘학교 성교육 안에 성소수자(동성애), 청소년의 성적자기결정권 등 논란의 소지가 큰 부분은 제외한다’ 교육부 보도자료 <교육부, 교육 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에 나선다>. 2018. 4. 4일자. 제 1차 <교육분야 성희롱・성폭력 근절 자문위원회> 안건 1. 초・중등 분야 추진 현황 및 향후 계획 (성교육표준안 개편) 내용 중 일부와 같이 성적권리를 삭제하는 국가수준의 학교 성교육 표준안(이하 성교육 표준안) 개편 내용을 보도자료(2018.4.4일자)로 배포한 바있다. 심지어 2019년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본심의 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답변 제5·6차 유엔아동권리협약 이행 대한민국 본심의(2019.9.18.~19, 스위세 제네바 개최). 유엔아동권리위원 질의에 대한 교육부 답변하였다.

위원 : 성교육이 어떻게 되고 있으며 (중략)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에 대해 교육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교육부 : 2015년부터 개발하여 배포한 학교 성교육 표준안에 따라 모든 학생들이 연간 15시간의 범위 내에서 성교육을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관련 내용 중 사회구성원 간 이견이 있는 내용은 해당 표준안에 반영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장애여성공감이 활동하는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네트워크는 성별고정관념 강화, 다양한 소수자들의 성적권리 배제를 당연시하는 반인권적인 성교육 표준안의 전면폐기를 2015년부터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2021년 현재까지도 교육부는 성교육 표준안을 고수하고 있으며 2021년 「학생건강증진 정책방향」 기본방침 내용에서 ‘포괄적’이라는 단어를 전면삭제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평등과 인권에 기반한 교육방향을 통해 민주시민을 교육해야할 교육부가 ‘사회구성원간 이견차이’라는 이유로 책임을 국민에게 돌리고 다양한 소수자들의 성적 권리를 삭제해 온 역사를 더 이상 묵인해서는 안되며 한국사회 성교육이 실패했음을 스스로 인정하고 성찰해야 한다.

더불어 포괄적성교육권리보장네트워크는 포괄적성교육을 제도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해 교육에서의 성차별 방지, 성평등한 교육환경 조성, 성평등교육을 위한 교과과정 운영, 학교내 성폭력예방 및 대책 등 성평등교육정책의 계획 및 실행, 정부-지방교육자치단체-학교-지역사회로 이어지는 추진체계를 정비하고 통합적으로 총괄할 전담부서 설치 등을 포함하는 포괄적 성교육 관련 법 제정과 제도마련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요구한 바 있다.

국회와 정부는 포괄적 성교육을 위해 치열하게 도전하며 대안을 만들어가고 있는 현장을 통해 어떻게 포괄적 성교육의 원칙과 방향을 만들어가야 할지 제대로 배워야 한다. 또한 그 과정에 함께 목소리내고 권리를 요구하고 있는 장애여성의 목소리를 반드시 들어야 한다. 더불어 모든 동료시민들이 연령·장애·질병·지역·이주상태·경제적지위·가족형태·성별·성적지향 및 성별정체성 등에 따른 차별없이 포괄적 성교육을 누구나, 어디에서든, 원할 때 자유롭게 받을 권리가 보장될 수 있도록 2018년 UNESCO 성교육 가이드라인, 유엔아동권리협약 최종 견해 등 국제인권기준과 성평등·인권에 기반한 관련법 제정과 제도마련을 위해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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