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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의 후퇴를 저지하는 돌봄 투쟁, 서로 돌볼 권리를 지지하는 연대

정주희(장애여성공감)

 

[사진 1] 24.04.26.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조례 폐기하라!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규탄 기자회견 진행 사진. 현수막을 앞에 두고 서울시사회서비스원 폐지 저지와 공공돌봄 확충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가 폐지 중단을 요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서울사회서비스원, 탈시설 지원조례가 폐지되었다

지난 4월 26일 서울시의회 임시회의에서 사회서비스 지원 및 사회서비원 설립, 운영에 관한 법률 폐지안이 가결되었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사회서비스원(이하 서사원)이 공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예산 효율 문제와 민간 기관과의 차별성 부재를 이유로 들었다. 서울시는 7월 서사원 폐쇄를 앞두고 해산 절차를 매우 빠르게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6월 25일 서울시의회에서 ‘서울시 장애인탈시설 및 지역사회 정착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안이 가결되었다. 탈시설 용어가 전면삭제된 ‘서울특별시 장애인 자립생활 지원조례 개정안’이 대안으로 본회의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23년 7월 18일 탈시설 장애인 700명에 대한 자립실태 전수조사를 실시하며, “의사능력과 자립역량이 충분한” 장애인은 탈시설하여 지역사회에 정착하도록 지원하는 것이 맞지만,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에게는 전문적인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욱 필요하다 밝혔다. 서사원 폐쇄와 탈시설 조례폐지는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돌봄이 필요한 당신, 시설에 머물라.

돌봄 권리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다

서사원 폐지는 우리의 삶을 어떻게 뒤흔들어 놓을까? 발달장애여성인 A는 지역사회에서 고령의 어머니와 살며 활동지원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었다. 코로나19 확산시기와 어머니의 갑작스런 입원이 맞물리며 긴급 돌봄 공백 상황에 놓였다. 재난 시기 장애인활동중개기관은 쏟아지는 모든 돌봄의 공백을 감당하기 쉽지 않았다. 당시 서사원은 이용인의 돌봄 공백을 책임지는 유일한 대안이었다. 서사원 연계로 공감 활동을 제안할 수 있었고, 이러한 과정을 주변인, 서사원, 활동지원사와 함께 나누며 고립되지 않기 위한 돌봄을 논의하기도 하였다. 서사원의 안정적 연계로 A는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고 관계맺으며, 독립을 준비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반을 만들수 있었다.

그러나 서사원 폐쇄로 A의 활동지원은 또다시 공백의 상태가 되었다. 희망퇴직을 신청한 활동지원사와의 재연계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에 대해 현재까지 서사원은 어떤 대비책도 없다.

활동지원사와 이용자의 노동도, 돌봄도 이후를 책임지지 않는 서울시의 폐쇄 강행 속 서사원 돌봄 이용자들은 각기 개별적으로 급하게 여기저기 수소문하며 타 연계처를 알아보는 상황이다. 돌봄이 개별화될 때 일상에서 발생하는 흔들림에서 사안을 감당하는 건 또다시 개인이다. 사적관계 외의 자원이 부재할 때 현실적으로 유일한 대안은 시설 밖에 남지 않는다.

연계를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수많은 삶들을 뒤로하고, 서울시는 민간 감시체계 강화하며 ‘좋은 돌봄’이 가능한 방안을 논의해 8월 공공돌봄 강화계획 발표하겠다 한다. 여기서 ‘좋은 돌봄’이란 시설을 포함한 ‘선택권’ 보장을 가장한 시설 감금이며, ‘위험, 위해’로부터 보호는 권리를 박탈시키는 효과적인 명목이다. 민간 간 경쟁과 감시 체계 강화는 시설사회로 내모는 제도를 체계화시킬뿐 공공돌봄 실현과 거리가 멀다.

 

[사진 2] 24.4.19. 제44회 장애인차별철폐의 날 참여한 장애여성공감 활동가들의 모습. 피켓 문구로 ‘나를 차별하지 않고 존중하는 사람과 만나는 경험이 필요해!’, ‘일상을 나누고 대화가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나는 게 필요해!’가 적혀있다.

중증중복장애여성인 C는 거주시설에 산다. 장애인자립생활센터들과의 거주시설연계사업으로 탈시설을 준비하고 있다. 소리로, 감각으로 소통하는 C는 기어서, 굴러서 사람들을 만났다. 지역사회는 분명 불편함이 많다. 정해진 루틴도, 맞춰진 공간도 아니다. 내 몸이 맞지 않는 낯선 곳, 사람들. 그래서 더 내가 갈 곳을 다녔다. 이동해보고, 길가도, 공원도, 카페도, 마트도 함께 갔다. 중증장애인의 ‘안정’을 우려하는 마음에 불안해했던 마음들을 내었다. 우리는 장애여성에게 집중해서 불호를 기록하길 의도적으로 멈춰보고, 그 공간에서 같이 할 활동들을 찾아보는 우리가 되려 애썼다. C가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그 표현을 우리가 알기 위해 시간과 공간은 비우고 기다리고 소통하려 했다. 온전히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방을 준비하고, 옷을 갈아입거나 쉴 때 사용했다. 씹는 속도에 맞춰 1시간을 온전히 밥을 먹는 데 썼다. 병원에 가기 전 초음파진료를 같이 연습하려 젤을 배에 대고, 손으로 만져보고, 자세를 찾았다. 색다른의원에 같이 가서 내 몸에 맞는 자세를 같이 찾길 연습했다. 뻗침을, 굽힘을 보이고, 누울 수 있는 공간을, 곁에 있는 사람의, 기계의 위치를 바꿔가면서 서로가 가능할 방법을 찾았다. 당사자의 장애의 정도, 자립역량과 같은 자격으로 독립이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C와 관계를 맺고 싶은지, 나역시 C로 영향을 받으며 바뀌고자 하는지, 같이 하는 사람들이 C와 어떤 삶을 살아가고자 하는지, 각자의 인식이, 실천이 중요했다.

시설 내 위계, 일상적 인권침해, 탈시설 과정에서의 시설장의 막대한 권한, 탈시설 이후의 한계적 지원체계, 감각으로 소통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등 바꾸고, 만들어가야 할 사안이 쌓여있음에도 C와 만날 수 있었던 거주시설연계사업은 올해 일방적으로 예산이 전액 삭감되었고, 탈시설지원조례는 폐지를 앞두고 있다. C가 시설 밖에서 같이 만든 일상의 변화들이 있고, 시설이 탈시설을 지지한다고 하여도, 서울시는 묻는다. 24시간 돌봄이 필요한, 혹은 그러해 보이는 C가 탈시설 의사를 표현할 수 있냐고, C의 탈시설이 정말로 가능하냐고 말이다.


[사진 3] 24.06.18. 서울시의회 보건복지위원회 탈시설지원조례 폐지조례안 및 자립생활지원조례 개악안 가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 진행 사진.

서로 돌보는 삶 지원체계 필요하다

돌봄이 필요한 우리의 몸은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공감은 오랫동안 존엄한 삶은 능력을 통해 달성가능한 것이 아니라, 지지적 커뮤니티 안에서 당사자가 권한을 함께 가질 때 가능하다고 말해왔다. 우리의 몸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다. 삶을 살아가는 존재로서 복잡한 삶의 맥락을 말하고, 주변 사람들이 집중하여 그의 맥락에서 들을 때, 서로에게 의미 있는 영향을 주는 관계가 됐을 때 자기결정을 할 공동의 역량이 가능해진다.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살 수 있는 곳이 있냐 등 개인의 필요를 파편적으로 지원할 것이 아니라 정의로운 탈시설, 상호적인 돌봄이 가능하도록 돌봄의 의미를 전환해야 한다. 의료접근성과 돌봄 시간의 확충은 분명히 필요하다. 제도는 당사자 ‘개인의 필요’, ‘맞춤형 지원’으로 당사자를 사례로 둘 것이 아니라, 당사자가 삶에서 존엄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기반으로 권리로서 만들어내야 한다. 돌봄을 상호적으로, 관계를 기반한 공동의 역량으로 만들어갈 지지적 지원체계가 필요하다.

‘생산능력’을 잣대로 존재의 이유를 부정되어왔던 장애인들에게 장애를 극복, 재활을 통해 독립능력을 증명하라는 것은 기존의 차별을 답습할 뿐이다. 돌봄과 탈시설은 이 사회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을 다시 말하는 과정이며, 동료시민으로 관계맺으며 살아갈 것인지를 되묻는 과정이다. 취약함이 무능으로 인해 고립된 요인이 아니라 이 사회의 차별을 짚으며 각자의 삶의 방식과 지향을 지닌 존재로 이 사회에서 살아갈 것인지를 말하는 토대가 되어야 한다.

서울시는 탈시설을 왜곡하는 발언을 멈추고 사과하라. 탈시설 조례 폐지안, 자립생활조례 개정안을 부결하고, 시설 강화 정책을 중단하라.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동료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서로 돌보며 삶을 지지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작동할 수 있도록 서울시는 책임을 다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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