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웹소식지>기획>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 인턴십 리뷰_장애여성들에게 공적인 자리는 더 많이 필요하다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 인턴십 리뷰

 

장애여성들에게 공적인 자리는 더 많이 필요하다.

 

여름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지난 7월부터 9월까지 진행한 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 인턴십은 여러모로 긴장감 가득했다. 선발을 위한 개별 인터뷰에서 장애여성들이 많이 했던 말은 ‘이런 경험 처음이다. 이런 기회가 오기를 기다렸다. 개별 인터뷰 참여하게 되어 좋다.’ 이런 말들을 곰곰이 다시 생각해보면 취업의 기회라고 이름 붙은 다양한 공적자리에 장애여성의 자리는 없었음을 알 수 있다. 그리고 노동력의 주체로서 잘 상상되지 않는 장애여성들의 현실을 간접적으로 체감했다. 장애여성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인 차별 조건들을 마주하며 장애여성공감 인턴십은 시작했다.

인턴십 첫날 인턴 분들이 서로 처음 만나는 때에 활동가인 나도 예상치 못한 긴장을 했던 순간이 있다. 사무실에서 먼저 온 분들부터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있었고 또 한분이 오셔서 자리를 잡으려는 찰나 비어있는 자리 중에 한 곳을 가리키며 편하게 앉으시면 되요 라고 했는데 ‘뒷자리는 잘 안보일 수 있으니 앞자리에 앉아도 되느냐‘ 라고 말씀하시는 거다. ‘그럼요, 앞자리에 앉으세요’ 라고 말했으나 속으로는 아차, 시각장애가 있는 참여자였는데 하는 뒤늦은 생각에 순간 등골에 땀이 쭉 났다. 나중에 이 에피소드에 대해 참여자분이 본인의 시각장애를 떳떳하게 말하는 연습을 시작하며 했던 말이었고, 그때 속이 다 시원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조금 안도하면서도 그 일은 내내 긴장감을 더욱 유지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사무공간이나 사무용품들이 기본적으로 비장애인 기준으로 만들어져 있기 때문에 공감에서는 개별 장애특성에 맞춤 세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당연히 인턴십 진행하는 사무실 세팅에도 신경을 썼다. 함께 사무실에서 지내면서 개별 장애 특성들을 파악하며 최대한 사무공간에 접근성을 높여 갔다. 결과적으로 회의실 테이블에 카페에서나 보던 전기코드와 핸드폰 충전이 가능하도록 설치했다. 사무실 바닥 혹은 테이블 위에 멀티탭을 꽂아 사용할 때 너무 낮은 위치 때문에 발생하는 불편함이나 혹은 전기선이 복잡하게 있는 것이 한 번에 해결되었다. 장애에 대한 이해와 관심에 기반한 장애감수성이 발휘된 결과다.

인턴십에서는 장애여성운동의 이슈들에 대한 논의부터 사업진행에 필요한 행정 실무 포함 사업기획안 작성, 장애등급제 폐지와 2020년 예산 투쟁을 위한 집회참여, 장애운동을 하고 있는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들IL센터, 노들야학 기관방문 등의 활동도 진행했다.

인턴십 마지막은 인턴 분들이 각자 작성한 자조모임 기획안을 발표했다. 자조모임의 취지에 맞게 본인의 욕구를 기반하여 작성했다. 현장 실무에 어려워하기도 했지만 베프 수학여행 / 혼자 찾는 즐거움 장애여성의 자위와 섹스토이 / 강박을 부수고 박수치는 여자들 / 동로동락 (同老同樂) 이라는 다양한 주제의 기획안 발표를 너무나 근사하게 해냈다. 실제로 진행을 하는 때가 올 것이라 기대한다.

인턴십을 마치고 나서 인턴 분이 소감으로 ‘돈 받으면서 좋은 상담 받은 기분이다’ 라고 말했다. 기대하지 않은 표현이었지만 한편으로 장애여성의 고단한 삶이 느껴졌다. 그리고 이번 인턴십이 장애여성의 공적인 자리를 그래도 잘 만들었던 시간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올해 12월에는 신규활동가 채용을 앞두고 있다. 인턴십으로 시작한 활동이 결과적으로 상근활동가 채용으로 이어지기까지 결과는 기다려봐야 한다. 분명한 건 장애여성들의 확실한 욕구들이 만들어낼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고 험난한 과정이 펼쳐지겠지만 장애여성공감은 그 길에 항상 함께할 것이다.

활동소식

댓글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