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학교 및 독립공작소 졸업식 <서로 잘 돌보는 졸업식> 리뷰-우리 계속 만나요, 서로 잘 돌보며!
정주희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사진 1] 서로를 잘 돌보는 졸업식에 사람들이 모두 모여 있다. 사회자 주희, 현정이 졸업식을 시작한다.
물감을 잔뜩 튀기는 손가락, 함께 만든 가사에 맞춰 내리치는 리듬스틱, 발가락으로 적어내려가는 소풍일기, 종이로 한껏 꾸민 휠체어, 느리고 빠르게 골대를 향해 달려가는 다리, 섹스토이샵에서 자위기구들을 보는 흥미에 찬 눈빛.
졸업식을 앞두고 활동 모습들이 사진에 담겨 사람들을 반긴다. 올해 서로 잘 돌보는 학교, 독립공작소의 활동 마무리를 축하하고, 응원하고자 모두가 한 자리에 모였다.
졸업식날이 오고, 모두 설렘과 기대로 모여앉았다. 잔뜩 긴장한 몸을 풀며 사회를 맡은 현정님과 서로 말했다. 같이 열심히 준비했으니까, 서로 믿어봅시다! 재밌게 신나게 화이팅! 배에 힘을 잔뜩 주고 하나둘셋하면, “14기 장애여성학교 서로 잘 돌보는 졸업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서로 잘 돌보는 졸업식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사진 2] 아무나 나와라! 발언대회에 1등 상을 전하고 있다. 1등을 한 미희님이 1등 상패를 들고 있다.
첫 순서는 아무나 나와라 발언대회! 하고 싶말을 꺼내보았다. 떨리지만 응원에 힘입어 무대로 나와 마이크를 잡았다. 활동 중에서 나에게 기억에 남은 순간, 내일 있을 청소년 성인권예산 삭감 투쟁, 올해 처음으로 온 공감에 소개하는 인사를 나누었다. 사람들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발언을 한 1등, 미희님에게는 활동가연습을 제안했다. 같이 배우고, 의논하고, 해보고, 활동비도 받는 활동가연습으로 내년도 힘차게 같이 해보자는 응원과 지지를 나눴다.
[사진 3] 공동대표 미경님의 환영인사로 서로 잘 돌보는 학교의 의미를 같이 나누며, 응원과 지지의 말을 전하고 있다.
공동대표 미경님의 환영인사로 서로 잘 돌보는 학교의 의미를 같이 나누며, 반별 소개가 이어졌다.
[사진 4] 미술반 소개를 하고 있다. 작품을 만든 이가 자신의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화면에는 붉은 색으로 이뤄진 작품이 있다. 작품명은 학교괴담이다.
미술반, 연극반에서는 말이 아니어도 어떻게 나를 표현할 수 있을까? 몸짓과 촉감으로 같이 해보길 시도했다. 바스락거리는 종이로 조끼를 만든 연극반이 졸업식 공간 곳곳에 섰다. 짝지어 바스락 거리는 종이와 하늘거리는 천을 감싸고, 흔들고, 구기고, 찢으면서 내 감정을 표현했다. 종이와 천을 쥐는 상대의 힘을 느껴보고 나도 따라가고, 내 방식도 해보면서 같이 움직여보았다.
미술반은 색색의 물감을 묻힌 온 몸으로 바닥에 그림을 그려나간다. 바닥 위로 주욱 미끄러지는 물감들은 서로 만나기도 하고, 섞이기도 한다. 그렇게 미술반의 작품을 만들었다. 액자 속 작품이 누가 만들었는지, 무엇을 표현했는지 퀴즈로 같이 맞추었다. 파랑을 좋아하는 이는 바다를, 스릴, 호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붉은 학교괴담을 담았다.
한글반은 소풍을 다니며 내가 좋았던, 기억나는 순간들로 같이 지도를 만들었다. 글씨체도, 아는 글자의 갯수도, 쓰는 법도, 속도도 모두 달랐다. 누군가는 다른 사람이 쓴 글을 손으로 따라 그렸고, 누군가는 발로 타자를 쳤다. 그 시간을 같이 보내고, 기다리며 함께 소풍의 지도를 만들었다. 두루방에 전시된 지도 중에도 처음 갔던 암사생태공원에서 가장 기억나는 것들을 같이 이야기나눴다.
체육반은 몸에 대해 같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체육대회로 다른 몸들이 모여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운동을 도전했다. 식단워크숍에서는 ‘건강하게 먹어야 해’라는 말에 ‘왜? 어떻게 먹어야 좋은데?’를 질문하며 내 몸을 돌보는 방법과 약속도 만들었다. 졸업식에서는 함께 할 수 있는 스트레칭과 음식 퀴즈를 했다. 스트레칭 전에 같이 만든 약속, 싸우지 않기, 힘자랑 하지 않기, 천천히 하기!
[사진 5] 악기반의 공연무대 사진. 강사 쇼님이 피아노 연주를 하고 있고, 참여자들이 무대 중앙에 서서 ‘걱정하지마’를 부르고 있다.
악기반에서는 독립에 대한 경험을 악기로 표현하고 노래로 만들었다. “위험해서 그래, 걱정돼서 그래. 다칠까봐 그래, 외로울까봐 그래”라는 말들에 악기반은 ‘걱정하지마’ “허락받지 않고” 하고 싶은 것들을 할 거고, “잔소리 안하면” “편하고 재밌으면” 같이 살 수 있다고 했다. 악기반 공연 리듬에 맞춰 끄덕이는 고개들, 박수치고 호응하며 같이 공감했다.
[사진 6] 댄스대회 무대 사진. 다양한 사랑 팀이 무대에서 각자의 춤을 추고 있다.
마지막은 다양한 사랑 댄스대회였다. 사람들이 다 다르고, 다양한 사람이 모여 노래 하자. 다양한 사랑을 하자는 가사에 맞춰 나만의 흥을 뿜어냈다. 강사단 대표(쇼, 호두), 자조모임 대표(지원), 회원 대표(정민), 활동가 대표(미경)가 모인 심사단이 가장 흥이 넘치고, 창의적이고, 박수를 많이 받은 사람을 찾는다. 독립공작소의 축하 공연을 시작으로 본격적으로 댄스대회가 시작됐다. 춤 좀 춰 본 사람부터, 동료의 제안에 용기낸 사람들이 무대를 채웠다. 중독성 넘치는 다양한 사랑 노래와 깜빡이는 조명등 아래 사람들이 자기의 끼를 뽐냈다. 같이 따라해보니 재밌는, 스트레스가 풀리는, 춤을 오랜만에 추니 더 추고 싶은 자리였다. K-POP보다 밝은 공감의 쟁쟁한 회원들에 심사단의 고민은 깊어지고, 드디어 우승자가 정해졌다! 상이 전해지고, 앵콜무대로 뜨겁게 졸업식을 마쳤다.
[사진 7] 서로 잘 돌보는 졸업식 단체사진. 색색의 현수막 뒤로 장애여성공감의 다양한 사람들이 자세를 취하고 있다.
우리 계속 만나요, 서로 잘 돌보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장애여성은 학교, 일터에 있을 수 없거나, 따로 있어야 했다. 장애가 있어 함께 할 수 없다면 함께 할 방식을 고민하지 않는 사회와 관계의 문제다. 우리는 언제나 존재했지만, 우리 안에서도 서로를 잘 알지 못하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는 서로를 더 만나려 한다. 내 이야기를 내 방식대로 표현하고, 함께 하는 사람들이 질문하고 답하고 싶다-말이 아닌 몸으로도!-. 서로의 합을 혹은 까끌까끌함 마저도 시도하는 한 해의 과정들. 내년에도 실패와 거절을 주저하지 않고, 서로 잘 돌보며 함께 도전해보자. 내년 학교에서 다시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