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힘을 내어, 티켓을 보냅니다.]
장애여성공감 대표 배복주
장애여성공감에서 2001년에 장애여성성폭력상담소를 개소하고 처음 상담을 시작할 때가 생각납니다. ‘장애여성 성폭력’을 외면했던 사회에 문제제기 하며, 피해자 지원/가해자 처벌을 넘어 지적장애여성과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고민과 실천을 이어 온지 벌써 10년이 지났습니다.
개소 당시 활동하는 장애여성들은 대부분 지체장애여성들이었기에, 지적장애여성들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습니다. 우리가 경험할 수 없었던 그녀만의 경험이 있는 것이고, 언어로 정리해서 이야기하기보다 몸으로 느끼고 기억할 수밖에 없는 차별, 소외, 편견, 배제, 통제의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성폭력 피해 지적장애여성들이 표현하고 설명하는 피해내용, 가해자와의 관계, 가족이야기 등 끝없는 이야기를 경청하면서 소통해야 했습니다.
그렇게, 상담을 하고 사건을 지원하는 과정에서 이전에 몰랐던 지적장애여성들의 삶을 하나하나씩 알아나가면서 감정적 동요가 생기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피해자를 지원하면서 느끼는 좌절과 흥분이 교차하면서 조금씩 자신감도 가지게 되고 싸울 수 있는 힘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또, 피해자 가족들이 들려주는 양육과 성장과정 내내 벌어진 아픈 이야기, 자녀의 장애특성을 이야기하며 안타까움에 손잡고 울었던 기억도 납니다.
그렇게 함께 소통하고, 맞서고, 도전하며, 장애여성 성폭력 현장을 함께 지키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그리고 사건이 끝나면 헤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장애여성들이 세상과 고립되거나 움츠린 채 살지 않고,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왔습니다. 일상적인 교육 활동, 자조모임 등을 통해서 우리가 만난 지적장애여성들은 성폭력 사건의 피해자로만 머물지 않고, 자신의 힘을 키우고 장애여성공감이라는 공간을 같이 만들어나가는 회원들로 함께하고 있습니다.
가끔 지적장애여성들이 보내온 ‘보고 싶어요’ ‘심심해요’ ‘즐거운 하루 행복한 파이팅’ ‘맥주 먹고 싶어요’ ‘지금 뭐하냐’ ‘답답해’ ‘아파’ 등의 문자를 보면서 활동가들은 웃기도 하고 힘을 내기도 합니다. 또, 짧은 문자 속에 담겨진 그녀들의 버겁고 답답한 삶을 걱정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우리도 무엇인가 해야 할 것 같아 조금 힘을 내보자는 후원행사를 마련했습니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만나고, 우리가 함께하는 일상의 공간을 지킬 수 있도록 여러분들도 조금 힘을 보내주시길 바랍니다.