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장애인성폭력 전문상담원양성교육 리뷰
<선량한 차별주의자로 만드는 통념, 그 통념에 균열을 내는 100시간의 시작점>
김다정(장애여성공감 활동가)
2019년 7월 1일 2019년의 장애인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이 시작되었다. ‘성폭력의 이해’를 시작으로 반성폭력 운동과 장애인권운동이 어떤 흐름 속에서 진행되었는지, 그 흐름은 우리가 가진 어떤 통념들을 깨부수는지, 그래서 우리는 어떤 관점으로 피해자를 지원해야하는지 생각해보는 시간들이 3주 동안 이어졌다. 준비하는 활동가도 수강하는 교육생도 쉽지 않은 100시간이지만, 수료식에서 교육생들은 몰아치는 100시간이 견고한 통념에 균열을 내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평가 하였다.
매년 똑같은 이름의 ‘장애인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이지만, 새로운 사람들과 새로운 분위기 속에서 매년 다르게 진행된다. 이번 해에는 비장애인 중심의 개인단위 참여자가 많았다. 서있는 위치도, 갖고 있는 관심과 정보의 크기도, 수업을 듣게 된 동기도 모두 다른 참여자들은 다양한 역동을 만들어냈다.
첫 주에는 반성폭력 운동과 장애인권운동의 역사와 현안에 대해 배우며 서로 다른 위치가 만들어내는 시선차이를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 위치의 차이가 수업 중 질문의 형태로 드러날 때에는 토론으로 이어지기도 하였다. 누군가를 섣불리 틀렸다고 단정짓기 보다 서로를 설득하고 비판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첫 주의 커리큘럼에서 쌓은 이해는 그 다음 진행된 강의에서 그동안 가지고 있던 통념을 깨는 바탕이 되었다. 장애는 개인의 손상이 아니라, 그를 둘러싼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의미한다는 것, 성폭력은 개인의 일탈이나 조심하지 않은 잘못으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젠더와 장애 등 권력의 차이를 이용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 등, 지금까지 갖고 있던 통념과 다른 관점에 익숙해지는 시간이었다.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공간에서 밥도 함께 먹고 각자의 변화를 서로 목격하며 활발한 참여와 적극적인 질문이 오고가는 분위기가 되었다.
교육 준비를 맡은 담당 활동가로서는 처음이지만, ‘나’로서는 세 번째 맞이하는 100시간이었다. 하나의 교육과정을 여러 번 다양한 입장에서 참여하는 것은 흔치 않은 경험이다. 느슨한 마음으로 청강하는 것과 긴장감을 갖고 집중하여 수강하는 것도 다른 느낌이었지만, 준비된 강의를 듣는 것과 강의를 준비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긴장감이 있었다. 여러 입장을 겪으며 내 관점이 변화하기도하고, 다른 사람의 관점이 변하는 것을 보기도하면서 통념을 깨고 관점을 바꾼다는 것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던 것 같다.
물론 단 100시간의 강의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을 모두 바꿀 수는 없다. 다만, 적어도 내 통념이 진리가 아니라는 균열을 낼 수는 있으며, 관점 변화의 시작이 될 수 있다. 2017년의 상담원 양성교육이 지금의 내 모습의 시작점이 되었듯이 이번 장애인성폭력 전문상담원 양성교육도 많은 사람에게 의미 있는 시작점이 되었기를 바란다.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에서는 9월부터 10월까지 매주 3시간씩 진행되는 2019 장애인성폭력 피해자지원역량 강화과정을 진행할 예정이다. 상담원 양성교육의 시작점을 점에서 멈추지 않고, 선으로 이어나가는 활동가들이 장애인 피해자를 지원할 때의 쟁점에 대해 심화하여 이해하고, 지원 과정에서 갖게 된 고민들을 나누는 자리가 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