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퇴근은 전쟁…

글 : 란

나는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40대의 장애여성이다. 내가 매일 버스를 타고 출퇴근을 시작한지도 어느덧 2년이 되어간다. 그러나 나는 지금도 매일 버스를 탈 때마다 내가 타야할 버스가 오는지 목을 길게 빼고 버스가 오늘 길을 뚫어지게 쳐다봐야 한다. 그리고 버스가 다가오면 손을 미친 듯이 흔들어 내가 그 버스를 탈 것이라는 것을 버스기사에게 알려야 한다. 이것이 내가 매번 버스를 탈 때마다 하는 행동이다.

이런 나의 별난 행동이 다른 사람들에게는 택시를 잡으려고 하는 행동처럼 보여 질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난 택시가 아니라 버스를 잡는다. ^^;;

내가 과잉적인 행동을 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내가 탈 수 있는 저상버스는 한번 놓치면 적어도 15분은 기다려야 다시 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날씨가 따뜻할 땐 그나마 괜찮다. 하지만 비가 오거나 추운 겨울엔 버스 한 대를 놓치면 정말 앞이 캄캄하다.

그래서 나는 늘 버스를 타기 전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고 버스가 오는 길을 한눈팔지 않고 바라 봐야 한다. 내가 잠시라도 한눈을 팔면 버스는 나를 인식하지 못하고 내 앞을 그냥 지나쳐 버린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요란스럽게 손을 흔들어대도 간혹 버스기사는 못 본 척 지나쳐 가버릴 때가 있기 때문이다. 처음 그런 일이 생겼을 때 나는 “나를 못 봤나?” 라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버스가 나를 못 본 척 그냥 지나쳐버린 날이 여러 차례 생기면서 어떤 기사들은 나를 못 본 척하며 지나쳐 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왜냐하면 출근할 때 내가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정류장은 나를 못 보고 지나칠 수 있는 환경조건이 아니다. 시내처럼 사람들로 붐벼서 나를 못 보고 지나쳐 갈 수 있는 복잡한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혹 어떤 버스기사는 정류소에 버스를 대기 위해 인도 가까이 버스를 대려고 다가오다가 갑자기 핸들을 돌려 한 차선 밖에 버스를 세워 사람을 태우고 지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문이 열려있는 쪽을 향해 승객을 바라보던 여느 기사와는 달리 열려있는 문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앞만 바라보는 것이다. 그런 부자연스러운 행동을 하는 기사를 보면 분명 나를 태우지 않기 위해 그런다고 생각되어진다. 이런 날이 며칠 연속되어지면 나는 너무나 화가 나서 버스회사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제기하기도 하고, 심할 때는 120 콜센터에 전화를 걸어 민원을 접수 했다. 그런데 개선되어지는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그리고 콜센터에서 민원을 접수 했을 때 어떻게 민원이 처리되었는지 알려준다고 하였는데 한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연락이 없다.

저상버스기사 중에는 그런 불친절한 기사도 있지만 매우 친절한 기사도 많다. 친절한 버스기사는 내가 버스를 타는데 있어 불편하지 않게 최대한 신경을 써서 자리도 잡아주고 안전벨트도 매준다. 그리고 자주 만나는 기사는 내가 어디서 내리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하다가 내린다는 말을 미쳐하지 못해도 여기서 내리지 않느냐며 나에게 물어본다. 하지만 이런 친절함이 따론 불편함이 될 때도 있다. 왜냐하면 내가 어디서 버스를 타는지 어디서 내리는지를 알고 있기 때문에 늘 내리던 곳에서 내리지 않고 다른 곳에서 내리면 “왜 여기서 내리냐.. 어디 아프냐?”며 관심을 보이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나는 무의식 적으로 “아니요.. 들릴 곳이 있어서요..” 등등 나도 모르게 말을 하고 나선 “왜? 내가 버스기사에게 이런 말을 하지?..” 라는 생각을 뒤늦게 하곤 한다.

나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다니기 때문에 사람들의 시선을 끌고 싶지 않아도 시선을 끌게 된다. 그래서 늘 친구들과 농담처럼 하는 이야기가 있다. “왜? 우린 어딜 다녀도 조용히 다닐 수가 없을까?. 나도 조용히 내가 움직이는 것을 사람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다니고 싶은데…” 라고 웃으며 이야길 한다.

이렇듯 나의 사생활은 내가 원하지 않는 사이에 사람들에게 드러난다. 하지만 나의 장애 때문에 생기는 일에 대해선 크게 신경 쓰지 않는 편이지만 때론 불편하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이 온 세상 버스기사에게 퍼진다고 해도 내가 버스를 좀 더 편리하게 언제든지 탈 수 있는 날이 온다면 기꺼이 나의 사생활을 공개하겠다. 그리고 그런 날이 오기 위해선 나처럼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들이 버스를 지금보다 더 많이 이용하면서 불편한 점에 대해서 민원도 제기 하면서 하나씩 개선해 나가면 좋겠다.

나는 서울시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버스관리공단에서는 버스기사에게 교육을 철저히 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있다.

첫째 장애인과 노약자가 이용하는 저상버스는 버스정류소에 들어올 때면 반드시 지켰으면 하는 것이 있다. 그것은 정류소에 들어올 때 인도 가까이 버스를 정차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장애인이 버스를 타려고 하면 리프트를 펴기 좋고, 노인이나 아이, 또는 유모차를 끌고 버스를 타려고 하는 아기엄마들이 버스를 타기 쉽기 때문이다. 아무리 저상버스라곤 하지만 인도가까이 정차하지 않으면 어르신들이 버스에 오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는 저상버스 기사는 반드시 리프트 조작을 능숙하게 할 수 있도록 교육을 해야 한다. 저상버스 기사 중에는 리프트 작동이 미숙하여 리프트를 잘 펴지 못한다. 그러면서 자신이 리프트 작동에 미숙한 것은 모르고 리프트를 발로 차거나 왜 자꾸 안되냐며 리프트에게 화풀이를 한다. 그런 모습을 보면 나는 정말이지 어이상실이기도 하지만 그 버스기사가 꼭 나에게 화를 내는 것 같아 마음이 매우 불편하다.

내가 처음 이런 불편함에 대해서 민원을 접수했을 때 답변은 분기별로 버스회사마다 관리를 잘 하고 있는지 체크를 하고 점수를 매긴다는 답을 들었다. 승객이 어떤 문제로 민원을 접수 했을 때는 그 민원에 대해서 어떻게 처리했고, 어떻게 시정이 되었는지 민원을 접수한 이에게 답을 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난 민원을 접수 했을 때는 버스회사에 잘못에 대해서 시정조치를 하고 어떻게 시정이 되었는지 확인해서 민원접수자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잘못된 행동이 시정되고 리프트를 미숙하게 작동했던 기사가 능숙하게 작동을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그냥 시정하라고만 하고 확인을 하지 않는 다면 변화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우리 동네 버스기사들(자주 이용하는 노선버스기사) 사이에 유명하다고 한다. 어떤 면에서 유명한지 모르지만 암튼 저상버스가사 아저씨들이 가끔 이야기를 한다. 아마도 성질 더럽고 까칠한 승객으로 알려져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도 상관없다. 내가 저상버스를 이용하는 데 있어 편해질 수 있다면 싸움닭처럼 내가 변한다고 해도 어쩔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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