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공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 10주년 기념행사
<그녀들, 다시 노래하다> 리뷰
<그녀들, 다시 노래하다> 리뷰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가 2001년에 개소한 이래 2011년 올해로 10살을 맞았습니다. 그리하여 지난 10월 28일 저녁, 상담소의 10주년을 축하하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공개적인 행사로 많은 사람들과 성대하게 함께하지 못한 점은 아쉽지만, 내담자들과 그 가족들이 주인공으로서 참여하는 뜻깊은 자리이기도 했답니다. 초대한 사람들에 한하여 비공개로 진행된 행사였지만 약 일흔 명의 참석자들의 박수소리가 행사장을 가득히 메웠습니다.
못 오신 분들을 위해 행사 스케치를 살짝 해보자면요, 전체 행사는 이진희 사무국장님이 역시나 매끄럽게 사회를 보셨구요. 지성 소장님이 참석자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행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첫 순서로 장애여성공감 이사님이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 박김영희 님, 상담소 자문위원이자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소라미 님, 그리고 상담소 내담자를 대표하여 최** 님이 애정을 담은 축사를 선사해 주셨습니다.
그 다음엔 2001년부터 2009년까지 소장직을 맡아온 배복주 대표님이 상담소 10년의 활동을 PPT로 발표해주셨습니다. 개소 당시의 에피소드, 반성폭력운동, 법 개정운동, 상담 등 지난 1 0년의 상담소 활동을 정리하여 소개하는 시간이었는데요, 배복주 님은 연이은 강의로 발표 맞춰볼 시간도 거의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유창하게 발표해 주셔서 감탄스러웠습니다. 아마 배복주 님이 지난 상담소의 역사에 온몸을 던져 함께했던 만큼 그 내용들이 머릿속에 몸속에 체화되어 있었기에 그렇지 않을까 합니다.:-) (본인은 그냥 똑똑하기 때문이라 하실지도..?ㅋ)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행사명 <그녀들, 다시 노래하다>에서 볼 수 있듯 ‘노래하는 그녀들’이었습니다. 상담소의 내담자로 인연을 맺어 자조모임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네 명의 지적장애여성들이 축하공연으로 합창을 선보였답니다. 먼저 <생일축하노래>로 상담소의 10주년을 축하해주셨구요, 기존의 노래를 자신들의 마음을 담은 가사로 개사하여 <웃어요>, <그런 세상>이라는 새로운 노래를 만들어 불러주셨습니다. 긴 연습시간과 긴장감에 비해선 늘 아쉬울 수밖에 없는 게 공연인지라 합창단원들은 속상해하기도 했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박수와 환호를 받았고, 합창단원끼리 수고했다는 하이파이브를 주고받았습니다.
얼마 전, 합창단원 중 공연 시작하자마자 울먹이며 노래를 불렀던 모모님과 공연에 대한 감회를 나눠보았답니다, 짤막 인터뷰!
제이: 공연, 어땠나요?
모모: “혼자 집에 가서 문 닫고~”(공연 첫소절을 기억하여 부름) 재미있었어요. 너무 떨렸어요.
제이: 연습 했던 거 생각 나나요?
모모: 네. 재밌었어요. 율동 연습 많이 했는데 (<그런 세상>에서) 율동 안 하게 돼서 서운했어요.
제이: 공연 끝나고 나서는 어떤 기분이었나요?
모모: 슬펐어요. 앞으로 다시 연습 안 하니까.
제이: 다시 하고 싶나요?
모모: 다음번에 또 해요. 했으면 좋겠어요.
제이: 다음에 또 하면 어떻게 할까?
모모: (잠시 생각) 안 삐지고, 화 안 나고, (공연할 때)눈물 안 나게.
(->치열했던 연습과정이 엿보이는 답변입니다.ㅋ)
|
모모님에게 공연에 대해 아쉬운 마음과 뿌듯한 마음의 크기를 손으로 그려 보여 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모모님은 아쉬운 마음은 대략 지름 20센티의 동그라미를, 뿌듯한 마음은 대략 지름 45센티의 동그라미를 그렸답니다. 모모님을 비롯하여, 앞으로 그녀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로 다시 노래 부르는 날들이 많기를 바랍니다.
마지막 순서는 리얼 버라이어티 토크 시간 <다음 10년을 부탁해>. 모인 사람들끼리 서로에게, 상담소에게 한마디씩 얘기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상담소 10주년에 대한 제각각 다른 감회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시간이 너무 부족하여 몇몇 분들의 이야기만 듣고, 분위기가 막 무르익어갈 즈음에 프로그램을 마치게 되어 아쉬웠답니다. 행사 끝난 후 혹자는 이 프로그램에서 지성 소장님의 꾸밈없는 진행, 숨막히는 진행이 참 인상적이었다는 의견을 제게 전해왔답니다. :-p
마지막으로 케익 컷팅식, 그리고 단체사진!
상담소 10년의 활동과 그 활동이 담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들, 사람들을 모두 다 불러모을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지만, 한 번의 행사로 그런 축제를 만들기엔 10년이란 시간은 참 긴 것 같습니다. 그래도 이번 행사가 10년의 무게엔 부족하나마 의미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역시 그 자리에 힘 보태준 사람들 덕분이었던 듯합니다. 우리 ‘공감 사람들’, 상담소가 가는 길에 따로 또 같이 함께하는 이웃 단체 활동가들, 상담소의 역사를 함께 만든 공감 전前활동가들, 상담소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하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가는 주인공이신 내담자분들– 사실은 각자의 위치에서 서로 밀접히 관련된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평소 한자리에 모일 기회는 거의 없었던 분들이 이번 기회에 얼굴 맞대고 모일 수 있었던 것 자체로도 참 기쁘고 감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겹겹이 쌓인 역사만큼 기념할 것도 추억할 것도 많은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이지만, 앞으로 해나가야 할 일이 더욱 더 많다고 느껴지는 요즘입니다. 반성폭력운동 속 장애여성의 목소리. 아직도 더 많은 곳에 더 많은 사람에게 더욱 큰 소리로 들려주어야 할 것 같습니다. 10주년 기념행사에서 많은 사람들과 함께 모았던 온기와 에너지로 다가올 10년도 더 잘 해나갈 수 있으리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