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웹소식지>기획>평등을 위한 4,942명의 이어달리기_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한 온라인 농성에 함께하며

 

평등을 위한 4,942명의 이어달리기_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한 온라인 농성에 함께하며                                                   

김다정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코로나19와 지낸지 2년, 모일 수 없고 만날 수 없는 가운데 운동의 영역에서도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들을 모색하며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제정연대(이하 차제연)에서는 차별금지법 연내 제정을 위해 국회 압박과 대중조직을 위해 온라인 공간에서의 농성을 기획하였습니다. 장애여성공감은 기획단과 주관단체로서 차제연 온라인 농성에 함께 하였습니다.

새로운 시국과 새로운 상황 속에서 새롭게 시도한 방식은 진행하는 내내 기획단과 참여자 모두에게 다양한 고민을 안겨 주었습니다. 접근성에 대한 고민, 소통 방식에 대한 고민, 참여자를 조직하기 위한 고민 등 새로운 방식에 적응하고, 그에 맞춰 방법을 찾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되었고, 그 가운데서는 ‘우리는 왜 농성을 하지?’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도 다시 생각해볼 수 있었습니다.

현실의 공간에 차린 농성장은 그 장소를 지키는 것만으로 다양한 의미를 수행합니다. 농성장은 함께하는 주관단위들이 대중을 향해 농성 의제를 외화하는 거점이 되는 동시에 의사결정권자들을 압박하는 공간이 됩니다. 농성장에는 농성을 지지하는 사람들과 농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는 사람 등 다양한 사람들이 교차합니다. 만남은 서로를 확인하고 연대의 힘을 키우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투쟁의 실질적인 원동력으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농성의 의미를 온라인 공간에서 구현해내는 것은 꽤 어려운 일이었습니다. 물리적으로 접근이 가능하다면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현실의 농성장과 달리 온라인 농성장은 진입부터 스마트폰 기기가 있어야 하고, 온라인 농성장 사용방법을 알아야만 방문이 가능했습니다. 게다가 온라인 농성 공간에 문자통역과 수어통역 배치 등 장애접근성에 대한 고민도 함께 해야했습니다.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농성장, 이러한 공감을 실현시키는 과정은 우리가 누구와 함께 하고 있는지를 한 번 더 살펴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온라인 공간이 단점이기만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물리적인 거리와 여러가지 지역적 조건에 의해 서울을 중심으로 진행됐던 행사가 이번 온라인 농성에서는 전국의 지역에서 지역적 격차 없이 접근이 가능했습니다. 자신의 방 안에서, 퇴근하는 길에서, 서울에서, 제주에서, 각자의 다양한 위치에서 농성에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농성 시간을 채우는 방식도 기존의 농성장과 달랐습니다. 대부분 대중조직을 위한 1인시위나 서명전을 진행하였다면, 온라인 공간에서는 기존의 방식으로 시간을 채울 수 없었습니다. 각 시간마다 주관단위를 조직하고, 각 주관단위가 기획한 프로그램으로 매 시간을 채워나가야 했습니다. 공감도 오랜시간 차별금지법제정운동에 함께해온 주체로서 ‘장애여성과 도전행동’ 이라는 주제로  농성을 진행했습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있어도 차별은 하나의 정체성으로만 작용하지 않기 때문에 장애여성에게도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필요합니다. 우리 사회에서 장애여성은 보호와 학대의 프레임 속에서만 주로 호명됩니다. 사건의 피해자가 되어야만 공적인 지원대상이 되고, 일상에서 주변인들로부터 다양한 차별들을 마주합니다. 이러한 장애여성이 놓인 차별에 대해서 장애여성 당사자의 언어로 이야기하며, 차별금지법 제정에 대해 함께 나누었습니다. 공감의 많은 회원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농성에 함께하며 코로나19로 모임이 장기간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화면을 통해서라도 서로를 확인하고 투쟁의 구호를 외치는 의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 공간은 현실 공간과 달리 양방향으로 소통이 어렵고,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방식이 매우 한정적이어서 소통하는데 더 많은 힘이 필요했습니다. 그럼에도 서로 힘을 얻는 과정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함께하고 있는지 서로가 서로에게 각인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차별금지법은 무엇이 차별인지, 누군가 차별받고 있지는 않은지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토대로서 장애여성의 삶 속에서 다양한 이유로 가해지는 차별을 걷어낼 큰 지렛대가 될 것입니다. 10월 12일부터 시작된 도보행진, 그리고 그 이후 연내 제정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도 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때까지, 차별이 사라지는 그날까지 공감은 함께 하고자합니다. 투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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