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 여행기 2탄- 뜨거웠던 6박 7일간의 오키나와 여행기]
장애여성공감 부설 장애인독립생활센터[숨] 활동가 이유정
장애여성 활동가 둘, 비장애여성 활동가 셋. 동료들과 함께한 오키나와 여행기 2탄!
나는 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시기였고, 전동휠체어를 타고 처음 해외여행에 도전했기에 긴장과 설렘이 교차했다. 그렇게 7월의 한여름 우리는 드디어 오키나와 여행에 올랐다. 전동휠체어를 항공기에 실을 때는, 배터리 폭발 위험 때문에 분리하여 수화물로 싣는다. 설렘으로 한껏 들뜨던 출발부터 난감한 상황이 일어났다…! 승무원들은 배터리 분리법을 잘 모르고 있었고 분리에 필요한 공구가 없어 우왕자왕 찾는가 하면 기내용 휠체어로 옮기는 것도 불안정 했다. 때문에 항공편이 10분 연착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기내에서 떨리는 마음으로 서로의 손을 잡고.
우여곡절 끝에 오키나와에 발을 디뎠다. 7월의 오키나와는 매우 무덥고 습했다. 가는 곳마다 열대나무와 쨍쨍한 햇빛, 해변가 차림새는 동남아가 떠오르는 모습이었다. 충격적인 더위에 20분 이상 걷기도 힘들었지만 그러면서 우리는 연신 하늘을 보며 ‘우와~!’를 내뱉었다. 서울에서 볼 수 없었던 파랗고 맑은 하늘은 일상을 벗어나 일탈을 실감케 순간이었다.
그리고 에어비엔*로 예약한 숙소에 도착했다. 사전에 접근성을 체크했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도착하니 휠체어가 들어 갈수 없었다. 너무나도 믿기지 않는 광경에 당황했지만 정.말.로. 휠체어가 들어갈 수 없는 동선이었다. 그래서 밤마다 휠체어를 보관할 수 있는 곳을 찾아야 했다. 24시간 운영되고, 공공기관인 곳으로! 머리를 맞댄 끝에 의견을 모은 곳은 바로 소.방.서! 우리는 무작정 소방서를 찾아갔다. 외국인의 갑작스런 부탁에도 일주일간 보관해 줄 것을 흔쾌히 허락해줬다.
-밤마다 전동휠체어를 맡아준 소방관. 감사의 표시로 한국 김을 건네는 모습.
오키나와는 섬이고 자연경관이 뛰어나서 한국의 제주도로 비유되는 곳이다. 맛있는 음식, 경이로운 경치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좋거니와 무엇보다 사람들의 시민의식과 ‘천천히’ 라는 문화가 가장 좋았다. 휠체어에 부딪혔을 때 먼저 “스미마셍(미안합니다)”라고 말해 주는 이들. 엘리베이터와 장애인화장실이 당연히 있어야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 이들. 빨리 빨리라고 재촉하지 않는 사람들. 이런 문화가 익숙하지 않기에 낯섬과 동시에 감동으로 다가왔다. 역시 장애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가 만든다고 하지 않았던가! Barrier-Free 환경이 갖춰져 있고, 사람들의 시민의식이 뒷받침될 때 장애가 불편하다는 것을 덜 느끼게 되었다.
전동휠체어 2대가 탑승할 수 있는 오키나와의 복지택시. 오키나와는 교통편이 발달하지 않아 장애인콜택시를 주로 이용했다.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음식점의 ‘계단과 경사로는 세트’다. 경사로를 찾아 돌아갈 필요도 없다. 계단 때문에 또는 사람들이 북적거린다는 이유로 맛집 앞에서 좌절할 필요가 없다. 우리가 ‘들어갈 수 있는 곳’을 찾는 게 것이 아니라, ‘가고 싶은 곳’을 ‘선택’해서 갈 수 있었다.
-사람들의 시선을 한껏 받으며… 들것에 실려 해변으로 이동한 장애여성 둘. 물속에 완전히 들어간 적은 처음이다.
하루에 하나씩 해프닝이 일어났다. 어렵게 걸어간 박물관은 휴관, 전동휠체어가 도중에 고장나서 멈추기도 했고, 플라스틱 의자를 사기 위해 지나가는 일본인을 붙잡아 수소문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일처럼 서로를 챙겼던 동료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숙소에 돌아와 맥주 한잔 하면서 이야기들로 채우다보면 여행이 완성되는 느낌이었다. 사무실에서는 제대로 얼굴도 보기 힘들었던 활동가들이 여행을 하면서 조금씩 알아가는 것 같았다. 그 사람이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취향을 가졌는지, 어떤 버릇을 가졌는지. 또한 동료가 이것 저것 물어가며 활동보조를 하면서, 함께 생활하고 몸소 부딪히면서 알아갔다. 그렇게 여행 후 남는 건 역시 사람이 아닐까? 여행은 끝났지만 6박 7일 동안 쌓인 동료애와 끈끈해진 관계는 계속 해서 이어질 것이다. 그래서 결론은 맛난 음식 배불리 먹고, 많이 웃고, 즐거운 여행을 했다라는 것이다. 한결 끈끈해져서 돌아온 장애, 비장애 동료들과 함께한 여행은 잊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