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차별을 말한다는 것
_ 2020년 청소년과 함께 바꾸는 지역사회 리뷰
고나영(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존중과 지지의 경험
2020년 청소년과 함께 바꾸는 지역사회는 10대들의 차별 경험을 말하고 차별에 대항하는 활동을 진행했다. 활동을 준비하면서 내가 경험했던 차별을 다시 돌아보고, 꺼내는 시간이었는데 나는 올해 공감에서 활동을 시작하면서 차별을 말할 기회가 많이 주어졌지만, 처음에는 이 경험이 차별인지 아닌지 헷갈렸다. 차별이라고 인식하더라도 그 원인이 나의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선뜻 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청바지 활동 안에서 청소년들이 차별 경험을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가장 고민했고, 차별 경험을 말했을 때 비난이 아닌, 지지의 경험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일상에서 위계적 소통방식이 익숙한 청소년들이 청바지 활동 기간 동안 상호존중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ㅇㅇ님으로 부르며 존댓말 사용하기, 자리에서 이동할 때 허락받지 않기, 활동 중 의견과 어려움을 적극적으로 나누기 등을 약속했다.
일상적인 차별을 말하기
활동 안에서 차별을 말하려면 차별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차별이 무엇인지 내 언어로 정리하는 것이 중요했는데 전달하는 과정이 잘 이해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실제로 ‘일상에서 어떤 차별을 받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질문했을 때 역시나 다들 입을 떼기 어려워했다. 그때 한 참여자가 “차별이 너무 일상적이라서 어떤 걸 말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기억도 안 나고요”라고 말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10대 학생으로서 차별받기 쉬운 위치에서 일상적인 차별에 맞서 대항할 수 없는 상황이 반복될 때 차별을 그냥 원래 그러는 일, 당연한 일로 생각하게 되기도 하는 상황에 관해 이야기 나눴다. 그리고 차별을 겪는 장소를 떠올렸다. “학교에서 성적차별이나, 학교 밖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반말 들어본 경험 있지 않아요?”라고 물으니 아 맞다! 하는 눈빛으로 대부분 하나둘 경험을 꺼냈다. 이후 조별로 경험을 발표하면서 나이, 성별, 장애 등 다양한 정체성 차이가 있음에도 비슷한 차별 경험을 이야기하며 서로의 경험이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다.
차별에 맞서기
마지막 날, ‘우리가 원하는 차별 없는 사회’, ‘누구나 차별받을 수 있습니다’, ‘나이는 계급도 지위도 아닙니다.’ 등 차별에 대해 하고 싶은 말 또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혹시나 혐오세력을 만났을 땐 침묵으로 대응하기로 약속도 미리 했다. 1인 시위를 시작과 동시에 혐오세력을 마주했다. 청소년이 차별금지법을 말할 때 더 무시하거나 쉽게 말을 거는 태도들을 느꼈는데 이때 담당 활동가로서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되기도 했다. 그러면서 내가 첫 1인 시위에 참여했을 때가 떠올랐다. 그때의 나는 집회 참여, 서명운동 등의 경험을 이미 해본 터라 사람들 앞에 나서서 목소리를 내는 게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청바지 참여자들은 대부분 차별 대항 활동으로서 1인 시위 등의 활동이 처음이기에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는 것, 차별금지법 설명이 담긴 홍보물을 건네는 활동 전부 낯설어했다. 그러나 첫 활동으로 이렇게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경험은 중요했다. 청소년들은 많이 떨렸지만 함께하니 차별에 맞설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올해 청바지 참여자들이 서로 주고받았던 에너지와 함께 다음 반차별 활동에 참여하게 될 때는 오늘보다 조금 덜 떨며 참여할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내가 그랬듯이 말이다. 그리고 담당 활동가로서 올해 활동 내용에 이어서 내년 청바지 활동에서도 더 많은 역동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준비하고자 한다.
정말 좋은 글이네요..! 저 또한 차별에 대해 목소리를 내기 전에 차별을 인지하는 것 조차 어려웠던 경험이 많았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