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이진희(장애여성공감 사무국장)
연극이 끝나고 난 뒤.
작년 연말 찾아가는 배달공연 <거북이 라디오2>가 야심차게 무대에 올랐었다. 11월 30일, 12월 1일. 단 이틀의 공연이지만 배우들은 모든 힘을 다 짜내었고, 춤허리는 또 한 고개를 넘어갔다.
공연을 배달한다!
이번 공연은 9년의 춤허리가 가졌던 연극의 주제와 형식에 대한 고민의 집결체였다. 연극으로 세상에게 전하고 싶은 의미와 메시지를 강화하면서도 어떻게 대중적으로 소통할 수 있게 제작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더 많은 관객과 만나고 극단의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배달공연의 형태를 띄었다. 따라서 무대는 예년에 비해 간결해 졌다. 외형은 간소했지만 이야기의 주제는 장애여성의 일상, 재생산권, 예술운동 이란 복잡한 문제를 넘나들며 우리 스스로에게 관객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국내유일의 라디오 사연소개형 공연답게 DJ들의 흥겨운 오프닝으로 시작했다. 장애여성 수진이 ‘독립적인 삶’을 고민하며, 활동보조인과의 관계에서 우왕좌왕하는 장면, 유독 장애인 관객이 많았던 둘째날엔 공감하는 웃음이 터졌다. 임신한 장애여성 춘자는 낳지 말라는 시어머니도 야속하지만, 정작 자신도 출산을 선뜻 결심할 수 없다. 자신의 장애에 대한 두려움, 현실적인 양육문제로 괴로워한다. 춘자와 시어머니의 속내를 통해 장애여성의 재생산의 문제를 정면에 던진다. 공연장은 공감하는 관객들의 한숨과 답답한 공기로 가득 찬다. 춤허리 8년차 나예슬은 관객에게 ‘무엇이 예술이라고 생각하는지, 지금 내가하는 이 행위를 당신은 예술이라고 생각하는지’ 공격적으로 묻는다.
배우입니까?
위태롭던 관계와 끝날줄 모르던 연습시간. 끊임없이 자신과 서로에게 던졌던 질문, 과연 우리는 ‘배우입니까’. 첫 시도인 정기공연 단독연출. 부족함이 아직 많은 나는 연출로서 데뷔하게 되었다. 창의적으로 상황을 총괄하면서도, 한 단어, 한 문장, 배우의 작은 숨소리까지 포착하여 의미를 재배치시키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그 시간을 지난 우리는 더 단단해졌을 것이다.
예술영역의 주변인으로 머물던 장애여성이 연극 생산의 주체가 되는 것을 목표로 진행했던 장애여성 중심의 이야기 창작, 장애여성 배우로 이루어진 연극 창작에 골몰했던 춤추는 허리의 고민도 연습과정을 통해 더욱 깊어졌다.
춤추는 허리 배달공연 <거북이 라디오2>, 이제 어디든 갑니다.
찾아가는 공연이란 형태는 일단 작년 서울시 교육청과 진행했던 과정을 통해 유의미한 성과를 남겼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내용을 보완하고 관객 참여를 어떤 방식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남아 있다.
찾아가는 공연이란 형태가 우리에게 가능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도 있었다. 긴 호흡으로 끊임없이 설명해야만 우리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걱정도 했었다. 이제 관객은 9년의 시간동안 고민하고, 변하고, 성장해왔던 춤추는 허리의 도전과 내용을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자, 이제 춤추는 허리가 배달을 시작합니다! 주문 예약은 필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