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발달장애인 조력자 워크숍 리뷰_
조력자 스스로 자신을 재점검하는 시간
정의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나를 들여다보는 시간
장애여성공감에서 활동가로 첫발을 내딛게 된 이유는 장애여성공감의 활동을 통해 ‘공감’하고 지지하는 시간들이 쌓였기 때문이다. 활동 초반에는 공감의 자료를 많이 읽으며 배워야 한다는 자세로 임했다. 배우는 위치에서 다양한 경험이 담긴 글들이 앞으로의 활동에 많은 밑거름이 될 거라 확신했지만 아직 스스로 체득할 수 있는 경험이 부족했기에 내 것이 되기 어려웠다. 단순히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닌데 어느 순간 활동가로서의 고민이 아닌 따라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던 중 ‘2020년 발달장애인 조력자 워크숍’을 준비하게 되었다. 올해 워크숍에서는 조력자 스스로 차별을 인식하고 조력의 방식과 원칙을 재점검하며 발달장애인을 조력하는 ‘나’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주요 목표였다. 내가 어떤 관점으로 조력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른 채 조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어렵기 때문에 내가 평소에 만나는 발달장애인과 어떤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지 어떤 조력의 원칙과 방향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는지 스스로 점검하는 시간은 워크숍에서 나눌 주제와 내용에 나의 고민을 연결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정답은 없다
발달장애인을 조력하는 이들이 현장에서 경험하는 어려움 중에서 관계 맺기를 가장 많이 이야기했다. 그래서 발달장애인과 내가 주로 하는 말들과 듣는 말들을 먼저 질문하는 시간들을 가졌는데 대부분 발달장애인과 만나면 어떤 말을 주고 받고 있지?’ 한번도 생각해본적이 없었다. 나를 돌아보면 내 생각을 전달한 끝에 상대의 대답을 강요하는 듯한 ‘그렇죠?, 맞죠?’가 짝꿍처럼 따라왔다. 상대방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하는데 내가 하는 말이 정답인 양 단정지어버리는 것이었다. 끊이지 않는 대화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조력을 한다면서 오히려 가르치는 것처럼 행동하고 있던 내 모습을 돌아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조력의 원칙과 방향은 자신을 돌아보지 않고는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발달장애인의 ‘문제행동, 도전행동’이라고 불리는 ‘문제’들은 도대체 무엇이, 누구에 대한 도전인가? 특히 섹슈얼리티의 경우, 조력자의 관점을 확인하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조력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칙을 확인할 수 있는 있는 토론의 과정으로 이어졌다. 토론의 장을 열고, 고민을 나누고, 조력자가 관점을 점검하는 시간은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결국 조력자 자신의 몫
나 또한 처음 발달장애인과 관계를 맺을 때 조력자라는 위치를 제대로 설정하지 못하고 발달장애인에게는 무조건 친절하게만 대해야 한다는 생각, 내가 무언가를 더 가르쳐주면 좋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다. 선생님이 아닌 조력자인데 말이다. 그러나 존중하는 방식의 관계 맺기는 말로만 친절하고 존중한다고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발달장애인을 대상화하지 않고 조력자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성찰하는 자세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나를 포함한 많은 조력자들이 이번 워크숍을 통해 조력의 원칙과 방향을 다시 상기하고 활동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를 만나는 시간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